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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고수로부터 가끔 나는 이렇게 바둑을 배운다.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331 |
작성일 2003-06-15 오전 7:5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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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를 만나 몇번의 결투끝에 항복을 하고
나와 비슷한 님을 만나 막상막하로 대결을 하고
나보다 약한 님을 만나 바둑톡톡 만세를 부르며
2급 올라 왔다.
나의 월래 급수 찾으려면 아직 멀었지만
조금씩 나의 실력을 회복해 가고 있다.
승강급 마지막 점수를 남겨 놓은 님을 멋지게 누르기도 하였다.
나의 바둑눈이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내 마음에 떨어지는 불화살을 맞으면서
내 기분은 뒤죽박죽 엉망이었는데...
지금은 달빛화살을 명중시키고 우아한 흑백요정이 되어가고 있다.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우리집 왕고수는 나에게 스파르타 장군이었다.
멈출 줄 모르고 떨어지는 바둑사랑 나의 날개 옷을 보고
바둑을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내 옆에 서서
내가 착수하는 수마다 눈을 크게 뜨고 천둥번개를 동반하여
나를 야단쳤고
엉터리 수로 명을 재촉하는 나의 행마을 보며
"으이구~" 하면서 꿀밤 먹이는 소리를 바둑판에 수도없이 던졌다.
"내가 단인감? 알았다구...
그러니까, 고수는 하수의 바둑을 구경하면 안된다구...
저 쪽으로 가~" 라고 말해도 가지 않고
까마귀 공주 바둑을 끝까지 지켜 보며 고수다운 품격을
보여 주었다.
어제 저녁에 나의 바둑이 한판 끝나자 우리집 왕고수는
바둑의 진면목을 보여 주겠다며 산과 물강 검을 뽑아 들었다.
내가 앉아 있는 까마귀 공주의 검투사 자리를 내 주었는데도
앉지 않고 서서 산과 물강 검을 신선의 검처럼 사용하였다.
잠시 후 난 으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금털털하고 이상한 술냄새때문에...
신들의 잔치에 갔다와서 그렇다고 하였지만
무슨 술이 그렇게도 지독한지...
까마귀 공주석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자리를 일어나려고 하면
우리집 왕고수는 잘 보고 배우라며 일어나지 못하게 하였다.
꼼짝도 못하고 앉아서 관전하는데
술냄새가 나를 취하게 하는 것만 같았고
내 머리속은 술의 나라가 된 것처럼 술냄새 별만 뜨고
바둑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졸리는 눈으로 술냄새속에서 바둑 구경하느라고 혼났다...잉잉~
우리집 왕고수로부터 가끔 난 이렇게 바둑을 배운다...잉잉~
2003년 6월 15일 일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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