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해 전에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보고 들었던 밀레의 만종을 보러 갔었습니다.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감상은 둘째치고 그 유명한(?) 그림을 보면서 차라리 시골 이발소에 걸려있는 그림이 더 감동스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그림에 대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상식인 대각선길이 만큼 떨어져서 봐야한다는 것을 도저히 실천할 수 없는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유명세가 있는 전시회에는 가고 싶지 않았는데, 향기님의 르누아르 사랑에 호기심이 생겨서 이번 여름에 다녀왔습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교과서에서 본 기억으로는 그저 이쁘다 는 느낌정도 같습니다. 어떤 깊이를 느낄 수는 없고 환하고 이쁘게 그렸다는 생각이어서 작가도 행복했을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르누아르는 가난했고 생활이 힘들었더군요.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현실과 다른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제목도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였구요.

‘일상의 행복’ ‘가족의 초상’ ‘여성의 이미지’ ‘욕녀와 누드’등 8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전시되었습니다. 각 전시실 앞에는 르누아르의 말이 적혀있었는데, ‘고통은 지나가고 , 아름다움은 남는다.’와 ‘신이 여자를 창조하지 않았다면 내가 화가가 되었을까?’ 두가지가 생각나네요.아름다운 그림을 추구했고, 여자를 빼놓고 르누아르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잘 드러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워낙 그림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가슴으로 느낄 수는 없어도 머리로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단체해설에 귀동냥을 했습니다..

 그네 (1876) 92*73 오르세 미술관,파리

전시실에 들어서면 맨 처음 볼 수 있는 그림이 ‘그네’와 ‘시골 무도회’였습니다. 이번 전시회 홍보에 나온 그림이기도 하고요. ‘그네’는 인상파에 속했을 때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빛에 따라 달라지는 인상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인물과 배경이 뚜렷하지 않다고 하네요. 흐릿한 느낌이 드는 것이 빛에 의해서 보여지는 것을 그려서 그렇다라고 생각하면 되겠더라구요. 그 당시에 비평가들은 혹평정도가 아니라 분노를 했다고 합니다. 그네같은 경우 여자의 흰드레스와 남자의 양복을 보면서 마치 얼룩진것처럼 그렸다고 아주 말도 안되는 그림이라고 했다는군요.

 시골 무도회 (1883) 180*90 오르세 미술관,파리

이에 반해서 ‘시골무도회’는 르누아르가 다시 고전주의로 돌아갔을 때 그렸다고 합니다.인물과 배경의 구분이 뚜렷하고 옷색깔도 선명하고 차이가 좀 있더군요.

전 ‘그네’보다는 ‘시골무도회’가 더 좋았습니다.

 같이 간 아이도 춤추는 여자의 드레스를 보면서“와~ 주름이 정말 진짜 같아. 난 저렇게 못그릴거 같은데....”라고 했습니다. (유일한 코멘트..)

춤추는 여인의 발그레한 볼..... 고른 잇속을 보이며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고, 남자가 뭐라고 속삭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비록 그림이지만, 웬지 경쾌한 음악이 들리는듯하고 햇살은 따스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듯했습니다. 오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모델이 여자는 르누아르의 부인 알린느이고 남자는 화가와 친분이 있는 기자라고 합니다.

 르누아르의 여자모델은 모두 통통합니다. 실제로 부인도 통통했고 또 먹는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맛있게 먹는 알린느를 보면서 르누아르는 “내 어찌 이런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겟소”라고 했다고 하네요.ㅎㅎ 맛있게 먹는 모습도 매력적인가봅니다. 르누아르의 사진을 보니 마른 모습였어요.아마 자신이 말라서 반대의 여성이 이상형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바느질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 (1882) 클락미술관,미국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화려한 색의 대비와 풍성한 머리카락...바느질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그리고 직접보면 속눈썹 한올한올이 다 보인다는 것...이 그림도 흐릿한게 (?) 인상주의 그림같습니다.ㅎㅎ

 장 르누아르의 초상 (1899) 32.5*24 개인소장

이 그림은 여자아이로 보기 쉬운데 르누아르의 둘째 아들인 장 르누아르(영화감독)라고 합니다. 그 당시는 사내아이를 여자아이처럼 꾸미는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광대복장을 한 코코 (1909) 120*77 오랑주리 미술관 , 파리

 이 그림의 모델도 르누아르의 막내아들이고,표정이 좀 굳어있는 것은 스타킹을 신는것이 불편해 몹시 싫어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그림과 시골무도회가 1층 로비에 포토존으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르누아르의 인물화의 모델은  거의 지인들이라고 합니다. 특히 집안일을 도와주었던 가브리엘을 많이 그렸다고 합니다. 누드같은 경우 몸은 똑같이 그리고 얼굴만 다른 모델을 썼던 그림도 있더군요. 정물화같은 경우 르누아르는 인물을 그리기 위한 연습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특히 장미는 여자를 그리기 위한 습작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한 르누아르는 모자를 많이 그려서 시대별로 모자를 보면서 모자의 변천사를 연구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미술관에서는   발걸음을 되돌리는 그림이 있는것도 아니고...몇시간은 커녕 몇십분도 머물지 못하는 제가  쫌 그랬는데, 다시 이렇게 돌아보니 잔잔한 감흥이 일어납니다.  밝고 화사한 느낌이 좋았고 만년에 류마티스?로 고생하면서도 붕대로 손을 감으면서까지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진 르누아르에 대해 애정이 생겼습니다.

  향기님이 보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아주 사소한것도 알고 싶어지는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적어봤습니다.  조금이라도 기쁨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