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국> 조훈현 9단(흑) vs 한상훈 3단 - 285수 끝, 흑불계승
<제2국> 김대희 4단(백) vs 박승화 3단 - 239수 끝, 흑3집반승
2008한국바둑리그 3위 월드 메르디앙이 개인전으로 돌아선 Kixx팀을 맞아 진땀을 뺐다.
하마터면 첫날 두판을 모두 내줄 뻔했던 월드 메르디앙으로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만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1, 2국 모두 월드 메르디앙에게 조금이나마 유리해보였던 오더라 2 : 0을 거두지 못한 아쉬움은 아쉬움일 뿐이다.
한글날 저녁7시에 먼저 열린 1국부터 월드 메르디앙의 기대는 어긋났다. 장수영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2지명으로 뽑힌 거물신예 한상훈이 12라운드 3경기 1국에서 Kixx 3지명 조훈현 선수에게 덜미를 잡혀 월드 메르디앙은 순조롭지 못한 출발을 보였다.
2년에 걸쳐 바둑리그에서만 세번째 맞대결이기도 한 1국에서 조훈현은 아들뻘 한상훈을 제압하며 노익장을 과시. 장장 2시간의 사투를 벌이면서 막판까지 형세는 종잡기 힘들었다. 다만 바둑TV에서 김성룡 9단은 백(한상훈)이 어려워진 원인을 "우하귀를 버리고 하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수 논 탓"이라고 주장. 국후 조훈현 선수도 한상훈과 복기하며 똑같이 얘기해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한상훈은 백번으로 대국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선수다. 이날도 돌을 가려 백을 잡자 "LG배에서는 무조건 백을 선택했다. 바둑리그에서도 운좋게 백을 많이 잡았고 딱 한번만 졌다."며 백번으로 대국하는 1국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허나 이날은 '백번=필승'의 기분좋은 공식이 먹히지 않았다.
▲ 행운의 승리를 거둔 박승화 선수가 즐겁게 인터뷰하는 모습.
믿었던 한상훈의 패배는 2국에 출전한 박승화 선수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1국이 늦게 끝나 예정된 대국시간(밤9시)보다 조금 뒤에 들어간 2국에서 박승화는 초중반까지 Kixx 김대희를 상대로 리드해나갔다.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하중앙 전투에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우습게도 승부는 엉뚱한 데서 다시 뒤집혔다. 김대희 선수가 끝내기 단계에서 어이없는 실족으로 다잡은 승리를 놓쳐버렸다. 바둑리그에서 아직 1승을 거두지 못했다는 부담이 김대희를 실수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것 같다. 양재호 해설자는 "김대희 선수는 선발당시 기대를 모은 선수 중 한명이었다. 허나 바둑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며 김대희의 부진을 안타까워했다.
월드 메르디앙으로서는 행운의 역전승이 아닐 수 없었다. 첫날 벼랑 끝에 몰릴 뻔했던 위기를 극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남은 세판 모두 결코 월드 메르디앙 쪽에 유리하지 못한 탓이다. 상대전적이나 이름값 등에서 조금씩 Kixx에게 밀려있는 오더임이 분명하다.
현재 3위인 월드 메르디앙은 이번 라운드에서 Kixx를 5 : 0으로 이기면 영남일보와 함께 공동1위까지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판을 내줬으니 그럴 가능성은 사라진 셈. 남은 네판에서 모두 이기고 역전승을 거둬 제일화재와 공동2위가 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월드 메르디앙은 최소한 이번 경기를 3 : 2라도 이겨놓아야 플레이오프 진출을 거의 확정지을 수 있다. 거꾸로 Kixx에게 지면 4위로 떨어짐은 물론, 플레이오프 진출도 불확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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