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ㅡ

  2009년 2월 2일 오후 5시 30분 경,

  "축하해요." "고마워."

  "힘들죠?" "조금"

  운이 좋았다고 했다. 승리를 예상치 않았다는 말이다. 이날 이창호 九단은 제27기 KBS

바둑왕전 패자조 결승에서 강동윤 九단과 1차전을 벌였고, 종국 후 10분 뒤 이세돌 九단과

결승1국을 벌였다.  무리한 스케줄일 텐데, 두 판의 대국을 치르고 나면 만신창이가 될텐데.

  "지면 마음은 괴로워도 몸은 괴롭지 않을 테고, 이기면 몸은 괴로워도 마음은 고롭지 않을 테니

어떤 결과든 만족할 것 같아."

  시합 전 그의 말대로라면, 이창호 九단은 지금 두통과 기혈(氣血)이 머리 쪽으로 치

밀어 오르는 증상을 겪고 있을 터였다. 국후 낯선 커피숍에 홀로앉아 머리를 매만지고

있을 그의 모습이 스케치됐다. 측은했다.

  "편히 쉬세요."

  "그래."

  이겼을때나 졌을 때나, 이창호 九단의 평소 분위기와 말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승

리해도 시원스레 웃는 법이 없다.  뭔가 2% 부족하다. 모처럼 입 꼬리가 올라갔다 싶어

도 순식간에 스스로 절제해 버린다. 언젠가 사석에서 흘려들은 말,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판을 스승과 승부해온 사람이야. 언젠가 이창호九단이 그랬

지.  선생님에게 승리하고 타이틀을 쟁취했을 때 가장 기뻤다고.  이국수가 그 기쁨을

표현할 수 있었겠나?  기뻐도 기쁨을 감추는 법, 그걸 자연스레 체득해온 거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는, 기쁨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승부사의 기구한 숙명.

이창호 九 단은 언제부터인가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려왔다. 기뻐도 기뻐할 수 없고,

슬퍼도 마음껏 슬퍼할 수 없으니 마음이 온전할 리 없다.  마음이 몸을 입고 있어도 그

러한데, 몸이 마음을 입고 있는 부류의 사람들은 어련할까.  이창호 九단은 몸 밖에 마

음을 입고 있어 괴로움이 남들보다 큰 그런 사람이다.

  우연하게도 이창호 九단의 환한 웃음을 본 적이 있다.  사진 속의 이창호 九단은 바둑

이 아닌 다른 세계를 공유하고 있었던 것 같다. 행복을 가득 머금은 얼굴.  그렇게 웃을

수 있는 이창호 九단이, 승부사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돌부처'라는 별명까지 얻어

가며, 꾹꾹 감정을억누르고 살아가는 것만 같아 한없이 안쓰러웠다.

  환하게 웃는 그의 사진은 한동안 머릿속에 박혀 지워지질 않았다.

..중략..

  언젠가 김효정 三단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패자에게 어떻게 해야 위로가 될 수

있는지,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필자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도움이 되려는 자체가 욕심이 아닐까?  승부사에게 패배의 아픔은 그 누구도 위로

가 될 수 없어.  그걸 견뎌내는 건 승부사의 몫이지.  그냥...  혼자서 이겨낸 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있어주는 거.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출처: 월간바둑 2009 5 밀착취재기/제27기 KBS 바둑왕전 결승1국~3국 백)이창호 흑)이세돌

          이도윤기자>

..

월간바둑 ..아카리는 참 좋아하고 그 덕분에 제 속에 잠재된 돌아이의 기운을 느꼈으니..ㅋㅋ

월간바둑은 아카리에게 고맙고 정다운 친구이지요. 그래서 좋은 글귀는 적어두기도 하고

나름 애지중지 하는데...유난히 마음에 끌리던지(?) 걸리는(?) 부분이 있음..많이 실현이

되기도하는 아카리의 징크스 때문에 이젠 사랑하지도 말로 미워하지도 말자 했는데..;;

어제...이창호사범님의 대국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글을 다시 읽어보니..어쩌면...하고

님들께 작은 이해라도 구하고 싶어서... 그냥 그냥..;;

관전기는 글쓴이까지 가끔 보는데 이도윤기자가 최초(?제가 보기로는)로 적은 관전기이면서..

예쁜도윤기자님의 특유의 다정다감한 시선에...이창호사범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수 있는

특권(?)이 합쳐져 제게는 꽤 마음에 드는 관전기였는데..음..그냥 그냥....님들 한번 읽어보시라고.;

한국바둑의 영원한 전설 이창호사범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제까지 바둑인으로 많이 행복하셨으니 이제는 바둑과 한 사람의

자연인 이창호로서 많이 많이 행복하셨음 좋겠습니다

당신이 행복해야 한국바둑도 행복해집니다..(음, 이건 바둑팬심이 조금 들어간...;;)

이창호사범님 아자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