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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에 소질없고 머리 나쁘면 다 이런가요?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444 |
작성일 2003-06-05 오후 3:5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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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앙~,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제가 요즈음 신경쓸 일이 있어서 정신이 약간 나가 있다보니
바둑알 색깔만 알고 바둑둔다고요.
그랬더니만 그네타는 바둑은 아주 멀리 도망가고
눈썰매 타는 바둑만 두네요.
아~앙~ 난 울고만 싶어요.
급수가 내려가더라도 어느 정도 내려가다가는 멈추고
다시 올라가야 하는게 정상 아닌가요?...훌쩍
아~앙~, 더 이상 내려갈 급수가 없는 곳까지 난 왔다고요...흘쩍훌쩍
아~앙~, 저는 잘못 둔 바둑이 아니었는데요.
제 실력대로 잘 두었다고요...훌쩍
집을 크게 지으면 크다고 들어와서
제 집 안에다 집 짓고 '히죽'하면서 살고...훌쩍
집을 작게 지으면
님은 집을 크게 지어 튼튼한 성벽을 쌓아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개구멍도 없게 만들고...훌쩍
기본포석으로 만들어 놓은 나의 땅도 욕심부리며
님은 탱크부태를 투입하여 나의 간담 서늘하게 해 놓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빼앗아 가고...훌쩍
강한 님을 만나면 얼어서 아무 의미도 없는 수만 놓고...훌쩍
약한 님을 만나면 기분 좋아서 엉뚱한 곳에 바둑알 내려 놓고...훌쩍
나와 비슷한 님을 만나면 이젠 잘해야지 하다가
덤벙거리는 순간에 원자폭탄 날아오고...훌쩍
두리번거리다 보면 두만강이고 '아'하다 보면 압록강이라고요.
난, 어떻하면 좋아요.
난 바둑하고 인연이 없나 봐요.
바둑 관전 선수로만 있어야 하니...훌쩍
바둑에 소질없고 머리 나쁘면 다 이런가요?
아~앙~...훌쩍훌쩍
제가 훌쩍거리면서도 걱정되는 일이 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제 실력을 되찾고
님을 이기면서 승승장구할 때
사기바둑 둔다고 야단 맞으면 어떻게 하냐고요...아~앙~
난 그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냐고요...아~앙~
훌쩍거리면서도 그만 두겠다고 말할 수 없는 바둑이여!
아픔으로만 나를 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주는 바둑이여!
풍진 바둑세상에 나를 세워놓고
내가 가야할 길은 멀고 아득하여
한치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허공에서 맴돌다가
땅의 눈물길만 찾아서 초립동이처럼 나는 간다고요.
2003년 6월 5일 목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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