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어디서 오는걸까, 이 쉼없는 바람은

겨우내 들녂 끝에서 썩은 페부로 헐떡이는 생이련가

밤마다 허공을 가르던 너의 아픈 휘파람소리

듣는 이도 없는 노래를 끝없이 부르며

저혼자 기뻐하고 저혼자 슬퍼한 사랑아

가끔,길잃은 새가 찾아와 쉬어가는 가지

껴안고 싶어도

네가 맨살의 부끄러움에 떨며울때

새들은 금새 제갈길을 찾아 더나고

우우우우, 바람은 눈구름 몰고와


막막한 들판의 남은 길마져 지워버린다

너의 뼛속 마디마디 숨긴사랑,뜨거워도

지금은모두가 외면하는 반한의 계절

섬뜩한 광끼만 살아

푸른 도깨비불로 떠다니는 시절인데

매서운 바람에 잘려나가는 무수한 손가락

화마처럼 네가슴에 새겨진 시린상처여

그래도 멈출수없는 너의 노래,

순전한 가슴으로 불러야할 노래하나있어

수리성 쉰 목소리로 온밤을 지새우고

깜빡이는 마지막 별빛을 우러러 끈질긴 뿌리의 꿈,

여리고 순한 잎새의 푸른 꿈을 키우는가

마침내 겨울도 가고 물소리 싱싱한 봄이와

따스한 햇살 마시며 꽃망울 터트리는날

너의 향긋한 꽃그림자 아래

초롱한 눈망울의 이쁜 소녀 하나 찾아와

네 열열한 가슴 껴안고 그 겨울 진실을 울어 줄껀가

나무여, 기다림속에 팔벌린 나무여

너는 오직 살아 있는 나무,

이밤도 쉼없이 너의 남은 노래를 불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