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책이 한권 출간되었지요'정조어찰첩'은 한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297통의 정조임금의 서찰을 탈초번역한 책으로 역사 문학 한문학 분야의 주목을 끈것은 당연한 것이었고요. 이 서찰들은 정조임금이 죽기전 3-4년 동안 측신 '심환지'에게 보낸것으로 양질면에서 굉장(?)한 것이었지요.

서찰은 행초서로 되어있어 이 서찰을 번역하는 일에 8명이 동원되어 수년을 공을 들인것으로 알려졌지요. 책의 표지에 이들의 면모가 나타납니다.

*탈초번역. 백승호 장유승  *탈초교열. 박철상 최병근 *번역윤문. 진재교 안대희 이상하 김문식.

이들은 고전번역원, 대학연구소, 대학교수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들로 번역의 내용이 충실할 것임을 알려줍니다. 저도 이들을 믿고 책을 구입했지요. 저는 이책을 일독하며 호학군주 정조임금의 새로운 모습과 정조임금의 정적이자 희대의 간웅으로 알고있던 심환지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가웃거려야 했습니다. 놀랍기도 했지요.

이책의 내용은 정조임금과 심환지의 일심동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정조임금과 이조판서 좌의정 판의금등을 두루 역임하던 신하 심환지의 짝짝꿍(?)은 상상 이상입니다. 정조임금은 자신이 죽기전 열흘전에도 자신의 병증을 고백하며 심환지에게 여러가지 당부를 합니다. 이대목에서는 어떤 학자들이 말하는 심환지의 정조독살설등이 무색해지더군요.

우리는 한문번역가들의 노고에 힘입어 이토록 좋은 책을 편하게 읽지요. 저도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정조어찰집을 읽었지요. 그러나 십여명의 당대의 한문학자가 투입되어 수년의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이책을 보면서 저는 한가지 의문을 떨쳐내지 못했지요.

정조어찰은 그저 편지묶음에 불과한 것이고 정조임금과 심환지의 일상적인 소통에 불과한 것인데 그 내용을 파악해 내는데 저 많은 학자들의 손길이 필요한지 말입니다. 이 의문속에서 현실과 이상, 현장과 학단, 과거와 오늘의 형편탓이려니 하면서도 씁쓸합니다. 아래는 1798년 12월5일자 서찰입니다.

[보내준 편지에 위로가 된다. 일러준 일들은 모두 살펴보았다(承慰示事幷審) 완지(사적편지)는 원 자리로 돌려 보냈다(完紙還完) 구당(비변사당상관)들로 하여금 다시 살펴보도록 하는것은 어떤가(使勾堂申加提返如何) 크고작은 일들이 많아 이만 줄인다(多少適優甚.姑此) 이후에 서로 연락할 때는 인편을 살펴 특히 조심하는 것이 좋을듯 하다(此後相關之道 亦句之貶忽人便 各別小心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