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축은 효령대군 후손이라 하나, 부모 떠나고,  워낙 살림이 곤궁하여, 충청도 어느 곳 우씨 집 머슴을 살았다.

본래 이름도 없고 기축년에 태어났다고 기축이다.

부자집 우씨 집에는 무남독녀 외동딸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천기를 아는 여자였다.

그녀는 체격이 우람하고 천하장사인 이기축을 장래가 있는 사람이라 보고 맘속에 그를 점찍어 두고 봐왔다.

부자집 무남독녀, 많은 곳에서 혼처가 들어오나, 모두 사퇴다.

네가 봐둔 남자가 있냐?

있기는 한데 부모님 허락 안 하실 것 같습니다.

누군데 그러냐

이기축입니다

뭐시?

불가 불가 절대로 불가다, 어찌 머슴에게 내 귀한 무남독녀를 준단 말이냐?

전 평생 혼자 살 겁니다

결국 부모가 재산을 좀 떼줄 터이니, 한양으로 떠나라

한양 가서 남편 공부도 직접 가르치고, 식당을 했던 모양이다.

어느날, 뒷산 골짜기에 넓은 바위가 있소, 거기 여러 선비들이 모여 술잔을 나누고 있을 터이니 이렇게 저렇게 하시오

부인 시킨 대로 술잔 나누는 몇 선비 앞에 절하고 엎드려, 이 글을 하나 배우러 왔습니다.

뭐요?

보니 맹자, 이윤이 태갑(왕)을 폐하다 이 구절을 해석해 달란다.

능양군, 김유, 이귀등 반정을 모의하던 이들은 발각된 줄 알고 혼비백산한다.

칼을 뽑으며, 이놈 너 어디서 왔어?

처가 보내서 왔습니다

처가 선비님들 모셔오라 했습니다

너 이놈 말이 틀리면 즉시 죽인다

그 집에 당도하니, 우부인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비님들 술상을 봐뒀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자리에 앉자 우부인이 문 밖에서 절하고 공손히 말한다

소녀는 어려서부터 주역을 공부하여, 미래를 내다 볼 줄 압니다. 그래서 부모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집 머슴 이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선비님들 준비하시는 일은 아무 날은 천운이 따르지 않습니다, 아무 날로 하십시오. 그 날은 대길이고 성공입니다.

그리고 이사람 학문은 없으나 힘이 천하장사이니, 선비님들 일하실 때 맨 앞장 세우십시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반정은 성공했고, 이기축은 공신이 되었다.

처 잘 만나 성공한 사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