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나보다 못나고 공부도 못한 친구가 크게 출세한 경우가 많은데 출세가 성공 혹은 인간됨의 바로미터는 물론 아니지만... 왜 그럴까? 혹시 이름이 좋아서?

전에 성명학에 대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주변에 대입시켜보고는 아무 영양가도 없음을 알고 걷어치운 적이 있다. 알다시피 동성동명임에도 그 실체는 천차만별이니까...사주팔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긴 해도 아이디나 대명을 보면 당사자의 성향이 얼마간 반영되는 성싶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운명철학자들은(특히 성명학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그 사람에 대한 많은 평가와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항렬에 따라 혹은 할아버지 부모의 일방적인 작명으로 되는 호적상의 이름과 달리 아이디나 대명은 스스로 짓는데 역시 보통사람이라 해도 어지간한 연륜이 있다면 그 아이디를 쓴 당사자의 나이나 철학, 혹은 정치적 성향까지 어림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내 아이디는 heyhi다)

적어도 내 관점으로는 아이디에 한자가 들어가면 마흔살이 넘어가는 연배로 추측한다. 알아볼만한 영어가 들어가면 한 이삼십대 정도 아닐까싶고..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영어 같은 건 일이십대내지 특수한 사정의 프로기사 같은..여러 경우가 있을 것 같다.

하여간 오로 회원들의 대명만으로 상기되는 이미지나 역설을 재미삼아 나열해봤다. 그간 당사자가 발표한 글과는 상관없으며 성별, 나이와도 상관없음을 분명히 해둔다. 미천한 필부의 눈에 비친 편견이고 주관일 뿐임을 감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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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쿠션; 이리저리 세 번 퉁기고서야 목표에 적중하는 것이 스리쿠션이다. 목적은 달성하나 그야말로 좌충우돌 때문에 분란이 많은듯, 현대에 맞게 직사포인 포켓볼로 바꾸면 어떨지

꽁꽁수; 비장의 무기, 암중의 한수는 있을지 모르나 어감상 답답하고 답보틱한 기운이 감지된다.

여름뜰; 이상은 녹색바다의 권태에 대해 쓰기도 했지만 여름뜨락엔 온갖 초목들이 만발했으리라...매미소리 풀벌레소리 초목의 자라는 소리등 귀나 머릿속이 꽤나 시끄러울듯.

하수무명; 물론 하수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는다. 혹 유명고수가 되길 꿈꾼다면 스스로의 이름부터 귀하게 여기는 것이 첫걸음이다. 알려질 만하면 바꾸고 또 바꾸고 유명을 걷어차고 있잖은가.

선비만석; 넉넉한 만석지기가 연상되는데 대개의 선비는 궁색한 처지로 안다. 게다가 성명학 책에서 본 바에 따르면 萬이나 石자엔 안 좋은 운이 작용한다고 들었다.

선비무도; 선비가 댄스를 한다? 멋과 풍류를 아는 선비...다재다능한 느낌이 든다. 다난다사일지도 모르지만...

youngpan; 어찌 보면 동안童顔이라고 읽히는데 반로환동을 꿈꾸는 도사..수행자 아닌가싶다. 실제 섭생이나 마음수양이 입신에 달해있는 것 같다.

태평역; 평화가 머무는 역? 장소? 무슨 뜻인지 아리송하지만 일찍이 태평한 강호는 없었다. 더욱이 오로는 풍파의 도가니지 결코 태평한 공간이 아니다.

소라네; 처음에 보고 혹시 딸 이름이 소라아닌가 싶었다.

팔공선달; 선달이란 벼슬 못한 선비를 뜻하지만 한량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심적 여유가 많은 듯싶고 거칠 것 없이 휘적휘적 걸어가는 장부의 모습이 연상된다.

나무등지고; 배후를 의식하는 걸 보니 소극적이고 독립심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역설적으로 어디에도 영합 않는 나 홀로 아웃사이더 같다.

AKARI; 실제는 전혀 아닌 출전이던데, 버섯이나 물이 연상되었다. 오염을 씻어줄 영험한 버섯과 약수를 갈망하지 않는 현대인이 어디 있을까

은빛하늘; 은빛이란 사실은 회색에 가까운 별 매력이 없는 색 같다........략

월력; 달에 역사가 있을 리 없고...달력을 말하는 걸까. 덧없이 흐르는 세월에 아쉬움이 많은가보다.

콩쥐렐라; 콩쥐와 신데렐라의 합성어일 텐데 동서를 넘나드는 그의 재기일지 산만이 엿보인다. 그의 지금까지 대명중 가장 재치 있고 기발하다. 상표등록해도 좋을 것 같다.

영바모; 노사모등이 연상되는 어떤 모임이름 아닌가 싶은 오해를 많이 살 것 같다. 개명이 필요한 이름 같다.

별천지; 별유천지 비인간이라는 유명시가 있는데 무릉도원 같은 이상향을 꿈꾸는지

독왕전설; 당연 무협지가 연상되는데 혹 무협작가일지도 모를 일이다.

달빛담근술; 멋이 절로 풍겨난다. 머루랑다래, 구름바람재, 술익는향기등 많지 않은 멋진 대명중 상위크라스에 속할 것이다.

파립; 김삿갓 같은 고독한 방랑자일까, 찢어진 삿갓사이의 예리한 눈길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일곱길거리; 인터체인지같은 여러갈래의 길이란 복잡하지 않을지..단도직빵을 추구해야할듯...배려도 중요하지만 현대세상은 정곡과 의표가 제격일 수 있다.

낙지대그빡; 재치와 익살이 넘치지만 동물애호론자인 필자가 볼 때는 별로다. 가령 ‘멍멍탕댓길’이란 대명과 크게 다를 수 있을까....

눈의소리; 눈의소리란 무엇일까, 멀리서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고 어느 시인은 읊었는데..

멀리보며; 멀리는 잘 볼지 몰라도 역설적으로 근시가 아닐까 염려된다.

강호천추; 천추커녕 삼추도 안 되어 스러질 화상일지 모른다. 현재 겨우 이추 가량 지났다.

더 많은 이들을 논할 수 있지만 이쯤 해둔다. 사실 논평 풍자의 여지도 없는 무미건조한 대명도 많다. 급조한 티가 풀풀 묻어나는 대명도 넘쳐난다. 좌우간 단순하든, 깊은 뜻이 있든 없든, 모두 개성이고 취향이다. 괜스레 돌팔이에 영향 받아 개명해서 벌어지는 사태는 절대 책임 못 진다. 이상의 주먹구구에서 3분지 1만 맞아도 돗자리 펴겠지만 그럴 가망은 전혀 없다.

사실 반 이상 농담이건만 심각히 받아들여 정색한다면 난 정말 몸 둘 바를 모를 것이다. 실은 이 기회에 여러분들 대명의 의미를 스스로 실토하여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도 좋지 않나 싶은 내심도 있다.

하여간 가능한 한, 이름은 하나인 것이 옳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스스로 자중자애 않는 이를 누가 존중하고 인정할 것인가..모두를 속여도 하늘과 땅과 스스로의 양심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좋은 밤 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