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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훼방꾼. |
| 글쓴이 새벽21 조회 4136 |
작성일 2002-08-11 오전 10:3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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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의 앵커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문비나무숲 1만6273㎢(강원도만한 넓이)가 딱정벌레 때문에 고사됐다. 이는 북미지역에서 곤충으로 인해 생긴 나무 피해 가운데 최대 규모다. 알래스카에 왜 갑자기 딱정벌레가 늘어났을까 과학자들은 이 지역의 평균기온이 지난 30년 동안 7도 가량 상승했으며 이 때문에 딱정벌레의 번식 속도가 2배로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추운 지방에서는 살 수 없는 모기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알래스카의 최북단지역에서도 출현하고 있다. 미국 서부와 남서부 지역이 올해 여름 유례없는 건조한 날씨로 수십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자 미국인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콜로라도주와 애리조나주에 살고 있는 주민 수천명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6건의 대형산불로 집을 버리고 긴급 대피해야 했다. 미국에서 올 상반기에 발생한 산불피해 규모는 8137㎢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평균치보다 두배나 넓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에만 신경을 쓸 뿐 기후변화로 산불이 쉽게 일어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의미있는 국제적 행동에 계속 반대해왔다.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한 보고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현재 진행중인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노력만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내용과 같은 규제 노력이 없다면 온실가스 방출은 앞으로 10년 동안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일치된 견해지만 미국 의회와 부시 대통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프린스턴대의 마이클 오펜하이머 교수와 브라운대의 브라이언 오닐 교수는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가 한번 방출되면 짧게는 수백년, 길게는 수천년까지 대기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온실가스 감축을 미룬다면 지구온난화 추세를 둔화시키는 것은 더 어려워지고 비용도 많이 들게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지구생태계에 미치는 더 파괴적이고 즉각적인 결과는 전세계 산호초의 파괴다. 산호초는 다양한 바다 동식물의 서식을 돕기 때문에 ‘바다의 열대우림’이라고 불린다. 산호초가 파괴되면 생물다양성은 크게 떨어진다. 바닷물 온도가 몇 도만 올라가도 산호초는 몇년 안에 광범위하게 파괴된다고 오펜하이머 교수는 경고한다.
이들은 남극대륙 서부의 대륙빙이 녹기 시작하면 앞으로 몇 세기에 걸쳐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2도 남짓 높았을 때 대륙빙이 붕괴했다는 증거가 있다. 대륙빙이 녹으면 해수면이 5m 가량 상승하고 이는 해안지역에 대재앙을 초래한다. 뉴욕의 맨해튼섬과 플로리다주 남부지역이 물에 잠기고 한반도 같은 반도국가도 많은 부분 물 속에 잠기게 된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알리는 과학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배기가스 감축 노력에 반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지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연료 기준을 강화하는 새 법률이 지난 22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이 법률의 입법을 막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었으며 이제는 주민투표를 통해 이 법을 뒤집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회사들은 이 법이 스포츠실용차량 등 인기있는 차의 생산을 중단시킬 것이라는 근거없는 우려를 소비자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미래의 역사가들은 미국이 취한 ‘일방주의’의 최악의 결과로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 결핍을 꼽을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생태학적 균형과 연관된 중대한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부유한 나라들의 사심없는 지도력을 토대로 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보다 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문제는 미국이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자국 군인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의 면책권을 요구함에 따라 유엔 평화유지활동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재정지원을 계속하는 대가로 자국 병사에 대한 1년 간의 면책특권을 얻어냈다. 그렇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부시 정부의 보수주의자들은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를 바란다. 이들은 국제형사재판소 같은 국제법정도 반대하고 미군이 유엔의 깃발 아래 평화유지활동을 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유엔은 미국의 참여와 재정지원이 있어야 평화임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분쟁당사자들이 중립적인 평화유지자를 원하고 유엔의 개입을 찬성하는 국제적 합의가 있는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개입한 보스니아나 러시아의 반대에도 유엔이 끼어든 코소보 등과 같이 대부분의 유엔 개입은 미국이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한 가지 수단이었다.
국제형사재판소를 둘러싼 논란에서 미국은 자국 병사가 면책권을 부여받지 못하면 보스니아의 유엔 평화유지 임무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군의 철수가 그렇게 중요한가 내 생각은 “아니다”이지만, 미국의 보스니아 철수는 유엔이 다른 지역에서 펼치고 있는 바람직한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미국의 자금지원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셀리그 해리슨/ 미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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