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의 俠客行

趙客縵胡纓 吳鈞霜雪明 銀鞍照白馬 颯沓如流星.

조나라 무사는 거친 갓끈을 매었는데 오땅의 칼은 서리발처럼 빛나네

은색의 말안장은 흰 말과 더불어 한 빛이 되고 날렵한 그 모습은 살별과 같네

十步殺一人 千里不留行 事了拂衣去 深藏身與名

열 걸음에 한 놈을 해치우면서 천 리를 전진하며 멈추지 않네

일이 끝나면 훌훌 옷을 털고 떠나며 그 몸과 이름을 깊숙이 숨겨버리네

閑過信陵飮 脫劍膝前橫 將炙啖朱亥 持觴勤侯嬴

한가로이 신릉에 들러 술을 마시니 칼을 풀어 무릎앞에 뉘어놓고는

고기점을 집어서 주해입에 넣어주고 술잔을 들어서 후영에게 권하네

三杯吐然諾 五岳倒爲輕 眼花耳熱後 意氣素霓生

술 석 잔에 그러마고 응낙을 하면 그 무거운 언약 오악이 오히려 가볍고

얼큰하게 취한 후엔 그 의기가 더욱 빛난다

救趙揮金搥 邯鄲先震驚 千秋二壯士 喧赫大梁城

조나라 구하러 쇠몽둥이 휘두르니 한단이 먼저 쩌렁 울렸네

천추에 빛나는 두 장사 대량성에 이름 떨쳤네

縱死俠骨香 不慙世上英 誰能書閣下 白首太玄經

비록 죽더라도 그 협객의 정신은 향기로워 세상의 영웅들에게 부끄러울 게 없다네

누가 서재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흰 머리 되도록 태현경을 지으리

천추왈

유독 바둑계에서 무협용어들이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무협과 걸 맞는 표현이 많아서일 게다. 한문세대인 중장년층에게 익숙해서인 탓도 있을까?

무협지의 열성독자였던 숙부와 형들 덕분에 글을 깨우치고부터 무협지를 탐독했었다. 커서도 많이 봤고........했으나 우리 것도 아닌 중국무협이라니 탐탁찮은 점이 많았다. 현재 나오는 대다수의 무협지.. 90%이상을 국내작가가 쓴다는 것을 모를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협도 사실상 환타지물이라 할 수 있다. 저급한 대중문화가 대개 그렇듯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폭력적이고 말초적이고 변칙 코믹성의 범벅인 시대가 이어지고 있으며 한탕주의, 온달신드롬, 인생역전 같은 코드도 녹아있다.

그러나 중국 무협지든 국산무협지든 그중에서도 발군의 걸작들이 많이 있었으며 지금도 간간 나오고 있다. 나는 전에 나작의 386씨가 뽑은 베스트5 중에서 군협지만 동의한다. 물론 그의 취향과 내 취향은 다르니까...

하여간 군협지(옥차맹)를 보자, 절대명제라 할 권선징악도 아니며 복수극도 아니며 주인공이 어이없이 죽는 등 비극으로 끝나는데(그것도 애인?아버지에게 죽는다) 현재의 믓 상투적인 무협지들에 비하면 얼마나 신선한가? 많은 등장인물의 개성도 정말 잘 표현되어 있다.

과장비약해서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악인인 아버지가 죽었는데 어리석은 주인공은 무고한 대협객을 원수로 알고 끈질기게 음해하고 스토커질을 하다가 제명에 못 살고 죽었다라고 할 수도 있다. 아~ 이 얼마나 특별한 주제란 말인가^^ 더욱이 4,50년 전인 60년대 초에 쓴 작품이니 믓 범인들은 꿈도 못 꿀 발상이다. 군협지에 대해선 수많은 해석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논쟁은 사양한다.

재기 발랄한 천재 김용의 많은 작품은 익숙한 이가 많을 것이다. 흐르는 영화음악 소오강호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상기의 이백의 시 ‘협객행’이란 이름의 작품도 있다. 사마천은 자객열전과 유협열전을 통하여............략...

오늘날의 소위 협객은 조폭이나 테러리스트, 킬러, 저격수가 되어있겠지만 필경 황금의 노예가 되었을 쓰레기들을 협객이라 부를 수는 없다.

................천추에 빛날 진정한 협객이 아직도 존재할까?

笑傲江湖,Swordsman -1990-

(소오강호)

"滄海一聲笑(창해일성소:푸른 파도에 한바탕 웃는다)"

푸른파도에 한바탕 웃는다

滔 滔 兩 岸 潮
도도한 파도는 해안에 물결을 만들고

浮 沈 隨 浪 記 今 朝
물결따라 떴다 잠기며 아침을 맞네

滄 天 笑 紛 紛 世 上 滔
푸른 하늘을 보고 웃으며 어지러운 세상사 모두 잊는다.

誰 負 誰 剩 出 天 知 曉
이긴자는 누구이며 진자는 누구인지 새벽 하늘은 알까.

江 山 笑 煙 雨 遙

강산에 웃음으로 물안개를 맞는다.

濤 浪 濤 盡 紅 塵 俗 事 知 多 少
파도와 풍랑이 다하고 인생은 늙어가니 세상사 알려고 않네.

淸 風 笑 竟 惹 寂 寥
맑은 바람에 속세의 찌든 먼지를 모두 털어 버리니

豪 情 還 잠(貝兼) 一 襟 晩 照

사나이 마음을 속이지만 지는 노을에 묻어버린다

蒼 生 笑 不 再 寂 寥
사람들은 즐겁게 살고 속세의 영예를 싫어하니

豪 情 仍 在 癡 癡 笑 笑
사나이도 그렇게 어리석고 어리석어 껄껄껄 웃는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