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47세를 살고 죽었다지요. 그가 죽자 그의 친구 한사람이 '조사(晩辭)'를 지었다지요. '하늘을 감당할 재주가 있고 구름도 능가하는 포부를 갖고도 세상에 쓰이지 못하고 사그러졌다'고요. 이상은(李商隱 812-858))이 그 사람인데요.

성당(盛唐) 시대를 살았던 이상은은 낮은 관직을 전전하던 사람인데요. 그의 문집속에 스스로 택한 은자(隱者)가 아니라 타의로 결정(?)된 은자의  면모가 여실한 시 한편이 있지요.

결코 순탄치 않았던 나의 신세.

재주와 운명은 서로 엇갈리는 것인가.

그대는 억지로 뱀꼬리를 그리지 말게나.

(자칫)한잔 술도 즐기지 못할 수도 있다네.

[中路因循我所長. 古來才命兩相妨. 勸君莫强安巳足. 一盞醪不得嘗.]

이상은이 재주가 있었음은 그가 남긴 많은 시로 증명(?)이 되고도 남지만 이 시 한편만으로도 짐작이 갑니다. 친구에게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기실은 화자 자신에게 하는 토로지요. 재주를 믿고 설치(?)다가는 자칫 제명에 못산다며 자탄과 자위를 하는게지요.

이상은은 '상산사호'류의 다운시프트(downshifts)와는 조금 다른 인물이지요.  그가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시를 보면  찬탄이 나옵니다. 제가 '한문'을 어려워 하면서도 자꾸 한문책을 뒤적이는 이유기도 합니다.

만나고 해어지는 일 너무 어려워.

동풍 잦아들자 온갓꽃 떨어지누나.

봄누에 죽으면 실을  풀어놓고 .

촛불은 재가 된 후 눈물이 마른다오.

[相見時難別亦難. 東風無方百花残.春蠶到死絲方盡.蠟炬成灰淚始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