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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따..... |
| 글쓴이 너무 무진당 조회 4097 |
작성일 2002-08-15 오후 7:4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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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7월25일
>
> 염병할~
> 날씨는더워 죽겠는데 보충수업이라니!!
>
> 아침부터 햇살이 살갖을 파고 들었지만 난 선풍기가 하나 밖에없는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들어야만했다.
>
> 수업들 듣는둥 마는둥 내머리속은 온통 바둑판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
> 니스를 칠하느냐 마느냐!!
> 그것이 문제로다.
>
> 옆에는 충형이가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자빠져 자고 있었다.
> 저세끼는 맨날 자는게 일이었다.
> 책이 성한게 하나도 없다.
>
> 전부 자면서 침을 흘려놔서 책이 쭈글쭈글 지저분하기 짝이없었다.
> 미친놈~~ 무슨 좋은 꿈을 꾸는지 헤벌쭉 하고 웃고있다.
>
> (니스를 칠할까?칠하면 좀 좋아질거야 아니야 괜히 잘못칠하면 바둑판만 망칠수 있어.. 아니지 니스칠한다고 바둑판이
> 뽀개 지기라도 하나 한번 칠해볼까..)
>
> 한참 바둑판 생각을 하고 있을때였다.
> 이크 영어 선생님이 어느새 우리 앞으로 오고 있었다.
> 의미심장한 미소를 씨익하고 웃으면서
>
> 난 절라 쫄아가지고 책으로 시선을 박으면서 충형이를 쿡쿡 찔렀다.
>
> 아~~
> 개쉑이가 찔러도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
> 이~~충~~~~형
> 영어선생님의 저승사자 같은 목소리였다.
> 쉑이가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아예 쳐자빠져 자고있다.
>
> 이~~~충~~~~~형
> 선생님의 목소리에 살기가 묻어났다.
> 저쉑이는 죽었다.
>
> 짜식이 이젠 침이 고이다 못해서 밑으로 흘러 거의 땅바닥에
> 닿을락 말락했다.
>
> 순간!!
> 영어 선생님이 충형이의 귀를 잡아 잡아 당겼다.
>
> 그때였다.
> 개쉑이가 눈을 뜨면서 쓰~~~~~읍 하고 침을 빨아 올렸다.
> 바닥에 닿을뻔한 침이 순식간에 녀석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우웩~~ 우웩~~~
> 친구들은 그 엽기적인 광경에 아연실색 했다.
> 우라질놈의 쉑이
>
> 충형이는 운동장을 10바퀴뛰어야 했고 덕분에 그쉑이는 하루종일 쳐자빠져 잤다.
>
> 학교가 끝나고 집에 충형이를 데리고 갔다.
> 바둑판에 니스를 칠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꼬붕 이 필요할거 같아서 였다.
>
> 니스를 찾아서 신문지를 깔고 그위에 바둑판을 올려놓았다.
> 막상 니스를 칠할려고 준비까지 하고 나니 무지하게 떨렸다.
>
> 처음생각엔 충형이를 시킬려고 했지만 저쉑이를 시키면 망칠거 같아 내가 직접하기로 했다.
>
> 충형이는 엄마가 해주신 빈대떡을 맛있게 아니 처절하게 쳐묵고 있었다.
>
> 아무런 도움이 되질않았다.
> 개에 쉑이~~~
>
> 붓을 니스에 묻히고 심호흡을 한번했다.
> 온신경이 붓에 집중되었다.
> 옆에서 개걸 스럽게 쳐먹고 있는 충형이는 안중에도 없었다.
>
> 니스를 칠한 붓을 드디어 바둑판에 대고 칠하기 시작했다.
> 손끝이 떨여오고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난 세포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불어 넣었다.
>
> 정말로 비장한 심정으로 니스를 칠했다.
> 니스를 칠한 바둑판은 번들번들 했다.
> 이제 마르는걸 기다니는일만 남았다.
>
> 아~~
> 장인 정신이라는게 이런거구나
> 내심 뿌듯했다.
>
> "야 임마 그거 바둑판에 칠해서 뭐할려구 그러냐 바둑판 그냥 나무에다가 줄그려가지고 쓰면 될거 가지고 "
>
> 빈대떡좀 먹어 볼려고 젖가락을 집으니 저쉑이가 다 쳐먹고 없었다.
>
> 저쉑이 얼굴에다가 니스를 칠해주고 싶었다.
> 바둑을 모르는 놈이 지껄이는 말이야 무시하고 난 니스가 잘마르도록 조심조심 선선한 곳에다 놓았다.
>
> 충형이는 배고프다면서 라면 하나를 더끓여먹고 집에 가버렸다.
>
> 씁~~~~ 다시는 데려 오나봐라 이쉑이야!@@
>
> 두시간 정도 기다리니까 니스가 완전히 말랐다.
>
> 짜잔~~~
> 벅찬가슴을 부여잡고 바둑판 상태를 살펴보러 갔다.
> 조심스럽게 바둑판의 반면을 만져보고 빛데 비춰보고~~
>
> 아~~~~~~
> 이럴수가
> 하늘이 노래지고 아버지가 원망스럽고 내가 병신같이 느껴졌다.
>
> 상태는 최악이었다.
> 니스는 떡이되어서 울퉁불퉁해져 있었고 반면은 빛에 반사되어
> 번들번들 눈이부셔 볼수가 없을지경이었다.
>
> 이런 쓰~~~~~벌!!!!!!!1
> 내가 가장아끼는바둑판이 이지경으로 망가지다니
> 머리를 쥐어뜯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
> 아 내가 왜 니스를 칠했을까 왜 칠했을까
> "빙신아 왜 니스를 칠했니"
>
> 오늘은 잠이 올것 같지가 않다.
> 바둑판만 보면 허파가 뒤집어 진다.
> 아버지가 무지 미웠다.
>
> 이일을 어이할꼬
>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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