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봄기운이 창을타고 들어온다

내 어릴적 어느 봄날에 돼지 저금통을 털어서 문방구로 달려가 꽃 편지지를 사들고
캔퍼스라 했는가.? 야외에서 그림 그릴때 받쳐 쓰던거...?
여튼 그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뒷동산을 올랐다 연애 편지를 쓰기 위해서...ㅋ^^+
초등학교 6년중 5년을 직선으로 회장을 맡았고 내 첫사랑은 부회장을 ...
자연 우리는 학교에서 엘리트 대접(?)과 함께 방과후 선생님과 별도의 시간을 가지며
주변의 부러움과 시기의 시선을 한껏 나눠 가졌다

공부도 경쟁을 했지만 선달이가 다소 앞서갔고 자연 그핑계로 그녀를 자주 접할수
있는 특권을 누리며 나만의 아성을 쌓아갔는데...
뜻하지 않는 복병이 나타난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녀석이 그녀를 가로 챈거다
지금에야 이해 되지만 ...전혀 남남이던 둘 사이가 녀석의 아버지가 재혼을 하면서
그녀를 뺏어가 버린거다 우째 이런일이 일어날수 있었단 말인가.
그넘의 새엄마가 그녀의 엄마와 자매지간 이었으니 갑자기 둘은 이종(?)이 된것이다

두사람은 자연스레 왕래가 잦아지고 내가 보기엔 그눔이 뻔질나게 만드는듯 했다
위기감은 현실로 나타나고 불안하던 한달이 지나고 새학기 6학년부터 나의 악몽같은
시간은 6년여 지속되고 마무리 될줄이야...
그첫 이별은 6학년부터 반이 갈려버린 것이고 각오 했지만 변화 없을 것이라 다짐했던
중마을 이주 3년(남녀 분리) 그리고 고딩 3년중반까지 이어졌다.

초딩마지막 일년은 셋이서 그럭저럭 버티었지만 중마을 이주후는 완전 단절 되어 버렸고
모든게 자연스럽게 친구에게로 넘어갔다 지눔이야 누가봐도 이상할게 없지만
나는 머리깎고 다른 절집으로 갔으니 자연 어색해지고 주위도 거북해진 것이다
운동도 공부도 얼굴도 몸매도...뭐하나 지지 않던 내가 처음으로 그눔에게 열등감을
느꼈고 사랑(?)을 위해 비굴해지기 시작했던 시절 이었다

코도 질질 흘리고 좀 어눌하던 눔을 다른 친구들 앞에서 감싸줘야 했고 아무도 함부로
못하는 나를 지 마음대로 오라가라 했다 물론 첫사랑이 명분이니...
빤한 동네에서 따로 만나는 정서는 언감생심(집 쫓겨남. 아님 달모가지 부러지는 세상) ^^:
겨우 마음 달래는 것이 그놈을 통해 편지 보내는것인데 이것 또한 발목을 잡으니...
소문나면 그것 만으로도 나는 부끄러워 학교를 못갈테니까.

낮에는 얼씬도 못하고 밤에만 고양이처럼 주위를 경계하며 그녀 집으로 가서
담으로 풀쩍풀쩍 뛰어 보고 대문 틈으로 들여다보다 인기척에 놀라 천리만리 달아나고
혹여 그녀가 마당으로 나오면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지나갔다

"한번쯤 말을 걸겠지 언제 쯤일까 언제 쯤일까 ~아~아~

다음날 답장이 오겠지 마음 졸이고 있는데...그눔이 다가와 좀 보잰다

아주 위풍당당하게 말하는 녀석.

야...가가 카는데 그카지말고 보고 싶으면 집으로 오라 카더라.
니 와카노..? 다른 아들 알면 무슨 우사고. 응.

그날 하루는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수업시간에 멍때리다가
생애 처음으로 선생님께 불려나가 엉덩이를 맞았는데 감각도 없었고 부끄러운줄도...
누가 나를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저녀석도 아는거 아냐..?)
여튼 이런저런 사건속에서 가슴앓이 하는 중마을을 3년을 그눔에게 농간 당하면서
보낸것을 알았는것은 한참 지나서 였으니...
그녀의 마지막 편지에 나보고 실망했다는 말에 그눔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봐도 그만인 안부 편지는 전하고 예민한 편지는 한번도 받은적이 없다는데...
이미 그녀가 서울로 떠나는날 나에게 직접준 편지에 담겨 있었으니.

중마을 시절에 잊지못할 여인을(?) 빠뜨릴수 없어 한가지만 소개한다
초등시절부터 유독 나를 좋아하는 티를 내어서 나를 곤혹스럽게 하였던 여인인데
내 책상속에 사탕을 넣어놓고 회장 선거때는 유세하고 다니고 수업 시간에도
나만 빤히 쳐다보다 선생님께 혼나고 나까지 불려 나가게 하고...
얼굴은 예쁜데 공부를 못해서 왠지 그때는 추(?)하게 보였다

그녀가 나와 마지막 부딪친건 밤길 골목에서 였다
그시절 골목길은 낙서 투성이었는데 내 영역을 점검하는 순찰을 돌고 있다가
누군가 내영역 표시에 손을 대고 있었다 여자다. 근데 생김새가 첫사랑은 아니고..
달려가서 보니 그녀다. 무언가를 열심히 작업 하는데 아...이런 괘씸 할데가 있나 ?
선달이 애인 그녀라고 써 놓은게 아닌가. 먼저 글은 숯으로 지우고...

그시절 다른곳과 화장실 특히 골목길은 거의 이런 글로 도배되어 있었다
ㅇㅇ 애인은 누구...
ㅇㅇ 랑 ??했데요...
얼레리 꼴레리...
근데 내가 자필로 써놓은 선달이 애인 첫사랑...을 그녀가 지우고 자기 이름을 ...

화가나서 회장 직권남용하며 그녀를 다그치니까...
나를 한참을 쳐다보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고 아주 표독스럽고
비장한 눈으로 나를보며 말했다.
니진짜 너무 한데이. 내가 니하고 뭐 하자 카더나.니하고 친구 하는게 이렇게 힘드나
니가 그래 잘났나.?
내 다시는 니 안볼끼다 학교도 안갈끼니까 이르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라.

그렇게 그녀는 달아났고 나는 멍하니 보고 있었다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첫여인을 보았고 가슴은 휭하니 뚫려 있었다
그이후로 그녀를 학교에서 보았다는 사람이 없었고 자책감으로 한참을 가슴아파 해야했다
하지만 오직 나의 머리에는 첫사랑 밖에 없었으니 이내 잊혀졌고 누군가 그녀를 들춰내면
가슴이 쿵쿵 뛰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정도 였으니까.

여튼 여러 사건들속에서 얼굴을 못보고 지낸 3년에 가슴은 새카맣게 타버렸다
고딩으로 들어 가면서 상황은 조금 반전 되어 얼굴은 볼수있는 처지가 되었는데
그것이 또한 보통 가슴 앓이가 아니었으니...
얼굴은 통학 시간 맞춰서 차를 타면 볼수가 있었지만 공백기간이 갈라놓은 어색함과
사회적으로 성숙해버린 우리의 모습에서 또 제약이 많았다

등교 할때는 10여분에 차 한두대 차이로 만날수 있었지만 하교때는 기약이 없어서
그녀의 학교 앞에서 그녀가 타지 않으면 그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고 다음차를 타서
그녀가 없으면 또 내리고 그러다보니 승차권은 맨날 모자라고 학교에서 승차권 빈대가 되고
그냥 그녀와 같이 차를 타고 간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는데...
그것이 그당시 삶의 전부였던거 같다

그리고 2년 반만에 그녀가 전해준 편지는 지난 가슴앓이가 모두 나의 탓이요
그놈의 농간에 그녀는 실망만 안고 그동안의 나를 원망 하였다는 말과 함께
서울로 전학을 가버렸다 그것으로 우리는 40여년을 볼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날 술을 진탕 먹었고 그놈을 잡으러 갔지만...어떻게 할수가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과 그게 전부는 아니고 그녀가 대인기피증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나니..
그동안 그녀가 바깥 출입을 한일이 없었던게 떠올랐다.

둘은 술을 진탕 마시며 사나이 흉내를 내면서 화해했고 나도 양해를 했다
그녀를 팔았지만 그녀와의 사이에 나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데 공감 했기에...
그것은 그눔도 내 두살 아래 여동생을 좋아해서 뻔질나게 우리집을 드나 들었다는
고백을 받고 나서야 우리는 오히려 상대를 격려하는 우스운 술판을 벌렸다
결국은 두사람다 상처를 받고 그렇게 지금 50을 넘기고 있는 것이다.

벌써 10여년 전인가 한다
우연히 그녀석을 만났는데 녀석이 하는말...

" 야 요새는 편지 써 놓은거 없나. 주소 갈차주까.?

그래 이눔아...

그많은 세월에 잘도 남았겠다
색바렌 마음은 해어지고 미어지고 마음을 새겨둔 사연들을 어디다 붙들어 놓았겠냐
주섬 주섬 모아 추억의 병속에 담아 두었다가 비오는날 생각나면 한자씩 꺼내어
술잔에 띄워 마셔 버린다. 쟈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마음의 고향으로 새겨두려 한다
그녀가 떠나는날 비가 왔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입안에 맴도는 노래가 있으니

산울림의 ...그대 떠나는날에 비가 오는가. 그리고 빨간풍선이다

오늘 준비가 될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