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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한 끈기. |
| 글쓴이 새벽21 조회 4175 |
작성일 2002-08-14 오전 8:3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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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을 결정짓는 변수는 무엇일까? 그걸 알면 직접 출마하지…. 그러나 지금의 판세만으로 말한다면 그것이 만인 앞에 뚜렷이 드러나 있다. 바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이다.
지금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지만 정치적으로 말한다면 이 사건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김대업씨다. 무슨 병무비리인가로 감옥에까지 갔던 전력이 있으나 워낙 이 방면에는 도가 터서 검찰 수사보조원으로서 비리 색출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전직 부사관이다. 이 점에서도 참 대단한 나라다,우리 대한민국은.
민주당은 이 사람의 주장과 증거라는 것들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눈치다. 한나라당이야 당연히 이 사람이 거짓말하고 있으며 증거라는 것들이 조작된 것임을 입증하겠다며 안간힘을 쓰는 중이고.
이미 5년 전에도 지금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는 바로 이 사건으로 결정적 승기를 잡은 바 있다. 그 때의 경쟁상대이던 이후보가 다시 나섰으니 이 좋은 무기를 썩히려 하겠는가. 이번 일만 잘된다면 대통령 자리는 떼어놓은 당상인데．
이분들의 인격을 믿고 말하려 한다. 틀림없이 확신할 만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뜸들이며 목소리를 높이지 말고 그 증거를 제시할 일이다. 그러고 나면 후보직을 사퇴하라 마라 할 것도 없이 이후보는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될 테니까.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이런 식으로 싸워서 대통령이 되고 집권당이 되어선 어떤 일을 하려는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속담 흉내라도 내겠다는 것인지. 어떤 수단이든 동원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고 나면 그 때부터 품격있는 정치를 해나가겠다? 에이,여보슈! 삼척동자라도 그 말에 속지 않겠네.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니 거기에 맡겨두면 될 일이다. 양당의 관계자들이 다투어 검사 행세를 하며 호통쳐대는 데는 질리지 않을 수가 없다. 목소리 크기가 죄를 있게도 하고 없게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아 어이없고 한심하다.
폭로가 정치의 중핵적 변수 또는 요인이 될 경우 모든 정치인이 그 피해자가 된다. 누가 안심하겠는가. 자신이 한 말 모두가 비밀리에 녹음되고,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진찍힌다고 상상해보면 그 폐해를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어쨌든 그들은 언제라도 원하는 때 감시할 수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입 밖에 내는 소리는 모두 포착되고 캄캄할 때를 제외하고는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감시받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 했고 그러다 보니 그것이 본능처럼 습관화되어 버렸다”
조지 오웰의 대형(大兄)만이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다. 비열한 음모꾼,직업적 폭로꾼도 대형과 다를 바 없이 위협적이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감시 수단이 말 그대로 첨단화한 세상이 아닌가.
이러나 저러나 다른 말도 좀 들어보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포부가 오죽 거창하겠는가. 집권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면 정책 대안이 오죽 화려하겠는가. 이에 대한 이야기 한 마디 제대로 듣지 못하고 병역비리 시비만을 지켜보다가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처지가 너무 한심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한 농부가 수호 성자의 축제에 쓰려고 개똥지빠귀를 대여섯 마리 잡아 와서 아내에게 주며 말했다.
“여보,카트리느． 숫지빠귀를 잡아 왔으니까 요리를 만들어요”
아내는 새를 보더니 말했다.
“어머,이게 숫지빠귀라고요?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요． 이건 암지빠귀예요”
“아냐! 숫지빠귀야．등이 근질근질하거든 우겨대”
“아녜요,프랑소와． 당신이 암만 무섭게 그래도 소용없어요． 이건 암지빠귀가 틀림없어요”
아내는 몽둥이가 부러지도록 맞았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한 해가 가고 다시 수호 성자의 축제가 되자 아내는 작년의 지빠귀가 암컷이었다고 우겼다. 입씨름 끝에 또 남편의 몽둥이질이 시작됐다. 이 부부는 이러기를 17년이나 계속했다. 그 이후엔? 남편이 죽어버려서 더 싸울 일이 없어졌다(서양고사일화,홍윤기 편).
정당과 유력 인사들이 선거 때마다 꺼내는 이슈는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대선이나 총선 때 써먹어 본 다음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따로 정리해서 간직해두는 게 분명하다.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데야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국민의 입장에선 이런 폭로 비난 이슈들이 이렇다할 의미가 없고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정치 발전에도 기여하는 게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얼굴 색하나 안 변하면서 똑같은 싸움을 끝도 없이 계속한다. 참 대단한 끈기다.
국민일보/이진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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