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문학게시판에 글을 써 봅니다.

글솜씨는 없지만, 죽시사님의 글을 보니 교사로써 드릴 말씀은 몇가지 있겠구나 싶어서

과감히 타이핑을 해봅니다.

저는 대학에서 영재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가끔 학원에 출강도 가고 수능출제 및 검토위원도 합니다.

아..지도과목은 수학입니다.

고등학교때만 해도 제가 수학강의로 먹고 살거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해봤었는데,,

어떻하다보니 수학이 직업이 되어있네요.

재수를 하고 의대를 지원했었는데, 2지망으로 수학과 ( 지금 생각해보면 왜 수학을 썼었는지,,)

를 썼던것이 인연이 되어 수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때 수학을 못한 건 아니었지만,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았거든요.

하여간, 그러다가 별 생각 없이 대학원까지 가게되고....

(그 당시는 군대 면제 받으려고 그렇게 대학원 가는 것이 유행이었거든요.)

어쨌거나, 지금은 수학교수라는 명함을 달고 있으니 수학으로 먹고 사는 건 맞죠.

제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을 세가지로 요약해보면.

1. 어떻하면 수학 잘 할 수 있어요?  - 즉, 수학성적 좀 높일수 있느냐는 거죠.

2. 실생활에 도움도 안되는 미적이니,벡터니,이거 꼭 배워야 해요?

3. 수능에 나올 문제 좀 콕 찍어주세요.

다른 과목의 교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수능을 바라보는 교수들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입니다.

도대체가 이렇게 수준낮은 교육과 비창의적인 교육을 해서 어떻하냐는 것이죠.

이렇게 말하면 고3수험생들은 [아이고, 수학땜에 해골 아파 죽겠는데 수준낮다고?]

하면서 펄쩍 뛸 학생들도 있겠지만, 전공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학의 근본취지와는

전혀 동떨어진 입시위주의 수학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 현재 실정입니다.

얼마든지 재미나게, 수준있게 수학수업을 할 수도 있는데..

문제푸는 요령만 열심히 주입하고 있으니, 애가 타는 거지요.

각설하고,

1번의 질문을 하는 분들에게 저는 되묻습니다.

[왜 수학을 잘 하려고 하나요?]

그럼 대부분 [성적 잘 받아서 좋은 대학 가야하니까요.] 라는 대답을 하죠.

그럼, 일반적으로 남아있는 시간과 그 학생의 현 수준에 ��춘 대답을 해 주곤 합니다.

가끔, [수학이 정말 좋아요. 수학이 최고 학문 아닌가요? 수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하는 학생들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서로 즐겁게 웃으면서 대화를 마무리 짓게 되곤 합니다.

수학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많은 학생들은 [수학]보다는 [수학문제 푸는 요령]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럴때마다 참으로 안타깝죠.

[그게 아닌데...문제 푸는 요령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말 그대로 요령에 불과한 것인데.] 

하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그 아무것도 아닌 [요령]을 찾아 헤맬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요즘은 2번처럼 수학 배워서 뭐하나요? 하는 질문을 하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3번처럼 수능문제 콕 찍어주세요 하는 분들은 여전히 많지만,,,그럴때마다 저는

유명강사분들의 강의나 동영상을 추천합니다.

하여간, 그렇게 입시위주의 강의를 하다보니 수학강의 자체가 너무 지겨워졌습니다.

그러던 중, 영재교육에 관한 자리가 생겨서 지원했습니다.

올림피아드 준비반이나, 10대중반에 외국대학에의 진학을 목표로 삼는 학생들을

맡아서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말 한국의 미래는 밝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구요.

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어서 다시 공부해서 박사학위도 따게 됐구요.

무엇보다 기쁜 것은 입시위주의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수학문제 푸는 요령을 강의하는 것이 아닌, 수학을 강의한다는 것.

--------------죄송합니다. 온라인상에서 감기 걸려서 멍한 상태로 쓰다보니,

  다음에는 미리 편집해서 한꺼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지울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남겨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