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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손기정 선생의 명목을 빌며..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708 |
작성일 2002-11-16 오전 7: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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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기 좋아하는 매스컴들의 덧칠된 영웅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손기정 선생은 식민지 시대 올림픽 마라톤 우승으로 민족에게
큰 희망을 주셨나 봅니다.
중학교 중간 고사때 치른 체육시험이 생각납니다.
문항은 대한민국의 첫 금메달을 딴 선수를 쓰는 문제였는데,
순간 저는 고민에 빠졌었지요.
몬트리올 올림픽의 레스링에서 금메달을 따낸 양정모 선수를
써야 할지 아니면 비록 일본국적으로 따낸 금메달이었지만,
당연한 한국인인 손기정 선수를 싸내야할지로 말입니다.
하지만, 문항에 포함된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가지고 첫 금메달을
딴 선수는 양정모가 맞겠기에 망설이다가 그렇게 답지에 쓰고
말았습니다.
시험후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지만, 양정모
선수가 정답이란것이 대세였습니다.
시험이 끝난후 돌아온 체육시간에 한 학생이 그 문제에 대해
선생님께 이의를 제기하더군요.
자신은 양정모 선수가 정답인것을 인정 하지 못하며 분명 한국인
으로 뛴 손기정 선수가 우리의 첫 금메달이다.
식민지 시대 백성으로 고통받은것도 억울한데, 나라를 되찾은
지금에도 손기정 선수의 금메달을 일본것으로 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정정해 달라..
중학생이라 조리있게 말은 하지 못했지만 대충 이런 정도의
요지였던것 같습니다.
이후 논란끝에 양정모와 손기정 모두를 정답으로 인정한다는
선생님의 판결이 나왔지만, 당시에 전 그 학생의 말을 듣고
많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정답이 아닌 오답이었다고 하더라도 손기정 선수라고 답을 하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였겠지요.
지난밤 손기정 선생의 추모 특집을 보며, 이제는 천상에서 힘들고
외롭게 달렸던 육신의 고통을 놓고 편히 고이 쉬시길 빌어 봅니다.
물론, 저도 정답이라고 나와 있는 삶보다는 오답일지라도 그속에
정의가 있다면 손해보더라도 오답의 삶을 살아보려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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