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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바둑일대기21 |
| 글쓴이 날울린바나나 조회 4360 |
작성일 2002-08-16 오후 2:1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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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7월26일
아침부터 마음한켠이 돌덩이에 눌린듯 무거웠다.
바둑판만 생각하면 미칠것 같았다.
저쉑이는 아침부터 잠에 환장을 했는지 침을 질질흘리면서 자고 있었다.
아니 죽었다는 표현이 맞을거 같다
"야이 쉐야~~일어나 아침부터 자다가 담탱이한테 걸리면 어칼라고 그래"
충형이 귀때기를 쭈욱 하고 잡아 당겼다.
순간 녀석이 벌떡일어나더니 나를 무서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녀석의 눈엔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따.
잘때 건들면 저쉑이는 발작을한다는걸 잠시 깜빡했다.
난 아주 미안하다는듯 비굴한 미소를 보이며 자기편하게 책을 펴주었다.
나의미소에 감동받았는지 쉑이는 등신같은 미소를 보여주고 다시 엎어져서 자기 시작했다.
도대체가 저자세가 어떻게 나오냐고
도저히 잘수있을거 같지 않은 자세 에서 놈은 아무렇지않은듯
입가엔 야릇한 미소까지 흘리며 자고 있었다.
하긴 저쉑이는 우리학교에서 유일하게 눈뜨고 잘 수 있는 고수였다.
언제 어느때 무슨상황이 닥쳐도 잘수있는 절대무공의 고수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데 충형이가 쭐래쭐래 따라왔다.
솔직히 데리고 가기 싫었지만 기분도 꿀꿀하고 해서 따라오게 냅뒀따.
집에가서 바둑판을 보니 또 허파가 뒤집어질라고 했다.
충형이는 마치 자기 집에 온냥 능숙하게 라면을 찾아서 부시고 있었따.
마침 아버지가 와서 한마디 했다.
"아부니 저거 바둑판좀봐요 다 아버지 책임이에요 아버지가 괜히 니스 칠하라고 해서 완전 떡 됏잖아요"
"니가 울퉁불퉁하게 칠해서 그려 다시 판판하게 잘칠해봐 잘칠하면 훨씬 좋아지는데~~"
"이제 아부지말 내가 들으면 사람이아니다 절대 안칠해요절대~~~"""
"뭐????사람이아녀??이런~~~~~~싸가쥐"
그대로있다간 또 아버지 설교를 들을거 같아 얼른 내방으로 건너왔따.
잘못해서 월남애기라도 나오면 끝장이었다.
충형이 저쉑이는 라면 뿌셔서 생으로먹고 또 라면을 끓이고 있었따.
승호랑 뭐가 좋아서 둘이 신나게 라면을 끓이고 있었는데 도대체가 둘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냐고~~~
하긴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고 저쉑이들은 찰떡궁합 같았다.
바둑판을 보고 속상해 하고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버지말처럼 니스 한번 더칠하면 괜찮아 질것도 같았따.
칠할까말까 칠할까 말까 열번도 더 생각한다음에 난 비장한 마음으로 다시 칠하기로 마음먹었다.
요번한번만 칠하고 다시는 칠하지 않으리
신문을깔고 바둑판을 올려놓고 니스를 가져다놓고
심호흡을 한번하고 붓을 니스에 듬뿍 담궜따.
니스에 독한냄세가 페부깊숙히 스며들었다.
정신이 몽롱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뽄드를 왜하는지 이해가 갔다.
가만...
저쉑이도 혹시 뽄드를 하는거 아닌지몰라
저쉑이는 하고도 남을 놈이었다.
그보다 더한것도 할놈이었따.
항상 얼굴은 약먹은 놈처럼 졸려 있었고 눈은 동태처럼 풀려 있었다.
나는 온신경을 집중해서 바둑판위에 니스를 칠했따.
경건한마음으로 니스에 혼을 불어넣어서 칠했따.
이것이 장인정신인가 싶었따.
니스를 다칠하니까 긴장이 풀려서 다리가 후달렸따.
최선을 다해 칠했기에 후회는 없었따.
약간의 설레임마져 뜨겁게 올라왔따.
근데 충형이 저쉑이는 어느새 내가 먹을려고 어제 사놓은 투게더 아이스크림까지 쳐먹고 있었따.
내가 젤로 좋아하는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수저로 푹푹 쳐먹고 있었따.
니스를 저쉑이 머리에다 붓고 그위에 라이터를 키고 싶었따.
바둑판이 잘마르게 선선한곳에다 놓고 그남아 남아 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잽사게 수저를 들고 뛰어갔다.
마지막남은 아이스크림 덩어리가 저쉑이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따.
아구를 한번 돌리고 싶었지만 보복이 두려워 차마 그렇게는 할수 없었따.
두시간정도있다가 벅찬가슴을 부여잡고 바둑판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
이럴수가~~~~~~~
내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처절한때는 없었으리~~~
진정 없었으리!!!!!!!1
바둑판은 완전 떡이돼어서 니스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더울퉁불퉁해졌고 번들거라다 못해 완전히 거울이 돼있었다.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고있는데 바둑판위에 나의 모습이 머리카락한올한올 또렷이 보였따.
바둑판에는 충형이 얼굴도 보였는데 그쉑이 상판때기가 비실비실 웃고 있었따.
"야 내가 다시한번칠해주까?나 저런거 잘하는데 "
불난집에 부채질하는것도 아니고 저 개에 쉑이를 그냥!!
나도모르게 니스통으로 손이 갔다.
저녁때도 되어도 충형이는 가지않았다.
오늘 우리집에서 삼겹살 구워먹을거라는걸 알았나보다.
아무도 말하지않았는데 녀석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뭔가있다는걸 아는 눈치였다
무서운놈!!!1
저녁때 삼겹살을 먹는데 난 아부지한테 따졌따.
""아부지 아부지땜에 바둑판 완죤히 버렸잖아요 저거보세요
다시 아부지가 똑같은걸로 하나 사내요 아씨~~~~""""
순간 아버지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따.
아부지가 술을 먹을때 대드는건 자살행위라는걸 깜빡했따.
난 어색한 미소를 흘리면서 속으로 져때따 하고 생각했따.
분위기가 그러거나 말거나 충형이는 처절하게 삼겹살을 쳐묵고 있었따.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시작됏따.
"요새 젊은 것들은 말여 싸가지가 없어가지고 설라무네~~~""
위기였따.
여기서 조금만 있으면 필히 월남 애기가 나올거고 그때는 우린끝장이다.
승호와엄마는 슬금슬금 도망쳐버렸고 나와충형이만 남았따.
다행이 아버지는 술이 조금밖에 안취했기때문에 난 화장실핑계로 간신히 도망 나올수 있었따.
엄마는 옆집으로 피신갔고 승호는 지방으로 들어가서 꼼짝하지 않았따.
갑자기 충형이가 디게 불쌍해보였따.
아부지가 월남애기 하면 최소2시간이었따.
화장실도 가면안된다.
조금있으니 아버지의 월남 얘기가 큰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월남에서말여~~~베트콩하고 싸울때 말여~~~~~~~"
충형이 저쉑이 그러게 그냥 집에 갈일이지 하여간 너는 오늘 져때따
"저 아저씨 오줌마려워서 화장실좀"
"이런 ~~~~싸가지 없는눔~~으른 애기 하시는데 화장실은"
"그니까 내가 어디까지 애기했지 아 그렇구나 그 윌슨이라눔이말여"
충형이는 2시간조금넘게 아버지의 월남 애기 를 다듣고 혀를 내두르며 집에 가야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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