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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변상일 9단을 잘 모른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내가 관심둘만한 특별함이 없어서 였을 것이다.
근데 지난번 삼성화재배 4강에서 최정 9단에서 지면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너무나 강렬하게 나의 뇌리에 남았다. "뭐 저런 애가 다 있냐 저런 애가 무슨 프로기사 한다고...엄마 젖 더 먹고 와야겠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저 애가 왜 저렇게까지 강하게 자신을 질책할까를 생각해보니 상대인 최정 9단과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상대가 최정 9단이 아닌 국내 랭킹 20위 정도의 남자 기사였어도 저런 반응을 보였을까? 생각해보니 그러지 않았을 것 같았다. 상대가 최정 9단이라서 여자라서 그랬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엄마 나 지지배한테 졌어. 엉엉엉~. 난 맞아도 싸! 나 좀 때려줘!! 팍팍!!!" 이게 지난번 삼성화재배 4강전에서 보여준 한국 바둑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인 변상일 9단의 Self Ssadagu 장면의 저간에 깔린 심리학적 배경이 아니었을까?
그 뒤로 변상일 9단의 모습을 다시 본 게 지난번 춘란배 결승이었다. 이번 춘란배 결승전은 두 선수에겐 너무나 중요한 승부였을 것이다. 변상일 9단에겐 세계대회 첫 우승의 절호의 찬스였을 것이고 신진서까지 꺽고 올라오며 치팅 논란에 휩싸인 리쉬안하오에겐 우승을 해서 치팅 논란을 잠재울 절호의 챤스였을 것이다. 결과는 변상일 9단의 완승으로 끝났다. 근데 이번 춘란배 결승에서 변상일 9단이 보여준 모습은 예전의 변상일 9단이 아니었다. 시종일관 미동도 하지 않고 침착함도 잃지 않고 시종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무리해내는 모습은 분명 이전의 변상일 9단이 아니었다. 새로운 변상일 9단의 탄생을 보는 느낌이었다.
오늘 GS칼텍스배 결승 3국이 있었다. 상대는 최정 9단. 나는 최정 9단의 팬이어서 내심 최정 9단이 이기길 바랬지만 결과는 변상일 9단의 3:0 승.
이번 GS칼텍스배 결승 1,2,3국에서 보여준 변상일 9단의 모습은 지난 삼성화재배 4강 최정 9단 과의 대국에서 보여준 모습하고는 너무나 달랐다. 시종 흔들리지 않고 약간의 흔들림에도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며 한판 한판 마무리해나가는 모습은 정말 압권이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야! 예전에 그 변상일이 아니야!!" 라고 포효하는 모습이었다.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변할까말까 하는 게 사람인데 변상일 9단은 불과 한 번의 Self Ssadagu 사건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면에서 변상일 9단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되어 세계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자신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겨준 최정 9단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3판을 내리 이겨내었으니 변상일 9단은 정말 훌륭한 바둑기사이고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변상일 9단은 최정 9단에게 백배하고 고맙다고 해야한다. 자신을 더 훌륭한 프로기사가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있는 기회를 준 사람이 바로 최정 9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상일 9단 스스로에게도 "잘했어! 변상일!! 니가 최고야!!!" 라고 칭찬해주어야 한다.
인생 최고의 시련을 딛고 그것을 기회로 만들어 단 한 번만에 스스로 더 나은 프로기사가 되고 더 좋은 사람이 된 변상일 9단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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