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교 다리를 건너 퇴근하는 길에 ‘투둑 툭’ 하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직도 숙소까진 10분은 더가야 되기에 마음만 바빠졌다.

그때 내눈은 개천가 뚝에 가 있었다.

한없이 펼쳐진 토끼풀 밭에서 두처녀가 뭔가를 뜯고 있었다.

핸드백과 가방을 한쪽에 놓아두고 ,, 한아가씨는 힌색저고리에 흑청색 주름치마,

또 한아가씬 분홍색 스웨터에 무릅까지 오는 미디였지만 하이힐을 신은 북녘처녀들은

잠시 날 우리와 비교하게 했다.

빗줄기가 더 굵어져도 그들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키는 작지만 호리호리한 몸매 했빛에 그을린 맨얼굴에 또렸한 눈동자

한결같은 새까만 머릿결 그리고 묶은머리 ,,

정녕 이들은 같은 민족이면서 또 누구란 말인가,, ,

공단을 오가며 고개부터 등까지 빳빳이 세우고 자전거를 타는 북한 여성들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바로 그 눈빛이었다. 7,8십년대 공장에서 일했던 우리 아저씨 아주머니들,,

일은 비록 힘들지만

꿈과 희망을 담은 바로 그 빛나는 눈동자들,,

어느날 퉁탕거리는 소리에 2층 사무실에 올라가 봤더니 수건걸이가 떨어져

북쪽아가씨 둘이 벽에 못을 밖고 있었다. 험하고 무거운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내가 대신 못을 밖다가 망치로 손가락을 쳐 며칠간 손가락이 쓰려왔지만 ,,

남자가 하는 일상적인 그런일들을 그녀들은 당연한 듯 하고 있었다.

길거리를 지나며 그들을 지켜보면 대체로 매력있는 얼굴이다.

갑자기 ‘남남북녀’ 란 낱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떤일을 하던 2인1조로 감시체제를 갖고 특히

외부 사람들과 의 대화나 업무과정에선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았다.

남과 북 서로간의 대치상황과 이 평화로운 일터에서

남은 남대로 생산스케쥴과 떨어져가는 신용과 오더에 말못할 고민을 남기고

북은 북대로 개성 주변까지 포함 7만여명의 생사를 담보한 불투명한 근무여건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고 난 이제 철수해야할 날이 왔다.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그녀들은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인사를 하는것도 어색해 했다. 난 이해한다. 그들도 뭔가 고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표현을 할수 없지만 그들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서북쪽 민둥산이 군데군데 보이고 개울을 사이에 두고 펼쳐져있는 벌판을 지나

파주 간판이 보이는 남쪽땅에 도달할 때까지,,

비가와도 그저 비를 피할 생각도 않고 묵묵히 비를 맞는 그녀들이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