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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던진 바둑책~!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1410 |
작성일 2002-09-23 오전 10: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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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이동 이라고 하는 추석.
저도 민족의 한 부분이라고 과시하며 고향엘 갔다 왔습니다.
형제끼리 하는일이 다 달라 설과 추석이라고 모두 함께 모이기가
쉽지 않지만, 이번엔 그나마 시간을 맞춰 고스톱이라도 칠수있는
시간을 만들어 봤습니다.
효도입네 하는 생색을 내고 형제들은 다시 서울로 올라 옵니다.
올라오는 길에 뒷풀이를 할겸 큰형님댁으로 향했습니다.
제 차엔 큰 조카를 태웠습니다.
터울이 좀 나는 막내조카가 어찌나 칭얼거리는지 큰형수님이
큰조카 시중까지 드시긴 힘드셨나 봅니다.
하지만, 전 즐겁습니다.
언제나 큰조카놈은 12시간 정도는 쉴새없이 재잘거리며 심심찮게
해주고, 첫번째 태어난 후세대인 만큼 수많은 물품공세로 이미
아빠보단 삼촌이 최고였기에 서로에게 도움이되는 이른바 윈윈
게임였다고나 할까요?
지난번 눈병돌림때 학교를 안갈 요령으로 눈병걸린 친구손으로
지눈을 쓱쓱 문질러서 10일짜리 휴가(?)를 받았다는 비밀얘기며,
지한테 관심이 있는 남자친구들 얘기며, 역시나 쉴새 없이 떠듭
니다.
그리곤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삼촌은 누나랑 왜 결혼했어?"
정말 뜬금 없습니다.
조카가 말한 삼촌은 바로 저이고, 누라란 제 여자친구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조카의 질문을 받고 옛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녀와 처음 만났을때, 그리고 사랑했을때, 그리고 사랑이 익어
정으로 삮았을때, 그리고 가끔 사랑싸움을 했을때..
한때 헤어짐의 고비때가 기억납니다.
몇일간의 싸움끝에 서로 할말 못할말 다 꺼내고, 서로 제 갈길
각자 알아서 가기로 한 그 마지막 시간에 그녀가 이런말을 꺼내
더군요.
"난 그래도 오빠가 바둑을 너무 좋아해서 배워보려고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리곤 두툼했던 핸드백에서 제게 내던져진것은 명문당에서 나온
'바둑첫걸음' 이란 책였습니다.
항상 바둑에 관심을 보인 제게 끊임없이 불평을 던졌었던 그녀
에게서 나왔던 '바둑첫걸음'이란 책은 저에게 감동 그 자체였고,
그후 다시 우리는 이렇게 오늘에 이르렀지요.
조카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응, 바둑 때문에 결혼했다"
눈만 멀뚱멀뚱 하며 상당히 궁금하다는 듯한 조카에게 더이상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자친구와 마주친 눈에선 웃음이 피어났지만요...
♡덧글
그날 던져진 '바둑첫걸음'책에 감동먹은 나머지 미쳐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를 생각해서 공부했다던 그 책을 나중에 살펴보니
너무도 깨끗했습니다. 마치 새책처럼요...
전에 한번 술먹은 김에 물어봤습니다. 진짜 공부한거 맞냐고..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이러더군요.
"꼭 공부못하는 사람이 책에다 밑줄쳐가며 공부한다니까!"
♡덧글2
한때 그녀에게 바둑을 가르쳐 본 결과 그녀는 책만 샀을 뿐이란
것을 확인했답니다. ^^*
혹시 모르죠..공부했는데도 그모양 이었는지도..
바둑이 왠만한 머리로 될리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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