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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펌글] ‘오빠부대’ 몰고 다니는 기왕’ 이세돌 |
| 글쓴이 멜랑꼴리 조회 197 |
작성일 2003-07-04 오후 3:4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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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는 듯한 눈빛… 대담한 공격… 예술가적 기질… 그리고 실력!
최근 한 바둑 사이트 게시판에 불이 붙었다. 지난 3월 말 제7회 LG배 세계 기왕전서 패한 이창호의 한 팬이 다소 편향된 시각으로 아쉬움을 토로한 글이 발단이었다. 이세돌의 팬들은 즉각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반격을 시도했다. 약간의 오해가 논전을 가속화시킨 점도 있었지만, 어쨌든 특정 기사(棋士)의 팬들이 두 패로 갈라져 이처럼 치열하게 논전을 펼친 것은 전에 없던 일이었다.
바둑계에선 “이 동네에도 스포츠나 연예계처럼 극렬한 응원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오히려 고무적이란 반응이다. 그리고 그같은 새 흐름에 점화한 기사가 이세돌이란 데 모두가 동의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창호 팬들과 이세돌 팬들의 성향이 그 두 사람의 캐릭터와 놀랄 만큼 닮았다는 점. 냉정 침착 과묵 겸손 신중 등이 이창호의 이미지라면 이세돌은 화려 대담 솔직 열정 등의 어휘를 떠올리게 한다. 기풍부터가 수비 대 공격, 계산 대 전투다. 이세돌을 향한 비판이나 비방은 그 추종 세력들에 의해 가차없이 분쇄되지만, 이창호측의 글은 대체로 담담한 ‘논리’가 주조를 이룬다.
●여학생들 꽃다발 들고 응원
이세돌의 팬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더 젊고, 여성 팬 또한 상당하다는 게 바둑계의 분석. 이것은 나이 지긋한 남성 전용 도락이란 이미지로 굳어져가는 바둑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스포츠와 연예 등 경쟁 분야의 득세로 상대적 위기를 느끼고 있는 터에 쌍수를 들어 환영할 현상이라는 것. 바둑 행사에 여학생들이 꽃다발을 들고 대국장까지 찾아오는 현상은 사실 ‘이세돌 이전’ 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세돌에겐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등 선배 스타들과 달리 아직 공식 홈페이지는 없다. 대신 지난 해 여름 프로기사 ‘팬 카페 1호’(cafe.daum.net/ leesedol)가 등장했다. 이창호 등의 것은 온라인 바둑 업체들이 상업적으로 개설한 것임에 반해, 이것은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어서 의미가 다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종전엔 무덤덤하게 그저 박수나 쳐주던 바둑 팬들이 무엇에 홀려 이세돌을 향해 환호하고 휘파람을 불까. 아무도 정답은 모른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우선은 용모. 쏘는 듯한 새카만 눈빛은 팬 중에서도 특히 젊은 여성들을 설레게 하기에 족해 보인다. 마치 용의자를 취조하는 듯한 그 시선에선 위압적인 힘과 함께 기성 질서에 저항하는 듯한 신비한 빛이 함께 분출되곤 한다.
그러나 이세돌의 매력은 역시 바둑 그 자체에 있다. 고작 스무 살에 아직 변성(變聲)도 완료되지 않은 청년답지 않게 그의 바둑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세(勢)가 약한 곳에서도 대담하게 전투를 유도할 만큼 운석(運石)은 언제나 적극적, 선도적이다. 그는 “싸울 만하니까 싸운다”고 외친다. 결단은 빠르고 실행은 신속하다. 그 집행 과정은 매우 정밀해 거의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철수해도 좋을 시점에도 그는 종종 진격을 외치다가 역습을 받기도 한다. 선제 2승 후 3국에서도 거의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가 대 역전패의 단초를 내주었던 제5회 LG배 이창호와의 결승이 좋은 예다. 그때의 ‘과속’만 아니었다면 새 역사는 2년이나 앞당겨졌을 것이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팬사이트 만들어
이창호는 대부분의 경우 조심스럽게 바둑 돌을 갖다 놓는다. 여간해선 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워낙 어린 나이에 정상에 오르면서 주로 스승(조훈현)과 자주 싸우며 밴 습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세돌에겐 그런 게 없다. 그는 ‘이 한수’라고 생각되는 대목에선 기합을 넣어 ‘딱’ 소리와 함께 착점한다. 그리고는 상대방을 힐끔 쳐다볼 때가 많다. 이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마치 “맛이 어떠시오?”하고 힐난 당하는 것 같다고 한다. 예리한 일격에 이어 날카로운 시선으로 확인 사살(?)하는 타입으론 이세돌 외에 유창혁 박지은 등이 같은 과(科)로 꼽힌다.
이세돌의 이같은 기질은 반외(盤外)에서도 똑같이 드러난다. 10대 후반 무렵까지 “내 적수는 이창호 사범님뿐” “실력으론 내가 일인자 같다”고 공개적으로 외치고 다녔던 것이다. 보수적 컬러의 바둑계에서 이런 언행이 구설에 오르지 않는다면 그것도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새카만 연령 차의 선배들은 대부분 이세돌의 ‘참람(僭濫)’을 문제삼지 않았다. 바둑 재능도 재능이거니와, 이같은 ‘자기 암시’야말로 이세돌다운 승부 관리 방식임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창호를 꺾고 난 뒤 이세돌은 “내가 일인자란 말은 거둬들이겠다”라고 선언, 뭇열강들을 더욱 주눅들게 만들고 있다.
이세돌의 사고(思考)는 상당히 자유롭다. 만 스물이 안돼서부터 술과 담배를 입에 댄 것이 우선 그렇고, 갓 스물이 된 지금 이런 내용을 서슴없이 밝히는 배포가 그렇다. 주량은 소주 1병 약(弱), 담배는 하루 반 갑 강(强). 인기 관리(?) 때문에라도 공개하기 쉽지 않은 ‘기밀’들을 술술 털어놓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바둑에는 예술적 속성도 있다는데, 이같은 예술가적 분방함이야말로 그의 승부사적 재산의 일부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사회에서의 얘기이고, 집안에선 어쩔 수 없는 3남2녀의 막내다. 연간 수입 수억원의 고소득자이지만 아직도 누나에게 용돈을 타서 쓰고, 큰 승부 때는 형제들이 돌아가며 함께 투숙해 챙겨준다. 매니저격인 큰형 이상훈(28) 4단은 이번 결승 전야에 매번 동생과 함께 TV를 봐주고, 맥주를 함께 마시고, 아침에 깨워주었다. 이런 이세돌이 경제적으론 집안의 가장이란 사실도 흥미롭다.
만 12세 프로 입단(1995년), 14세 국제대회 출전(1997년), 32연승(2000년), 19세 첫 세계 제패(후지쓰배), 두 차례 MVP(2000·2002년) 등 짧은 세월 동안 숱한 기록 속에 화제를 양산해 온 이세돌이 다음 등정할 봉우리는 어떤 것일까.
(이홍렬 조선일보 바둑전문 기자 hrlee@chosun.com)
● 이세돌‘3단→6단’ 한판에 ‘껑충’ 승단 세계신
제2기 KT배 우승 땐 8단, 올해 안에 9단 가능성도
이세돌은 이번 LG배 우승으로 쾌속 승단으로도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3단이던 그가 일약 6단에 오른 것이다. 한국기원은 올해 초 승단 규정을 실력에 맞게 현실화했는데, 세계 대회 우승자에겐 3개 단을 올려준다는 조항이 여기에 포함돼 있는 것. 새로운 규정을 최초로 적용받음으로써 이세돌은 한꺼번에 3개 단을 건너뛴 세계 최초의 기사가 됐다.
이세돌이 프로가 된 것은 1995년 7월. 그보다 입단 2년 후배인 최철한이 5단, 4년 반이나 늦은 박영훈이 4단으로 활동 중인 것에 비하면 턱없는 ‘계급장’인 셈이다. 이는 이세돌 자신이 ‘대국수 과다로 인한 체력 부담’을 내세워 2001년 8월 이후 승단 대회에 불참해 온 데 따른 결과. 당시 그는 “너무 튀는 게 아니냐”는 일부로부터의 비아냥도 들어야했다. 이세돌은 그 후 국내 대회서 우승해 특별 승단 얘기가 나왔을 때 “9단을 준다면 몰라도…”하고 말한 것이 “9단 아니면 안받겠다”는 식으로 잘못 전파되면서 또 한번 구설을 탔었다.
특별 승단으론 이창호 유창혁 두 사람이 두 단계 승진한 게 과거 최고 기록. 한국기원은 두 기사가 7단 시절이던 1996년 세계를 연속 제패하자 9단을 인허했다. 일본에선 1974년 이시다(石田芳夫) 8단이 혼인보(本因坊)에 이어 명인까지 획득하면서 9단을 인정받은 적이 있었다. 어쨌건 이세돌은 그간 승단 대회 불참으로 멈춰있던 단위를 이번 우승으로 만회하고도 남은 셈.
하지만 이세돌의 승단 행진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새 승단 규정 가운데는 그 밖에도 ▲국내 3위 이내 기전 우승자에겐 2단, 준우승자에겐 1단 ▲4위 이하 기전 우승자에게 1 단 ▲세계대회 준우승자에게 1단을 각각 승단시킨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 이세돌은 국내 상금 랭킹 1위인 제2기 KT배 결승에 진출, 유창혁과의 3번기에 돌입해 또 한 번의 승단이 확정된 상태다. 이미 7단은 확보됐고 우승하면 8단이 되는 것. 이런 추세라면 이세돌은 올해 안에 승단 상한선인 9단까지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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