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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
| 글쓴이 瀟湘夜雨 조회 3489 |
작성일 2002-08-28 오전 2:1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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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난 지금,
하나의 신탁같이 차려진 돌상 앞에서
얼떨떨한 눈망울을 굴리던 내 오랜 사진들을 보고 있어.
태어난 뒤에 사계절을 무사히 넘겨 어엿해진 나를
사람으로 대접하는 의식으로 남긴 기념사진..
실타래를 집어든 사진도 있고, 그 아랜
놓지 않으려고 떼를 쓰던 내게 오빠가 쓰던 만년필을
대신 쥐어주고 행여 던지기라도 할까봐
옆에서 내 주먹을 꼭 잡고 같이 찍은 사진도 있네.
돈이란게 부질없다.. 없다 늘 염불외듯 하면서도
결국은 영악치 못한 내앞에 지폐를 수북히 쌓아
소망을 대신하던 어른들의 안쓰러운 모습도.....
이런 어른들의 소망이 몇십년을 지나서 빚바래고 낡은
지금 이 나이에야 ..이제서야 눈물 글썽하게 만드네.
시간의 주름살.. 사진이란게 그런건가봐 ...
인간의 주름도 세월에 따라 더 깊어지듯...
난 지금 첫돌사진 앞에서 가물가물 꺼져가는
기억때문에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 뜯고 있어.
무서워 ....
비록 작지만 거울속 같은 이 낡은 사진을 보면서도
나 스스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눈먼 기억이 안타까워.
태어나서 삶의 첫해에 격식을 갖추어 받는 이런 커다란 상 ..
훗날 내 자신의 어떤날을 치르고 나면
해마다 받게 될 그런 상..
이 세상에 신고하고 하직하는 것도 모두 상 앞에서이네.
모습은 달라도 한 목소리를 내는 상들...
사진첩을 괜히 꺼냈나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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