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나는' 대신에 '철수는' 이라고 하는 것을

프로이트가 퇴행 현상으로 진단했다는 증거를 가져오라니까 

검둥이는,

“중늙은이가 얼라짓을 할 때, 프로이트는 ‘퇴행현상’이라고 진단했다”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한 나의 말이 그 증거란다. 

당연히 프로이트는 '나는 대신에 철수는'을 퇴행현상으로 진단한 일이 없다.

'나는 대신에 철수는' 은 얼라 짓도 아니고 병도 아니기 때문이다.

퇴행 방어기제는 본래 자아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정신적 평안을 찾기 위해 일어난다.

퇴행이란 당면한 위기나 고통에서 그것의 소멸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의 퇴행이다.

그리고 퇴행은 발전이 아닌 퇴보의 의미를 갖는다.

퇴보가 아니면서 위기나 고통의 소멸을 가져다 준다면 그것은 퇴행이 아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더러 아주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퇴행은 퇴보적인 병리 현상만을 일컫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알콜 중독은 유아퇴행은 아니지만 퇴행현상의 일종이다.

고통을 잊게 해주지만 퇴보적인 병리현상이기 때문이다.

나, 아공이 여기 자게판의 글에서 '나는' 대신에 '아공은'이라고 했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병리적인 현상이겠는가.

그것은 퇴보적 현상도 아니고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주는 행위도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객관화한  관점일 뿐이다.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마치 3인칭의 이야기를 하듯이

기술하는 글쓰기도 있다.

물론 '나는 대신에 철수는' 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당장 탈자아적인 즐거움을 주지는 않는다.

자신을 객관화해서 관찰하는 것은 마음 수행의 기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라고 하는 것은 에고인데

이 에고를 지켜보는 의식이 있다.

수행을 깊게 할수록 번뇌에서 벗어나 탈자아적인 즐거움이 분명 드러날 것이다.

인도의 한 청년이 내면의 깊은 관조를 통해서 자아가 사라져 버렸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나라는 생각'이 자리잡은 깊은 내면에서 

나라는 생각이 죽어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그 이후에 그는 자신을 일컬을 때 '나'라고 하지 않고

'그'라고 호칭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실제 인물인 유명한 인도의 구루(스승)의 이야기다.

대승불교의 유식사상에는 심사분설心四分說이라는 게 있다.

인식작용이 이루어지려면 대상(相分)이 있어야 하고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적 측면(見分)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견분에 대한 자각이 있는데 이것을 자증분自證分이라하고

다시 이 자증분에 대한 자각인 증자증분證自證分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자아에 대한 자각이나 관찰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갖는 고귀한 영성이다.

인간의 자기 성찰은 여기서 나온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수한 능력은 다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