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빨리 흘러감을 느낀다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에 내가 해야되는 일이 한가지 더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과 우울함으로 보내는 시간도 있다는 증거이다.

하루가 지난 것 같은데 일주일이 반짝하며 지나가고 있다.

나는 요즈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였다.

아이가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 같아서 잔조리 좀 하다가 시작한 한자 공부인데

참 재미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대부분 일본어와 중국어를 배우는데 한자가 필수라서 한자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한자급수 3급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얼마전에 나는 수에게 말했다.

^^수야, 엄마는 맹자 어머니처럼 학교 앞으로 이사갈 수도 없고 한석봉 어머니처럼 떡을

예쁘게 써는 재주도 없다. 그래서 엄마는 한자급수 3급을 공부하려고 하니 너는 너의 공부를 하거라.

엄마에게 한자급수 3급은 쉬운 급수가 아니다. 나름대로 매우 어려운 급수다.

엄마가 한자급수 3급을 딸테니 너는 열심히 너의 공부를 해서

너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반드시 가거라...

하였더니 수는 알았다고 하였다.

나는 우선 작년 8월부터 모아놓은 틴틴경제 신문속에 나와 있는 한자를 오렸다.

한자 수를 세어보니 모두가 230자 정도 되었다.

그리고 수가 보았던 학습지속의 한자도 오렸는데 300자 정도 되었다.

예전에 수가 공부했던  3급과 4급 문제집, 5급 책도 찾아서 거실 바닥에 펼쳐 놓았다.

5급 책 속의 한자도 오려서 앞 뒤로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봉사하는 사무실에서 보고 있는 조선일보 지국에 전화하여 맛있는 한자 신문도 넣어 달라고 하였다.

갑자기 공부할게 많아져서 내 마음 뿌듯해졌다.

내가 확실히 알고 있는 한자 돌석자와 없을무와 열십자와 다섯오 등이 보였다.

이런 글자를 따로 골라서 귀빈대우 하듯이 사랑초 식물이 자라나고 있는 유리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틴틴경제에서 오린 한자를 비단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외웠다.

사람들은 한자보다는 비단지갑에 더 관심 있어 했다.

산과물강님도 물론 지갑속의 내용물을 돈으로 생각하고 열어 보았다.

학습지에서 오린 한자는 아주 작은 옹가네 고추장 항아리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외웠다.

잘 외워지지 않는 한자는 이빨빠진 커피 잔에 넣었다가 꺼내서 다시 한번 더 외웠다.

자신있게 읽고 쓸 수 있는 한자는 농협 편지 봉투에 넣어서 가지고 다녔다.

한자 외우는 공부보다는 한자를 오리고 붙이는 작업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인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앞면은 한자, 뒷면은 한글이 가게 접어서 스카치 테이프를 붙이고나서

가위와 칼로 반듯하게 오리면 작업이 끝난다.

작업이 다 끝난 한자는 열심히 외우기만 하면 된다.

한자 성스러울성을 쓰다가 갑자기 생각난듯이

^^산과물강님,

"왜?

^^내일 아침에 한자숙제 좀 내주고 가세요.

^^그리고 퇴근하고 와서 숙제 잘했는지 봐 주세요.

산과물강님이 요상스럽게 웃었는데 숙제를 내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못내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자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옹가네 고추장 항아리를 공으로 알고 발차기 하며 놀기만 하였다.

한자가 들어있는 옹가네 고추장 항아리가 이리저리 굴러갔다. 하지 말라고 나는 말렸다.

산과굴강님은

"야,야 , 수야  이것 봐라~ 하였는데, 수의 얼굴 표정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았다.

어제는 80 개 정도 외웠다.

외웠다는게 신기해서 산과물강님께 전화했다.

^^산과물강님, 지금 뭐하세요?

"집에 가고 있어.

^^그래요.

^^집에 오면 내가 외운 한자 불러 주세요.

^^지금 80개 정도 외웠는데 20개 더 외울테니 불러 주세요.

^^한자 100개 불러 주세요. 한문제에 1점씩 채점 해 주세요.

"알았어~라고 대답했지만 바둑에 빠져 바쁘다는 말만 한 산과물강님.

나는 거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자를 외웠다. 잘 외워지지 않는 한자도 있었다.

한자 모양새를 보며 내 나름대로 해석하며 외우면 잘 외워졌다.

아무 생각없이 반복해서 쓰기만 하면 외워지지 않는다.

한자를 보며 내 마음대로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없어서 잘 외울 수 없는 한자는 따로 모았다가

그 글자를 말 안듣는 글자로 노려보며 외웠다. 잘 외워지지 않는 글자는 잘 잊어먹었다.

아침에 외운 한자는 저녁에 잊어버리고 저녁에 외운 한자는 그 다음 날 잊어버렸다.

풀잎끝의 이슬방울이 증발하며 사라지듯이 잊어버렸다.

돌석자같은 내 머리로 수와의 약속을 지키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수는 나보다 더 힘들게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으니 나는 한자급수 3급을 향하여

잡을착, 다다를부, 윤택할윤, 문서적, 밟을답, 연극극, 바꿀무, 거둘수 등을 중얼중얼 하며

외우고 또 외워야 한다.

어제는 견줄교자와 보낼견자가 잘 외워지지 않았다.

밋밋하게 생긴 글자 모양새가 꼬장 부리듯이 보였다.

이 글자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하면 저녁밥을 굶을 것이다.

그래도 못 외우면 아침밥도 굶겠노라고  하였더니 사무실에서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오린 한자를 접어서 스카치 테이프를 길게 붙이다 보면 산과 산을 연결하는 구름다리처럼 되는데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모른다. 이렇게 만든 것을 여러게 주욱 늘어 놓고 바라보노라면

내가 만들어낸 창조물이라는 생각에 나는 즐거운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납작한 종이과자가 줄줄이 연결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이럴 때에는 무엇인가가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업하는 나의 모습과 한자 공부용 용기들을 늘어놓고 한자 공부하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참 재미있어 한다.

어떤 사람은 나를 보고 있으니, 책을 읽지 않고 책에 그림만 그리는 모습이 귀엽게 보여서

결혼하게 되었다는 연예인 이야기가 생각난다고 하였다.

나는 밖에 나갈 때마다 재활용통을 살펴 본다.

혹시라도 한자공부하는 용기로 사용할만한 무엇이 있으면 챙기려고...

내가 욕심내는 귀여운 것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다보니 재활용 자루속의 물건들이 새롭게 보였다.

사람의 생이 끝나도 이 자루속의 물건처럼 될텐데...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나의 빽 속에 들어가서도 불쭉 튀어나오지도 않고 내가 공부할 때 내 앞에서 귀여운 모습으로

있어 줄 용기를 찾고 있다.

내가 옹가네 항아리를 내 놓고 한자 공부하면 장독대까지 준비해 놓고 공부한다고 하고

비단지갑을 내 놓고 공부하면 연변살림 내 놓고 공부한다 하고

이빨빠진 커피잔을 내 놓고 공부하면 한살림 차려놓고 공부한다며

하하호호하는 내 주변 사람들...

나를 동생이라며 챙겨주는 언니도 한자 공부를 한다.

언니가 어제는 한자를 외우며 혼자서 말했다.

"큰대자에  점 하나 찍으면 클태자가 되는구나.

나는 생각했다

언니, 큰대자 오른쪽 위에 점 하나 찍으면 개견자가 된다고.

"톡톡아, 이 글자가 무엇이냐?

멀뚱거리는 눈으로 글자를 보며 나는 대답했다.

^^금짜, 이제금짜!

으음...

나는 오늘 한자를 한글자도 외우지 않았다.

한자를 오리고 붙이는 작업을 하면서 수다만 떨었다.

^^언니, 나는 한자 외우는 공부보다 오리고 붙이는 이 작업이 너무 재미있네~

^^이러다가 한자 급수 못 따는 것 아녀!

^^외우지는 않고 가위질만 하고 스카치테이프만 붙이고 있으니...

^^언니, 나는 한자 급수따면 유리액장에 넣어서 우리집 명당에 걸어 놓고 바라 볼거야~~

"야,야, 톡톡아, 있잖아, 우리집에 사람들이 오면 나를 영화배우로 알어.

"우리 집  벽에는 내 사진만 있거든. 나는 한자 급수따면 복사해서 여기저기 다 걸어 놓을거야.

"그러면 완전히 천기누설 내집이 되는거지...라고 말하며 으쓱으쓱.

^^정말?

나와 언니의 말을 듣고 있던 옆에 있던 명희가 물었다.

"언니, 몇급 공부하고 있어?

^^응..무급이야.

^^그냥 이것 저것 보이는대로 다 외우고 있어.

내가 이렇게 말하자  천기누설 언니가 말하기를

"야,야, 나는 치매급수 공부한다.

^^언니, 치매 급수가 몇급인데?

"치매예방을 위해서 공부하는게 치매급수지.

우리는 천기누설 언니의 말에 깔깔 거리며 웃었다.

"야, 톡톡아, 이 글자가 무엇이냐? 참 안외워진다.

글자표를 들어서 보여주었는데 다행이도 내가 아는 글자였다.

^^법도도...하였더니

"와아...톡톡이 너 한자 참 많이 알고 있구나...

^^나는 6급 실력도 안되는데...

^^언니, 나 이마트에 한번 가봐야겠어.

"왜?

^^옹가네 고추장 항아리 사러.

"야,야, 그런 항아리는 쌤뿔로 주는거야. 팔지 않아.

^^그래...큰일났네.

^^이 옹가네 항아리가 있어야 한자공부가 될 것 같은데...

^^이따 집에 갈 때 재활용품 자루속을 또 살펴봐야겠네.

"얘, 안돼! 내가 먼지 살피고 나서 그 다음에 톡톡이 보거라.

우리는 또 다시 깔깔 거리며 웃었다.

"야, 톡톡아,

^^응, 언니.

"우리 언제 날 잡아서 화산가자.

^^응, 알았어. 언니.

^^언니, 이천도 가자.  못쓰게 생겨서 버리는 도자기 있으면 무엇이든 다 주워오자.

"그러자야.

비단지갑이든 옹가네 고추장 항아리든 나는 많이 있어야 한다.

예쁘고 귀여운 용기속에 들어 있는 한자를 보석 꺼내듯이 집어내면서  바라보며

분석하고 생각하며 한자공부를 해야 한다.

그 용기가 내 마음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

내 마음속에 들어 있는 한자를 기억해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자를 외워야 한다.

재미있고 반짝이는 달콤한 생의 물결처럼 글자 하나하나의 흐름을 바라보면서

나는 한자를 외우고 싶다.

이런 내가 한자 3급을 정말로 딸 수 있을지...못따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산과물강님은 작심삼일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한자 외우는 모습을 보며 이제야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내가 먼저 제안한 수와의 약속...수와의 약속을 지켜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둑보다 더 어려운 공부가 아니기를 간절히 원하며...

2008년 3월 25일 금

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