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파라 했습니다.

아침까지도 0도 부근에서 오가던 기온이

낮부터 몰아친 한파로 오후에는 영하 18도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오십년 전의 일입니다.

아직도 정확히 그 날짜를 기억합니다.

1972년 12월 18일 월요일이었습니다.

영하 18도의 추위는 평생 처음이었습니다.

제주시의 겨울은 춥지 않습니다.

서귀포에 비해서는 추운 편이지만

한 겨울을 지나면서도 영하 5도 6도 가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바람의 탓으로 체감 온도가 많이 낮은 경우는 있지만

바람 없는 날이면

1월에도 관광객들이 더러 두터운 겉옷 벗어들고

반팔차림으로 다니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 만큼 따뜻합니다.

그래서 영하 18도는 나에겐 말 그대로 생전 처음인… 너무 낯선 기온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발길은 무거웠습니다.

아침에 등교하며 연탄불이 꺼진 것을 보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광화문에서 냉천동까지는 30분 거리였고

그 추위에도 거리에는 나처럼 걷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모두들 몸을 웅크리고 종종걸음을 쳤습니다.

당시만 해도 30분 정도의 거리는 버스를 타는 사람과 걷는 사람이 반반정도이던 시절입니다.

연탄불 피우기는 쉽습니다.

사다놓은 번개탄에 불붙이고

그 위에 연탄 올려놓으면 쉽게 연탄불은 피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번개탄에 불붙이고 연탄에 불이 붙고

그 불이 방을 덥히려면 최소한 서너 시간은 추위에 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방문을 열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던 냉방이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방안의 공기가 나를 맞았습니다.

아궁이에는 발갛게 연탄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날이 추워지는 것을 보고 집 주인아주머니가 내 방의 아궁이에

당신의 아궁이에서 불붙인 연탄불을 지펴주신 것입니다.

고맙다는 말씀도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냥 고개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웃어주셨습니다.

엄마의 미소였습니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면

너무 고마웠던 일들이……

너무 고마웠던 분들이 많고도 많았는데

그 분들에게 감사를 다 말하지 못하고 지나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감사할 일은 감사하고

고마운 일은 고맙다 말하며 살겠다, 새삼 다짐을 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