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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秋夕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210 |
작성일 2003-08-20 오전 11:4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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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비가 많이 오는군요.
달력을 곰곰히 보다보니 다음달에 벌써 추석이 끼어 있습니다.
설이나 추석은 예전과는 달리 요즘엔 만남이란 의미가 강한것
같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핏줄의 흐름을 깨닫게 하고 그간의 인간관계를
일깨워주는 만남의 날 인듯 싶습니다.
제가 살던 시골은 지방 소도시입니다.
그래도 도시이다보니 명절에 내려가서도 또 움직여야 합니다.
아버님이 살던 그야말로 깡촌으로요. 행정서류상으론 본적지이군요...
그곳은 아직도 제 이름자 앞에 붙은 성씨가 오밀조밀 모여사는
집성촌입니다.
한집건너(이니 건너지 않더라도) 최소한 8촌은 되더군요.
지금은 그래도 신작로란 이름으로 아스팔트가 깔려 있지만,
고등학교때만 해도 차가 다니지 않아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중간에 딸딸이라 불리는 경운기라도 요행히 얻어타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아니면 어쩔 수 없었지요.
추석의 그 길이 생각납니다.
부모님, 형제들과 함께 걷던 그 시골길(아흐 임성훈씨의 시골길
이란 노래가 생각나네요...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소달구지
덜컹대던길♬)
길가엔 코스머스가 산들거리고, 그옆에 펼쳐진 논에선 황금빛
벼가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마지막 관문인 개울을 건널때면 징검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어제 오늘 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징검다리의 돌은 간데없고
졸졸 흐르던 냇물이 계곡으로 변해버리던 그곳.
그 길을 건너며 학교를 다니던 아버님의 추억은 주저리 주러리
펼치시며 평소의 엄함을 잠시 잊고 자상하고 너그러움을 보여
주시고, 덩달아 어머님도 그 옛날의 소녀 시절로 돌아가 우리
형제들에게 물을 튕기시며 재미나 하시던 놀라운 모습도 보여
주셨던 그때의 풍경.
한풀 꺽인 여름을 뒤로하며 이젠 추석으로 달려 갑니다.
덧글)비오는 아침 여자친구와 맥주를 나누며 그때의 추억을
얘기했더니 이러는군요.
"오빠는 나이도 얼마 안먹은것이 얘기하는것은 노친네얌^^*"
제가 그랬습니다.
"이 나이에 그런 추억을 갖고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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