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겨울날

저녁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를 위해 어머닌 밥상을 차리셨다.

조그만 밥상위엔 된장찌개 , 김치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공기가 전부였다.

밥 한가운데엔 계란이 들어 있었다.

아버진 계란을 풀어 간장을 넣고 밥을 비벼 드셨다.

우린 밥상 주위에 모여앉아 아버지가 밥을 드시는 것을 빤히 지켜보았다.

아버진 너무도 맛있게 저녁을 드셨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처럼 보였다.

가을에 접어드니 어둠은 일찍 찾아오는 것 같았다.

불 꺼진 창문을 바라보며 난 아파트 현관에 들어섰다.

밥솥은 비어있고 냄비엔 김치국이 조금 남아있었다. 오늘은

모처럼 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이 얼마만인가 밥을 해본적이,,)

냄비에 쌀을 넣고 개스 불에 올려 놓았다.

냉장고에 뭔가를 찾아 보았다. 한참 뒤적이다가 손에 뭔가

잡히는 게 있었다. 조기였다.

뭐 겉 포장엔 법성포 조기라고 쓰여 있지만 난 부서라고 생각했다.

그 귀한 영광 굴비가 여기까지 있을 턱이 없으니까,,

뭐 좋았다. 법성포건 중국산이건 ,, 이걸로

조기 찌개를 끓여보자 ! 헤

헌데 이거 양념을 어떻게 해야할 지 갑자기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 ! 인터넷 있잖아 ,,

LINE을 접속해서 ‘조기찌게’ 이렇게 네 글자를 치고 엔터를 누르니

‘조기찌개 끓이는 법’, ‘해물 조기찌개’, ‘인순이의 밥상 조기찌개’

‘맛있는 조기찌개’ 등,, 1초도 안되어 내가 원하는 정보의 백배 정도의

글들이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간장에 대파 썰은 것, 후추, 고춧가루 그리고 깨소금에 마늘까지

넣으란다. 아무리 찾아도 파와 후추가룬 찾지 못해 대신

양파를 썰어 넣었다.

자글지글 끓는 찌개 냄새를 맡으며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 아 ! 이세상에 음식 만드는 것보다 쉬운 건 없구나 ,, ’

‘ 여자들은 뭐 이런게 귀찮다고 뭘 시켜먹고 그런다냐 ! ’

‘ 안해서 그렇지 남자들이 요리를 하면 훨씬 잘 만들 것 ’ 같은,,

그런 오만가지 잡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난 철없는 하룻 강아지처럼 쉬워 보이는 음식에도

따스한 손끝 정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까먹고 있는지 모른다.

어쨌든 그날 저녁은 콩이 덜익어 설컹거렸지만 잘 먹었다.

아내가 늦게 들어왔길레 난 한마디 했다. 은근히

“ 자기 ! 내가 저녁 해 놓았으니 밥 먹어 ! ”

“ 그리고 조기찌개도 냄비에 있거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