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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찻집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화장실에 들러야 했는데, 주방을 거쳐서 가게 되어 있었다..

벽에 하심,이라는 구절이 붙어있었는데, 마침

어떤 모임에서 중년여성이 겸허를 말하는 기회가 있었던지라, 그 구절이 눈에 들었다..

두 가지 유사한 상황이 동시에 주어졌었기에 그 때의 느낌이 남아있다.. 왜나하면

하심이라고 표현을 해놓았지만, 상하개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하심은 마음을 쉰다는 뜻이고, 마음에는 흔히 말하는 생각과 감정, 혹은 자아가 포괄된다..

불교용어로는 경계를 내려놓는다고 하는데, 요즘은 서양에서도 boundary라는 용어로 쓰이는 것 같다. 즉

어떤 식으로든 습관화된 자신의 경계선, 혹은 boundary를 내려놓고 쉬는 것을 두고

하심, 즉 마음을 내려놓음,이라고 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下라는 글자가 상하의 대칭개념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자신을 낮춘다고 하는 추상개념으로 인식되는 것을 본 것 같아서

당시의 마음에 각인된 기억이 있다..

노자라든가 불교에서 하심을 말하는 것은 막연한 도덕률의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감정이나 생각, 견해 등이 구성해놓은 자아의 습관의 범주에서 한계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자연히 어떤 식으로든 충돌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당연하게도 고통이라는 것을 원천적으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 경계선을 벗어나야만 문제의 원천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하는

구조적인 원리를 말하느라고 하심,이라는 방법론을 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가 보다 멋지게 표현되는 경우에는, 백척간두 진일보,라든가

현애살수 장부아,라든가 하는 용어들이 사용되지만, 그러나 기본원리나 방향성은 모두가 동일하다.. 그리고

이러한 원리를 구조적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많은 해설들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복잡해보이는 이론과 교학들의 성립배경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하지만 핵심개념은 그저

하심,이라는 말의 뜻풀이가 되는 셈이다..

기회가 주어졌으면, 그 두분에게 하심,이라는 낱말에 대한 나의 견해를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기회는 당시에는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 나의 마음으로도 조금 아쉬운 마음이 전해지지만

그러나 우리가 사는 생활의 일반적 양상이 대개 그러한 것이다.. 도리어

내려 놓아야 할 것은 지금의 나의 이 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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