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낮에 훌훌 벗어던진 쌕씨하고 농염한 여인의 자테처럼
미끈하고 탐스런 * 배롱나무 * (백일홍) 가 이 더위에 간절함은
늙은 늑대의 허상인가...청춘의 허무인가...

나는 살림을 잘 못 차렸네.
첫살림이 마지막 살림 될 때까지 살리라
마음 먹고
내 마음속 염원과 파란감정들 눈뜨지 못하도록 잠재우고
체념할 때까지
난 몰랐었네.
마음 비우면 되는 것을...
특히 나의 것이 될 수 없는 것을 나의 것이라 생각하며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일 앞에서 초연해질 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었네.
좋은 일은 하늘 덕이요
나쁜 일은 내 탓이요 하며
살다보니
뭔가 보일듯하고 그리운듯한 삶의 그림들

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만들어졌지.
오로지 나만이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
나는 그 세상에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만들며 살고 있지.
만인이 우러러 사모하는 지존도 되었다가
부끄럼을 알아야 하는 내 모습 발견하고 또 발견하고 하지.
달빛담근술님 덕분에
바람과 살림을 차린 나무가 있음을 알고
나는 놀랐네.
세상에 이렇게 멋진 사람을 차리는 경우도 다 있다니...
내 살림의 무거운 커튼을 바꿔 보자

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네.
때탐하지 않는 어두운 황금빛 망사에
휘어진 줄기 따라서 가을빛 받은 것 같은
잎새와 꽃잎이 드문드문 달려 있는
그런 커텐으로 내 살림을 돌보면서
창문 가까이 다가온 바람과 구름보며
안녕, 안녕 이라고 인사해야지.

저 하늘의 별같은 그대가 이렇게 보내는 나를 안다면
살림을 정말로 잘 차린 톡톡씨라고 말하겠지.

달빛담근술님, 시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