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지 맑은 날이다.

‘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음악시간

귀 따갑게 불렀던 구절이 가물거리는 듯 잎사귀들이 자꾸 번져 가지만

가슴속 깊이 드리워진 회색 커텐은 언제 걷어 올릴지 모르기에 ,,

난 황량한 벌판에서 네잎의 크로바와 미모사를 찾고 있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다 할순 없지만, 그래도

추억에 젖는 이 순간 만큼은 퍽 행복했다.

 ~~~~~~~~~~~~~~~~~~~~~~~~~~~~~~~~~~~~~~~~~~

어디서 구하셨는지는 몰라도 아버진 그 꿩총을 무척 아끼셨다.

웬체스터 5연발  중고지만 그래도 명품이라고 자랑스럽게

어깨에 메고 크린트 이스트우드 부럽지 않은 눈빛과 일자 걸음걸이로

뿌연 안개 감도는 마을을 지나 논두렁을 건너 열두다리로 부터

시작되는 얕으막한 산길로 걸어가셨다.

얼마후 온 산을 진동하는 듯한 “ 타~앙 ” 하는 굉음이

이산 저산을 되돌아 메아리 되어 울린 후 장끼 한 마리를 왼쪽

옆구리에 차고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듯한 그 기분을 만끽하셨다.

메추라기 사촌형뻘 되는 까투리는 그렇다 쳐도

장끼의 그 화사한 문양은 마치 이스탄불의 현란한 야경을 연상케

하거나 고구려 벽화의 화려한 색채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대부분의 동물은 수컷에 장식을 달아 줬지만

유독 인간 만큼은 여성의 손을 들어준 까닭은

오직 창조주의 심오한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KEN’이라 불리는 얼룩무늬 사냥개는 언제나 같이 갔지만 우리

형제들 중엔 단 한명씩만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아버지가 세우신 사냥의 원칙 제1호 였다.

모든 태엽이 한꺼번에 풀려 터져나오는 듯한 그 총소리에

빠져버린 우린 무척 따라가고 싶었지만 순서를

기다려야 갈 수 있었기에 아버지가 사냥 가시기만 눈빠지게

기대했다. 실로 개만도 못한 대우(?) 였지만

왜 그게 그렇게 기다려 졌는지 ,,

어느날 넷째가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따라 나섰다.

아버진 못오게 하셨지만 황소고집인 넷째는 끝까지 울면서 �i아왔다.

�i으면 집에 가는척하다가 또 따라오고 또 �i으면 멈��거리다

계속 따라왔다. 울면서

다리를 건너 신작로를 지나 논뚝 길을 가로질러 빼뽀 입구까지

한 10리를 따라오자 어쩔수 없이 같이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날 처음으로 한명 동행원칙을 깬 날이다.

산모퉁이를 막 돌아 나올때다.

키가 하늘높이 자란 소나무들 숲속에서 “퍼드드드득” 하며

꿩 한마리가 하늘높이 치솟았다. 뒤이어

“ 탕 ” 하는 굉음이 울렸다.

날아가던 꿩이 잠시 주춤하더니 날개를 편체 계속 날아갔다.

분명 총에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KEN’과 우리 셋은 꿩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무턱대고 뛰어 갔다.

밭과 둔덕을 넘어 벌판쪽으로 계속 �i아갔다.

꿩의 속도가 너무 빨라 총에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약 30분도 넘게 뛴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저 앞 논두렁에서 ‘KEN’이 떨어진 장끼 한 마리를 입에 물고 뛰어왔다.

꿩은 양쪽 날개가 멀쩡했다. 날개를 활짝 편채로 죽어있어 그렇게

멀리 날아간 것 같았다.

하지만 ‘KEN’은 물고 있는  꿩을 절대 입에서 놓지 않았다.

주인이 달라고 해도 도망갈 뿐 놓지 않았다.

우린 할수없이 그대로 집으로 왔다.

집에 다 와서도 10여분 실갱이 끝에 간신히 꿩을 뺐을수 있었다.

개도 사람도 법정스님이 쓴 책을 다시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아버진 어느날 이름도 이상한 ‘게오’란 큰 새를 잡아 오셨다.

자전거 뒷좌석에 싣고 오셨는데 집에 와서도 살아 있었다. 근데

또 얼마나 큰지 학보단 작았지만 거위보다 더 큰것 같았다.

아마 철새로 오리종류 인 것처럼 보였다. 무용담을 좀 빌리면

벌판 뜰에 새까맣게 떼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뚝 밑으로 살금살금

가서 보니 보초선 놈들이 벌써 눈치채고 반대편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정거리에 들어오질 않아 논두렁 밑으로 반대편을 돌아 낮은포복

자세로 고개를 들어보니 “꽥! 꽥!” 하며 일제히 날아 올랐다.

동시에 뛰어나가 가장 가깝게 나는 목표를 향해 2방이나 쏘고야

1마리를 간신히 떨어 뜨렸단다.

그 고기는 처음엔 맛있었다.

볶아먹고, 튀겨먹고, 찌개해 먹었는데,, 워낙 커서

일주일 동안 먹다먹다 남겨 버렸다.

허탕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근데

하늘에 뭔가 돌고 있었다. 날개가 엄청 큰걸 보니 독수리였다.

높이는 약 50M쯤 되어 보였다.

거리는 좀 멀었지만 그냥 쏘았다. 순간

날개가 멈짓 하는것 같더니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며

낙하하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한쪽 날개가 부러진 채 도망도 못가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근처 동네사람 몇 명이 구경나왔다.

사람들은 신기한지 독수리를 만져 보려 하다가 날카로운

발톱에 발목을 찔려 피를 줄줄 흘렸다.

아버진 생포하는 과정에서 손등에 상처를 입었다.

독수리는 역시 독수리였다. 피를 보면 봤지 쉽게 잡히진 않았다.

아직도 거실에 박제되어 있는 독수리는 수십년이 흘러도

살아 있는듯 그 위용을 잃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