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외곽 어느 신작로 마차정류장에 만면에 털이 수북한 노인이 의자에 쓰러져 있다.

이마를 덮은 성긴 머리카락들 사이 언뜻 보이는 노인의 이마는 깊은 주름에 불구하고 꽤나 준수해 보였다.

신고를 접수한 관내 경찰관이 말을 타고 도착하고...

사람들이 한둘 모여들고 경찰은 죽은 노인의 신원을 밝히고자 이사람 저사람 물어보았으나 모두들 고개를 젖는다.

읍내 장터를 다녀오던 중늙은이 부부가 죽은 노인을 보곤 비명을 지른다.

“니콜라이 백작님이...이런...이런.....”

노인은 얼른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죽은 노인을 덮어준다.

톨스토이.......

정류장에서 꽤 떨어진 마을의 대지주이자 백작가문의 상속자....

파란만장한 삶을 대장원의 저택이 아닌 마차정류장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를 추모하여 이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톨스토이를 이해하면 러시아를 거의 이해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에...

그의 대작들을 통해서...

그의 젊은날들과 중년 그리고 노년을 훑어보아도....

그의 인생관과 참회록을 통해서도....

러시아는 겨울이 아니어도 음침한 날들이 많다.

땅이 하도 넓어 어디라 정 할 수은 없지만 보편적으로 하늘도 땅도 사람도 우울한 편이다.

알콜중독자 세계1위...

스탈린은 2차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 방위를 위해 엄청난 수의 젊은이들을 소총도 주지않고 전장으로 내몰았다.

두사람당 소총한정, 대신 뒤따라오는 사람에겐 수류탄 한 개씩을 지급하고 앞사람이 죽으면 재빨리 그 소총을 인계받아 돌진하게 하였다.

영화 스탈린그라드의 장면 장면들은 수많은 인간소모품들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시체가 산더미를 이루고 그 시체들은 엄폐물이 되어주기도 한다.

푸틴......

KGB출신이다.

그가 상반신을 벗은채 말을 타고 육체미를 자랑할 때부터 좀 불안한 인간이었다.

메드베데프를 내세워 임기만료후 다시 대통령직을 차지 할 때부터 좀 이상한 인간이었다.

옐친은 그를 총애하였으며 정치권을 비롯 러시아 다방면의 내밀한 비밀기록을 갖고 있던 푸틴은 옐친이 심장마비를 일으키자말자 측근 총동원령을 내려 이너서클의 주도권을 차지한다.

고르바쵸프당시, 경제 악순환의 첫쩨원인은 물류이동의 불균형과 동맥경화였다.

한쪽 지역은 감자가 썩어나가는데 한쪽은 감자가 아예 없고 지금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쪽엔 밀이 창고에서 썩고 있는데 모스크바를 비롯 대도시엔 식량고갈로 인플레가 만연하였다.

고르바초프는 좀더 준비가 필요하였다.

페레스트로이카를 보다 점진적으로 진행하였더라면 그의 인기가 그렇게 급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는 최고의 민주화기회를 놓친 것이다.

연방은 분열되어 떨어져나가고 그여파는 현재 러,우 전쟁이다.

2차대전때처럼 젊은들이 막 죽어나간다.

시체는 무조건 근처에 집단매장이다.

가족들에겐 느리고도 느리게 사망통지서가 전달되고...대부분은 전달도 되지않는다.

상대방 우크라이나역시 인명피해 막심하다.

민간인들도....

아파트폭격으로 팔이 떨어져나간 어린이...

어린이가 누운 들것을 붙잡고 어머니는 울면서 따라가고....

백린탄으로 인한 화상은 끔찍하다....

얼굴한쪽이 완전히 형체조차 불분명한 젊은군인은 아직 살아있지만 고통에 비명만 질러댄다.

같은 시간의 터키 지진발생지역은 러,우 전쟁만큼이나 끔찍하다.

그 곳에 한국구조대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리는 따스한 저녁밥을 먹을 시간에도 그 곳 파괴된 주택과 건물들 지하에는 아직 발굴되지 못한 시체들 수만구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동시대를 살고있는 우리 지구촌의 현실이다.

어디인들 죽음 없으랴만은 그래도 죽음이 그래선 안된다.

어제밤 mbc피디수첩 녹화분을 보았다.

40대부부가 빌라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죽은지 약 일주일후에......

빌라월세가 3개월치가 밀린 상태라고 빌라주인은 말했다.

우편함엔 금융기관의 섬뜩한 경고가 적힌 독촉장 여러개가 있었다.

캐피탈 카드론까지 이용했을 정도면 상당히 급전이 필요했던듯하다.

부부는 인근의 건물을 빌려 헬스클럽을 운영하였다.

중산층의 평범한 삶이었다.

코로나는 3년을 지속하였다.

사람이 모이는 헬스장이 잘 될리 만무이다.

은행 융자금...

헬스장 월 임대료...

생활비...

부부는 그래도 삼년가까히 버티고 버티었나보다....

그간에 아파트를 팔아버렸고...

빌라 전세에서 월세로....

40대부부는 유서를 남겼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얼마전 서울 송파구의 모녀의 주검 발견.

죽은지 한달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모녀는 옷가게를 운영하였으나 역시 코로나는 자영업자들에게 극악한 존재였다.

모녀도 유서를 남겼다.

/죄송합니다./라고....

모녀가 죽은 방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고 한다.

주민센타 복지담당은 모녀가 생활보호구제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등록이 다른지역으로 되어 있었다.

아마 채권추심을 피해 주소이전조차 못했었나보다....

어제는 인천의 모 빌라....남편이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엄마와 아이둘이 죽어있었다.

생활고.....우울증...

이웃들의 말로는 평소에 별로 말이 없던 조용한분 이었다고한다.

남편의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은 이루 말 할 수 조차 없다.

그 외에도 수많은 자살사건들.....

부지기수인 독거노인들의 죽음....

취직이 되지않아 오토바이 배달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청년들...

이제 겨울도 가고 봄이 오는데 아직 마음은 춥다.

우린 인생에서 어찌 불행한 일들이 없을 수 있으랴...

하지만 요새는 러우전쟁때문인지 더 우울해진다.

어젯밤 거실에서 소파에 드러누워 pd수첩을 보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혹시라도 손자나 손녀가 볼까봐 연신 손으로 눈을 닦으면서....

전쟁과 재난 그리고 사업불운과 건강등으로 고인이 되신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톨스토이는 늘그막에 마누라와 자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노들을 해방시키려 하였다.

그들에게 일정부분의 토지까지 나누어 주려고 하다가 마누라와 대판 싸우고 홧김에 건너 마을까지 역마차를 타고 왔다가 정류장에서 죽었다.

침대위가 아닌 길위에서 죽었지만 그의 죽음은 차라리 인간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가 죽을 즈음, 뚜르게내프는 러시아혁명 전사들의 꿈틀거리는 초기활동을 그린 ‘뿌닌과 바부린’을 발표하고, 닥터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대학에 갓 입학하였고  솔로호프의 '고요한돈강' 언저리 시골에는 타타르의 후예 레닌이 혁명의 바탕을 확장시키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차라리 그시기에 잘 죽었다.

 1차대전과 처절한 혁명을 목격하지않고 죽었으니....

편안한 밤/ 키노 1984(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쏘비에트 청년들을 추모하며)

대낮의 무거움이 지붕을 뒤흔드네..

밤하늘엔 뭉개구름

밤하늘을 향해 빛을 쏘아대는 도시의 불빛들

밤의 권력 가히 전지전능하다.

 잠자려 누운사람들(죽은 사람들)

편안한 밤 되시길......

이때만을 기다렸지만 말도 없이 가버렸어

침묵하던 사람은 침묵을 깨고

기다릴 것 없는사람들(살아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그들을 못따라간다.

 잠자려 누운사람들

부디 편안한밤 되시길...

이웃들 오는소리

말발굽 소리들리고

그들은 밤새 잠들을 설쳐

기다릴 것 없는사람들

각자의 길 나서고

운도 좋지

운도 좋아

잠자리에 누운 사람들 편안한 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