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의 경우를 생각해본다,

전에 탤런트 신구씨가 모 씨에프에서 [니들이 게맛을 알어?] 비웃듯 말했는데. 대표적으로 꽃게라 칠 때 전에 게는 잘 상해서 리어카째 버리기도 많이 했고 찌개나 국으로 해먹거나, 쪄서 먹는 게 다인 줄 알았다. 허나 냉장기술이 좋아지고 유통도 빨라져서 그리고 [게장]이란 다른 수단이 생겼기에 없어서 못 팔 지경이며 맛도 업그레이드 되었다.

내가 신구씨에게 [아자씬 게장맛을 아시우?]라고 묻는다면 그는 어떤 표정이 될까? 나아가 생선회맛은 아시우? 삼겹살맛은? 피자맛은? 콜라맛은? 후라이드 치킨 맛은? 와사비맛은 아시우? 라고 묻는다면?

 그 모든 것을 일반적으로 먹게 된 것은 겨우 이삼십년 안쪽 아닌가 싶다. 하다못해 초딩땐가, 전에 없었던 불고기 처음 먹었을 때의 그 맛이란 얼마나 환상적이었는지...

구세대에게 그런 말을 했을 때, 자기 입에 안 맞는답시고 닭은 역시 백숙이 최고고 피자보다 훨 나은 것이 빈대떡이라고 주장해보라, 돼지고긴 그저 탕이나 찌개, 혹은 삶아서 먹는 것이 진짜라고 우겨보라. 콜라나 햄버거보다 낫은 것이 식혜나 쑥떡이라고 주장해봐야 젊은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왕따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할아버지의 입맛자체를 불신할 것이다. [피자나 후라이드도 아주 맛나구나] 정도는 되어야 할아버지의 입맛을 믿게 되며 외식자리에도 청하고 퇴근할 때 사다 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 할아버지가 찬하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고 홍어회든 백숙이든 그 싫은 콩이든 뭐든 먹어보려 할 것 아니겠는가?

나도 내 자식에게 먹을 것과 예절과 교육에 대해 [내 어릴 때는..] 소리를 한두 번 한 게 아니었으나 거의 먹히지가 않았다. 포기하고 아이들 취향이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니까 그제야 넘들도 아비도 외계인이 아니었구나 하고 귀를 기울이는 눈치다. 신,구세대의 그런 갈등은 새삼스런 것도 아니며 원시시대부터 수천 년간이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고작 이삼십년 상관의 음식선호마저도 그럴진대 교육이나 인생관, 양심의 문제인 사상은 오죽하겠는가? 나도 보릿고개 세대가 아니라선지 아무리 보릿고개해봐야 실감을 못한다. 현재 폐기되는 음식물쓰레기가 년 간 십조 원 가까이 된다는 것만 안다. 아무리 북괴 공산당해봐도 어릴 때 당장 내일이라도 터질듯했던 전쟁은 오십 년 다되어 가도록 안 터졌다. 북한 이내 망한다고 한 것도 물론 뻥이었다. 나중에야 7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이 남한보다 더 잘 살았으며 지하철도 더 빨랐으며 권총하나 못 만드는 우리에 비해 북은 대포나 잠수함까지 만들고 있었음을 알았지만.

간간 주장하는 바지만 빵만이 전부가 아니다. 경제 말이다. 여러 면에서 입증되고 있지만 물질적인 풍요가 반드시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빵보다 훌륭한 가치는 많고도 많건만 사람들은 그저 오로지 빵만을 추구하는 성 싶다.

상대적빈곤이 작용한 측면이 크지만. 근래 조사로는 중미의 여러나라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편이라는데...최빈국인 방글라데시를 비롯하여 많은 빈국들이 상위에 올라있다. 우리는 수십만 수백만이 굶어죽는다는 북한의 참상을 들으며 턱없는 우월감에 안도하는 듯싶다. 그저 빵만 던져주면 북한쯤 잘 요리할 수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진 것도 같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남북한의 행복지수를 비교하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공연한 분란 일으킬까봐 이만 멈추는데...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선조들이 그랬듯 인간이란 배고픈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람이란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법이다. 痛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그 형용사이다. 북이 괴멸하더라도 중국에 흡수되면 흡수되었지 결코 남한과의 통일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ㅠ

우리는 도덕적으로 얼마나 우월한가, 문화적으로 얼마나 우월한가, 자주라는 것에서 얼마나 우월한가, 사회정의면에서 얼마나 우월한가가 화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겸허..........

나이든 분들은 먹거리경우를 생각해보고 완고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기 바라며 청년들은 경솔에서 좀 더 신중해졌으면 더 바랄 바가 없겠다.

푸르른 날 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