생의 정력을 다해 시를 쓰겠다던 사람이 있지요. 진사도(陳師道)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사람은 송나라 시인으로 뒷골목 용어로 족보가 있지요.  송나라의 명인 '구양수'를 안다면 구양수의 두제자 '왕안석'과 '소식'도 알겁니다. 왕안석은 '신법'이란 정책으로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정책가로 평가 받는 사람이고 '소식'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소식도 두 사람의 제자를 두었는데요. '황정경'과 바로 이사람 '진사도'랍니다. 진사도는 시를 위해 태어나 시를 탐하다 죽은 사람인데요. 그가 33세에 쓴 시 한편이 죽음^^이지요.

[부부가 죽으면 한무덤에 묻히고.

부자는 가난으로 해어진다네..(夫子貧賤離)

하늘아래 이런 일도 있으랴.

책에서 본 사연이 눈앞에 있구나.

어미는 앞서고 세아이 뒤를 따르니(母子三子後)

눈빠지게 바라보아도 보이질 않는구나.

아아 슬프다.

이찌 이지경이 되었는가.(使乎至於斯)

아내를 처음 만날때(有如初束髮)

이미 이별을 예견했었지(己知生離別)

나를 베게삼아 일어나지를 않고.

내가 그만 떠나라 할말을 두려워 했네.

큰아이 말을 배우고.

인사하고 절하는 것도 절도가 없네.

아버지 나 가요 하는 말에(喚父我欲去)

아무 생각 없겠는가(此語那可思)

어린아이 강보에 싸여 어미품에 안겨있고.

아내의 울음소리 귓가에 쟁쟁한데(汝哭猶在耳)

아 나의 슬픔 누가 알아주리오.]

저는 시인이 아닌탓에 이시가 입운이 맞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시를 쓰다 죽겠다던 큰 꿈을 꾼 이사람이 존경스러운게지요. 진사도는 도무지 가족을 건사할 수 없어 아내와 자식 셋을 처가로 보내면서 이 시를 씁니다.

참으로 못난위인이지요. 오늘날로 치면 가장의 자격이 없고 사내 구실 못하는 반푼이지요. 그의 생은 끝내 그랬습니다. 그러나 '진사도'는 죽어서 다시 태어납니다. 그가 남긴 수백편의 '절창'이 송나라 문단의 우뚝한 봉우리로 말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눈앞에 삼삼합니다.

우리가 처음 만날때 이별도 약속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