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난다.
아지랑이가 이는 들깨밭 오솔길 사이로 보이는 성남병원 벽돌 담장을 돌아 시장통
골목을 거쳐 군청옆 신작로를 지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국민(초등)학교에 처음 가던 날이,,,

‘ 얘야 , 학교에 가서 잘 배우고 너의 꿈을 맘껏 펼쳐 보아라 ’ 그리고
‘ 세상은 네가 이제 알겠지만 넓고 다양하며, 널 만나줄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단다 ’
‘ 거긴 네가 이세상에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멋진 곳이란다 ’
윗옷 왼쪽 가슴에 힌 손수건을 달아 주시며 어머닌 이런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축복을 받지 않고 태어난 사람은 없을테지만,, 미국에서 태어났던
유럽에서 태어났던 아프리카 흑인으로 태어났던 그가 인도나 중국의 오지에서 태어났던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어머니이며 그 주변 환경이다.
그게 항상 가슴팍 어느 한구석에 존재하는 고향이다.
이는 누가 뭐랄수 없는 우연이며 동시에 필연이다. 그게 풍요롭던 또는 열악하던
태어남 그 자체는 가장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신은 또 왜 PANDORA BOX를 열게 하셨는지,, 티없이 맑고 고운 아기의
눈동자는 자라면서 어쩔수 없는 선과 악의 갈림길을 접해야 된다.
책상사이를 무한정 뛰어다니며 개구쟁이 짓을 하며 장난치다 다치며 놀부의 아이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지 말라는 방향으로만 행동한다.
부모의 의지와는 아무 관계없이 ,,

천번 만번을 참으며, 모든 괴로움을 인내하며 어머닌 자꾸 변해 간다.
이영애 보다 맑은 미소를 갖고 전지현 보다 날씬한 몸매를 가졌던 몸매가 주름살이
생기고 뚱뚱해져 갔다. 하지만
빛바랜 젊은시절 자기 사진을 보곤 어떤 불평도 하신적이 없다.
우린 항상 그런 것을 보아 왔기에 어머닌 항상 속으로 삵히고 참아야 되는 존재로
여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로 대양의 파도처럼 모든 것을 감싸 안을 넓은 가슴을 어머니 만이 가졌는지 모른다.

 
옛날 엄마들은 아이가 잘못을 하면 회초리를 드셨다. 한번 맞아본 아이는 회초리를
손에 들기만 해도 얼굴이 사색이 되고 그 두려움에 벌벌 떤다.
맞을 때 아픔보다 어머니의 그 날카로운 눈빛과 엄숙한 태도 그리고 압도적인
분위기가 더 무서운 것이다.
아이의 성격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그 벌을 기꺼이 행하셨다.
악에 맞서는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 자기 분신의 매맞는 아픔에 어머니
자신은 더 아플테지만 자식의 미래에 좋을수 있다는 신념 만으로 그 고통을 참으셨다.

 
얼마전 피겨의 떠오르는 샛별 김나영의 프로를 TV로 보았다.
그녀의 모든 훈련은 어머니가 맡았다. 몸이 아파 눈물을 흘려도 어머닌 절대
봐주지 않았다. 제 2인자는 필요없는 피겨계에서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결코 봐줄수
없는 엄한 어머니이지만 누가 그녀 어머닐 엄하다고 할 수 있는가 !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 어머닌 속으로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어머닌 한가정을 이루는 중심이 되었다. 컴퓨터로 보면 CPU 쯤에 해당된다.
남편이 백수면 새벽에 생선이나 야채를 떼다 팔아 생계를 꾸리고
설거지 빨래 청소에다 온 식구의 밥을 챙겨 먹여야 한다. 그리고도 모자라 시어머니의
병수발 시아주버니 생활비까지 걱정해야 했다.
우리사회에서 엄마없인 단 하루도 살수 없을 것 같다. 그 상상조차 두려운,,

그래서인가 모든걸 엄마에게 의지하고 심지어 자기가 해야할 일마저 모두 엄마에게
맡기다 보니 자꾸 약해지고 독립성이 없어져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닌 것 같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을 잘 양육시켜 사회에 나가 잘 살수 있게
돌볼 책임은 보이게 보이지 않게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이 시험을 보거나 중대한 일이 닥치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절에 가서
빌거나 기도를 한다.
결혼할 상대를 데려오면 점을 보거나 궁합을 보며 사주팔자를 따진다.
자식이 객지로 떠나는 날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서 한없이 지켜보는 어머니
잘못되어 감옥에 가면 어머니 자신이 잘못한 냥 잠도 편히 주무시지 못한다.
자식이 혹여 잘못될까 ,, 걱정 근심이 항시 떠날 수가 없는 어머니
무조건 주는 ,, 일방적으로 받아주는 ,,
어머니 그 자체는 어떤 말이나 수식어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 어느해 여름방학 출세하여(?) 난생 처음 서울에 갔다.
흑석동 이모네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첫 3일간은 너무 좋았다.
토끼풀을 뜯어 토끼에게도 주고 사촌 동생들과 잘 지냈는데,,

시간이 더 지나자 뭔지 어린마음에 차별하는 것 같구
우리 집과는 너무 다른 어색한 분위기에 억눌릴 수 밖에 없었다.
저녁상에 일곱명이나 되는 가족에 끼어 식사를 했지만 그 귀한
생선에는 내 젓가락을 가져 갈 수가 없었다.
탈렌트 김정은과 똑 같이 생긴 여동생은 책상서랍을 열지도
못하게 하였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양손에 참외를 가득 들고 엄마가 오셨다.
' 아 ! 어머니 '
난 엄마를 본 순간 ,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동안 서러웠던 , 그리웠던 , 뭔가 참아왔던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어머니 앞에선
그쳐야지 하면서도 그져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
                                 - ‘아롱거리는 추억의 저편’ 중에서 -

 
손등은 거칠어지고 힌머리에 주름살이 깊어가는 어머닌 우리가 오면
너무 반가워 표정은 없지만 그래도 한줄기 스쳐가는 미소는 ,,
미비한 나의 표현으로도 그게 한없이 기뻐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진달래처럼 부드럽고 목련처럼 청백하며 장미처럼 화사하고, 들국화처럼 수수하고
안개꽃처럼 알수 없으며 민들레처럼 강인한 모습의 어머니,, 하지만
정말 엄마가 좋아하는 꽃도 알지 못하는,,, 우리는

꽃은 언제까지나 붉을 수 없듯이
백세, 이백세까지 사시길 바라지만 ,, 輪回(윤회)의 피할수 없는 자연법칙 앞에서
어머닌 어느날
홀연히 떠나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