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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에서 새발이 된 사나이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572 |
작성일 2003-02-11 오전 12:3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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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서 새발이 된 사나이..
그것도 순백색의 몸에 검은 부리와 깃털이 있어 잘 어울리는
황새(해오라기)가 된 사나이.
바로 황선홍이다.
그가 어저께 14년간의 선수생활을 접고 이젠 가르치는 일로
또다른 삶을 시작한다고 한다.
원래 가는자에겐 과도한 칭송을 보내는게 우리네 인심이지만,
그의 또다른 삶을 위해 글을 쓰기로 맘을 먹은것은 아마 개인적
으로 가지고 있는 미안함 때문이다.
차범근 최순호 김주성으로 이어진 우리의 골잡이 계보를 이었
다는 황선홍 였지만, 내게 보여지는 황선홍은 마치 농구에서 처럼
수많은 슛의 난사를 통해 그나마 다른 선수보다 득점을 많이
했다는 정도의 느낌뿐, 그야말로 원샷원킬의 저격수 다운 면모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특히 미국월드컵에서 불면의 밤을 지새며 응원을 하던 환호의
시간을 소주와 맥주로 범벅이 된 비몽사몽의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던 장본인이 바로 황선홍이었다.
스페인과의 무승부 선전으로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되었던
볼리비아전에서 그가 보여줬던 무수한 개발과 똥볼 그리고 헛발,
버스지나간 다음에 손 흔들듯이 독일전에서 한골줍고(그것도
많은 기회를 날릴뒤에) 자신도 계면쩍다는듯이 허공을 향해
날렸던 어줍잖은 어퍼컷 골뒷풀이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랬다. 정말 그한해동안 나에게 제일 많은 욕을 먹은 사람은
단연 황선홍이었다.
그의 꾸준한 자기계발과 성실함 매너 그리고 문전에서 골만
넣을줄 아는 선수가 아닌 골 챤스를 만들줄 아는 몇안되는 선수
, 그리고 무수한 골기회를 날린것도 그이기에 그만큼의 기회를
얻을수 있었던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황개발'이란 단어
한마디에 파묻어 버렸다.
동네축구에서도 문전에서 결정적인 똥볼을 날리는 선수에겐
여지없이 "네가 황개발이냐?" 하는 볼멘소리를 들어야만 했다는
글도 볼 수 있었다.
그랬던 그가 한일 월드컵 첫골로 모든 비난을 찬사로 바꾸어
놓았을때 나도 슬며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 첫골이 없었다면 4강도 없었다는 낯뜨거운 칭송도 곁들여
가며..
미안하다 황선홍.
난 당신의 우울했던 가정사도 알 수 없었고, 프랑스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한경기도 나올수 없을때에도 당신의 심정을 "저새끼는
결정적일때 꼭 다쳐요~"란 말로 파묻어 버렸던 사람이다.
대표팀 고참으로서의 당신이 가졌을 중압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언제 개발질 할까만 기다리며 가학을 즐겼다.
이젠 내 기억에서 '황개발'을 지우련다.
그리고..
이제 새삶을 내딛는 그가 최고의 지도자로 새롭게 다가와
내 기억속에 '황감독'이라는 또다른 단어를 집어넣을 그날을
기다리련다.
황선홍. 미안하고 고맙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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