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시작달이 막을 내리고

두 번째 달을 맞이하는 그 첫날.

그대의 바둑그림이 보고 싶어졌다.

그대 있을 것 같은 세상 한쪽에서 나는 그대를 찾아 보았다.

보이지 않는 그대.

그대가 있을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를 찾아 보았다.

서로가 엇갈리는 시간에 왔다가는 그대와 나.

이제는 미련없이 흘러가는 구름처럼 서로가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이

애석한 우정의 끝처럼 보인다.

내가 다음에 그대를 보았을 때

내가 그대에게 어떤 할 말이 있을까?

변화의 물결을 잘 타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던 내가 예전처럼

흑백세상을 좋아할 것 같지가 않은데...

예전의 흑백세상 속에 콕 박혀있는 나는

현재의 흑백세상을 보며  친근한 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죽은 돌의 무덤이 바로 내 마음이었다고 생각하니

화사한 햇살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꿈꾸듯이 피어나는 꽃과 잎새를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할 상념 가득한 내가 된다.

사계절의 아름다운 변화에 매혹되어 나무와 꽃과 풀같은 내가 되어

때로는 경망스런 생각도 해보았는데...

다행이도 나의 경망스런 생각들이 바로 어젯밤 꿈속의 일처럼 지나가서

오늘 하루를 천국의 시간처럼 만들어 주었다.

내가 하늘과 땅 사이에 살면서 알아야 할게 있고 기억해야 할게 있다면

정말로 내가 진실한 마음으로 좋아하며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평안하게 살게 해 주었던

것을 말하지 않는 내가 되어도 괜찮으리라 생각하며...

언젠가는 암흑세계와 백지세계로 끝나게 될 오로바둑세상.

오로바둑세상이 보이는 창을 숲속 바람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마지막 님이 되어...

>난 정말로 행복하지. >내가 보이지 않으면 나의 안부를 걱정해 주는 님과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은 하늘과 바람과 눈꽃같은 님이 있어서 >정말로 많이 행복하지. >그 이름 바라만 보아도 내 마음에는 천국의 강 노래가 흘러가고 >나는 그 강가에 소풍나온 연두색 장미꽃같은 그대의 님이 되지. >이런 나를 알고 >그대의 이름 옆에 언제나 있어 달라고 말해서 >난 행복하지. >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서 >난 정말로 행복하지. >내 마음속 소원을 들어 준 님. >내가 눈을 뜨고 내 손가락 움직이며 >바둑세상을 다녀가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마음으로 >그대의 이름을 보고 또 보며 살아가는 일 즐겁기만 하지. >바둑세상 티끝같은 내 존재를 >그래도 의미 있는 그 무엇이 되어 >향기로운 풀과 바람과 꽃처럼 살게 해 준 그대. >바둑세상 창을 열며 이름으로 움직이며 왔다갔다 해도 >나의 발을 이용하여 한발한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와 그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 >그대의 이름이 보이는 오로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뿌연 상상속의 그림이 아닌 >현실속의 일상적인 그림처럼 보여오지. >글자로 보여오는 그대의 모든 것은 >언제나 내 곁에서 속삭이는 다정한 모습이며 >마음씨 좋은 그대의 표정이지. >그대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멋진 흑백나그네이며 >나는 항상 그대를 사모하며 그대 있는 곳을 찾아가는 초립동이이지. >내가 종종 번개창 맞고 바둑세상에서 사라져갔다가 >다시 돌아와도 나를 이해해 주며 반가이 맞이 해 주는 그대. >그대와 나, >콩깎지 속에 갇혀 있는 아주 작은 요정처럼 >바둑과 더불어 예쁘고 귀엽게 살아갔으면 하지. >나쁜 마음 먹지 말고 나쁜 생각 하지 말고 나쁜 말 하지 말고 >한자리 수의 나이만 먹고 사는 불사의 작은 요정이 되었으면 하지. >언제나 변함없이 서로가 존중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님이 되어 >바둑세상에서 연인같은 사이가 되었으면 하지. >어제보다 더 좋은 바둑사랑을 키우면서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지. >내가 찬서리 내리는 늦가을 채소밭의 배추라면, 그대는 무우가 되어 >우리들 생은 서로에게 동등한 자격으로 소중한 님이었노라고 >말해도 괜찮은 양심을 가진 반듯한 사람, >콩깎지 속의 작은 요정으로 언제나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지. > > >2005년 11월 27일 일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