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맞닿아 들들 갈아 버렸으면 좋겠다.…… 하셨지요.

맷돌에 보리 갈리듯이 하늘과 땅이 맞닿아 그렇게

이놈의 세상 모두 갈아엎어 버렸으면 좋겠다.…… 말하시는 당신의 눈은 늘 젖어 있었지요.

유채 심을 땅 한 평, 겉 보리 심을 쪼가리 땅 한 평 없어

중산간 돌밭을 일구며 살아가시던 당신은

눈 앞이 환갑인 서방과 두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고

모질게도 살아남아 물 허벅 안고 남은 삶을 버텨내셨지요.

구시나무 뿌리 찧어 그 즙으로 당신의 모진 목숨 끊어내시며

남은 이들에게 폐가 될까 염려하여 절굿공이 정갈하게 씻어 놓고

조용히 눈 감으신 당신은 입가에 엷게 미소하시며

어렸던 나에게, 일곱 살 어렸던 나에게 세상을 용서하는 법을 가르쳐주셨지요.

하늘과 땅이 맞닿아 들들 갈아 버렸으면 좋겠다.…… 늘 말하시던 할머니

당신의 모진 목숨 당신 손으로 끊어내시며 비로소 세상을 용서하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