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주역'에도 관심이 없을수 없겠지요. 아마도 수십종의 주역을 읽은듯 합니다. 그래봤자 눈깜 땡깜임은 자명하고요.

많은 주역의 저자들중 '김상섭'이 기억납니다. 몇년전 읽은 책인데 저는 그의 주역설명보다 주역을 공부하게 된 동기와 과정이 더 주역적이여 자못 감동이 오더군요.

대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대학을 그곳에서 마치고 수년 간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어려서 관심을 갖은 '한문'을 조금 더 알고자 퇴직을 한 후 대만으로 유학,  6년간 한문으로 석박사 과정을 했답니다. 주역으로 석사논문을 쓰고부터 주역에 빠져 혼돈(?)에 휩쓸린 학문역정은 그야말로 주역적이더군요.

대만에서 6년간 대만정부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부터 그의 고행은 시작됩니다. 대학의 보따리 장수로 전전하며 대학한문등 초급 학습 강의나 맡아야 하는 그의 신세(?)는 불문가지 겠지요. 54년생으로 서재도 없는 집에서 네식구가 복작거리며 대구에서 부산으로 일주일에 서너번씩 시간강사를 해야 하는 고충이 헤아려집니다.그는 소원도 말하더군요. 정식으로 단 한시간만 이라도 진정한(?) 주역을 강의하고 싶다고요.

김상섭은 주역속에 주역을 지은 사람들이 있다는 주장을 한 사람입니다. 몽괘 '匪我求童蒙童蒙求我'가 그런 례라는 것이지요.

내가 동몽에게 물은것이 아니라 동몽이 내게 와 물었다는 이 구절은 주나라의 송(성왕)의 기록으로 이곳에서의 나는 '卜官' 즉 사관이란 것이지요. 김상섭은 주역속에 12번 등장하는 나(我)를 분석하여 이런 결과를 도출합니다. 선배들의 전철을 금지옥엽으로 알고 뒤를 따르는 학문 풍토에서 김상섭의 연구는 신선합니다.

29세때 대만으로 유학을 떠났으니 그후 30년 그의 학문역량이 가늠됩니다. 고등학교 총각선생이 직을 버리고 도전한 학문의 길 30년이 결국 29살때의 출발의 자리도 보장해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알싸합니다.

주역을 사랑했던 죄.

저도 산대'를 뽑아 그의 점을 주역에 물어봅니다.

[卜卜 求 无利 无有利.]

乾坤屯蒙... 주역 64괘의 頭辭를 한장의 한지에 쓴 작품(이응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