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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 사발면과 어머님의 탈지면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4043 |
작성일 2002-08-11 오전 11: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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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여자친구는 교회로 출발을 합니다.
함께하지 않는 제게 늘 불만이지만, 교회문제만 나오면 유난히
혈압을 높이는 저를 아는지라 애써 화장한 예쁜눈을 치켜뜨는
것으로 만족하고 씩씩하게 문을 나서는군요.
차까지 배웅해주고 오면서 사발면을 하나 사왔습니다.
아침엔 사실 간단한 술과 안주로 떼우는 편이라 이맘쯤엔 배가
출출할 때이고 시간도 어중간해서 간편하게 먹을수있는 것은
사발면이 최고더군요.
끓는물에 적당히 불어있는 면발과, 특유의 스프내음이 저를 옛
추억속으로 이끕니다.
재수할때 였어요.
제가 다니던 학원은 통제가 심한편이라 아침에 카드긁고 들어
가면 수업이 끝나기 전까진 나올수 없었습니다.
거의 고등학교의 연장이더군요.
간단한 궁것질거리나 파는 패점뿐이었기에 학생들은 거의 도시락을
싸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그 점심시간에 매점에서 사발면을 사 먹는 친구들이 적지
않았어요.
교실안에 풍기는 은근한 사발면 향내가 코를 찔렀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제 처지상 언제나 그 냄새에 호강하는 코의 즐거움으로
만족할 뿐이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집에 내려갔을때 어머님이 물으시더군요.
점심에 친구들은 무엇을 먹는지, 어떤 반찬을 싸오는지..
그때 전 친구들이 점심에 먹는 사발면 얘기를 해 드렸습니다.
물론 굉장히 먹고 싶었다는 표정도 함께 곁들여서 말이죠.
"너도 사발면 먹고 싶니? 용돈좀 더 줄테니 사발면 사먹으렴"
자식이 먹고싶어 하는것을 사주지 못했던 어머님의 아픈 마음이
저에게 전해지더군요.
비록 어렸지만 어머님의 성의를 받아드릴순 없었습니다.
빤한 아버님 월급에 자식들 대학공부 시키려 자신은 싸구려 몸빼
바지 하나로 사시사철을 나시는 어머님을 봐온 저로선 정말
받아드리기 힘들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식 용돈에 보탬이 되려 진료소에서 쓰는 탈지면을
접는 부업까지 하셨던 어머니.
제가 사발면을 하루에 하나씩 먹으면 그 주름진 손으로 얼마나
많은 탈지면을 접어야 하는지 알았기에 공연히 얘기를 꺼냈던
제 마음은 어머님의 그것보단 못하겠지만, 정말이지 아팠습니다.
좋은것 먹이고 입히지 못했지만, 그래도 시골에선 어깨펴고 다닐
만한 대학에 입학했을때 기뻐하시던 어머님 얼굴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사발면 정도야 1년 내내 입에 붙이고 다녀도 될만큼
부유(?)해 졌지만, 그래도 한때 어머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발면의 기억이 오늘도 생각나는것은 당신의 기대에 항상
못미친 자식의 죄송스러움 이겠지요.
글을 접으면 전화라도 한통화 해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려도 아직도 탈지면을 접고계신 어머님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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