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FISHING !

물고기 낚시도 아니고 이 무슨 황당한 낱말인가 !

근데 이건 뭐 신종 단어도 아니고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한

당당한 업종의 하나이다.

유례없이 대통령이 자살하고 , 가계 빚이 수백조에 이르고 , 거리엔

온통 백수와 백조가 백색 물결을 이루자 낚시꾼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그이름 하여 VOICE FISHER ,,,

 
5월의 아까시아 꽃향기도 도심의 매연과 더위의 2단 공격으로 냄새를

퍼뜨리지 못한 일요일 오후 ,, 느닷없이 벨이 울렸다.

 
“ 따르르릉 ” “ 따르르르릉 , 따르르르릉 ”, “ 딸깍 ”

“ 여보세요 , 여보세요 ” , “ 누구세요 ”

“ 여보세요 ! ”(약간 얕으막 한 톤의 30대쯤으로 들리는 ,화급한 목소리로)

“ 거기 대진이네 집이죠 ” “ 예 ” “ 근데 누구시죠 ”

“ 예, 전 대진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인데요” “ 예 ? ”

 
초등학교 5학년인 대진이는 태권도학원에 잠깐 다녀와서 피곤한지

지금 거실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다.

‘ 무슨 말이예요 대진이는 지금 집에 있는데,, ’ 이 말이 막 튀어

나오려는 순간 참았다. 이 자가 지금 사기 치는게 분명했다.

어디서 정의감이 밀려와 이자를 잡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침 대진이가 깨어서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 핸드폰으로 112에 신고해 - 한손으로 쪽지에 써서 눈짓을 했다.

“ 지금 대진이는 어디 있나요 ” “ 대진이는 내가 잘 데리고 있으니까 걱정마슈 ”

“ 헌데 내가 돈이 좀 필요하니 아저씨가 돈을 좀 보내 주시면 대진이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 갈꺼유 "

시간을 좀 끌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친구 아무래도 초범인가 내 목소리가

별로 떨리지도 않는 것도 눈치 못채다니,,

" 얼마나 필요합니까 ? " “ 1000만원을 00은행 000-00000구좌로 15분내로 입금하세요 ”

“ 지금 당장 그렇게 큰돈이 어디 있습니까 ! 경제도 어려운데,, "

" 아니 그럼 이애가 1000만원 가치도 없습니까 "(약간 심사가 틀리는 목소리로)

" 정 그렇게 나오면 이애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

“ 아 그래도 당장 돈이 있어야 하지요. 요즘 빚을 얻어 카드도 신용불량이어서

300만원 꾸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

정말 대진이가 내곁에 있지 않고 실제 잡혀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흥정은

어림도 없을것 같았다.

“ 300은 않되고 500 부치세요 ” 만일 경찰이나 누구에게 알리면 당신아들 목숨은 없는 걸로 아세요

“ 근데 아이가 잘 있다면 아이 목소리를 한번 듣고 싶은데 바뀌줄 수 있나요 ”

그러자 어떤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엉~ 엉~ 아빠! 아빠 나 대진이야 ! ” 아이는 울먹이며 자기를 구해 달라고 하는데

잡음이 많이 섞여서 아이의 목소리를 잘 구분하기 힘들었다.

이내 그자가 받아 15분 후에 다시 연락 하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 사이 경찰이 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서 곧 다시 전화가 걸려올 것이니까 통화자 추적 장치로

상대자를 잡을 수 있냐고 물었다.

경찰은 KT 협조를 받아 추적을 해야 하는데 보안상 이유와 신분 확인 그리고

00보호법 어쩌구,, 복잡한 이유로 추적이 곤란하다고 했다.

얼마전 GAG CON(개콘)에서 이런 유행어가 있었다.

“ 조사하면 다 나와 ! ”

뭐가 다 나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 여하튼

(아이가 납치되지 않은 가짜상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경찰은 도와주러 왔는데

머리에 스팀은 받고,,

그럴듯도 했다. 하지만

상대는 공갈 현행범이고 악덕 사기꾼인데 이런 자를 잡는데 통신사의 협조를

제대로 못 받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화 벨이 또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 왜 500만원을 부치지 않는 겁니까 ! 이 애가 죽어도 좋은 겁니까 ”

“ 아니 그게 아니라 아직 돈이 ,, ” 그러면서 경찰관에게 전화를 바꿔 주었다.

“ 나 경찰이다, 너 누구야? ”

“ 엥 누구라고 장난치지마 ,, ㅎ ”

“ 뭐라 ~~~ 뭐라 ~~~ ” 뮈라고 한참이나 통화하다

눈치도 어지간히 없는 피싱범 그래도 체면은 있어서

“ 네 아이 재미 없을 줄 알아라 ,, ” 하며 갑자기 뚝 끊었다.

오랜만에 월척을 낚았는데 수초에 걸려 낚시 줄만 끊기듯 ,,

재수 없는날 초보 피싱범은 오늘도 이렇게 해프닝을 겪으며 ,, 더 지능적이고

더 간덩이가 부어가지고 프로 보이스 피셔로써 돌아와

정보가 이미 노출된 전화번호에 무작위로 벨을 울려댈 것이다.

자기가 알지 못하거나 이상한(?) 전화번호가 뜨면 통화 버튼을

누루기도 겁난다.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차고 있는 개목사리는

이제 현대사회의 필수품이기 이전에 ,, 스트레스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