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왜 두나?

바둑두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옛말이 아니더라도 바둑은 분명 기본적으로 생산에는 조금도 기여를 할 수 없는 활동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운동을 하거나 보다 생산적으로 여가를 활용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렇게 바둑이 이 세상에서 제일 한심한 시간낭비 활동이라고 평가절하는 것에 대해 정색하여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 한마디로 세상살이에 쓸모있는 것만을 추구하고, 시간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장시간을 조그만 사각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조용히 손만 들었다 놓았다하는 모양이 영락없이 비생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바둑을 즐겨하는 사람은 자기 주위의 대단히 성실하고 능력있고 인정받는 사람이, 바둑에 대해 이런식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바둑을 저평가하거나 폄하하는 대화 중에도 절대 자중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바둑을 화제로 삼아 얘기하기를 삼가하여야 한다. 바둑에 문외한인 타인에게 자랑하거나, 이해시키려 드는 무모한 시도는 관계에 흠이 가게 할 지도 모른다. 유흥 시에도 호스트가 바둑을 모르거나, 약하면 바둑 두기를 삼가해야 한다. 승부가 만인 앞에서 결정되어 자신이나 상대의 처지가 처량하게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들 중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 자리가 매우 불편하고 자신들이 어리석게 보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헌데 돈도 안되고 건강에도 도움이 안되고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은 바둑은 도대체 왜 두나?

바둑이 인류가 만들어 놓은 두뇌게임 중 컴퓨터가 해결하지 못하는 유일한 게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장기와 비교한다면 장기는 집중력이 승부를 좌우하는 요소인데 비하여 바둑은 집중력보다는 감각이 더 중요한 승부의 KEY FACTOR이다. 고수들의 감각은 예리한 통찰력 그 자체이다.  장기는 고수지만 바둑은 그리 시원치 않은 사람들이 많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집중하거나 조금 연마하면 장기를 잘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곧 싫증을 내고 장기에 몰입하지 않는다. 오로지 집중력에만 의존하는 장기에서는 감각이라는 블랙박스를 전략 전술의 도구로 삼는 바둑이 갖는 변화무쌍함이 없기 때문이다.

포커는 정신을 피폐케 하는 참으로 위험한 게임이다. 옆에서 보면 포커게임에서는 상대의 눈빛, 무심코 내뱉는 한숨, 자신감의 정도를 모두 전략에 동원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은근히 한방을 노린다. 심리전과 추리전의 승리는 어김없이 리얼타임으로 돈으로 환산되고 점점 퇴폐적인 중독에 빠진다. 중독은 도파민의 작용이다. 바둑도 고도의 정신활동이 주는 희열감을 반복적으로 제공하여 자꾸 빠지게 하는 일종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얽힌 실타래의 해답을 찾아냈을 때의 도파민은 청춘의 열정적인 사랑이 주는 엔도르핀보다 강력하다.  청춘의 엔도르핀은 유한하나, 바둑의 도파민은 무한하다.

중독적 매력을 간직한 바둑의 도파민 향수를 한번 맡아보면 왜 그가 그토록 바둑을 사랑하는지 금방 이해된다. 골프처럼 쓸데없이 돈도 들지 않는다.

이럴할 진대, 어찌하여 폭탄주, 고스톱, 7080의 유흥은 쓸모있다하면서 정작 똑같이 비생산적이고, 똑같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바둑은 쓸모없고 한심하다 하는가? 세상의 쓸모있는 것들은 바둑처럼 쓸모없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늘 효율과 생산만을 추구하며 분주할 지라도 가끔씩은 쓸모없는, 그러나 결코 천하지 않는 바둑도 들여다보고 인정해주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陳田

2009년11월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