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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열정의 우리는 멋있었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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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열정의 우리는 멋있었다(上)
MIT 바둑 축제에서의 페어 바둑
| 사이버오로 2010-04-30 오전 08:01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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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주(왼쪽), 바둑축제에 맞춰 한껏(?) 차려입었다 |
‘음식 무료! 재미있는 상품!’
축제다! 축제!
MIT 바둑클럽 회장한테서 “제넷! 바둑클럽에서 축제를 하니 꼭 와줬으면 좋겠어. 많은 MIT 친구들에게 바둑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야.”라는 메일이 도착했다. 야호! 대학교 축제는 언제 가고 안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MIT 축제에 맞춰 바둑클럽에서도 뭔가 분주히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2주가 지난 뒤 들뜬 마음에 축제니까 화려함에 맞는 옷과 하이힐을 선택한다. 게다가 나는 ‘마.스.터’ 이니까 특별히 신경을 써야지. 장소는 MIT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기숙사로도 사용된다는 텡홀이다. 타고난 길치로 걱정은 되었지만 가장 높은 건물이라 하고, 집에서 빼꼼 올려다 보니 저 쪽 찰스강 건너편에 우뚝 보이기도 하니 문제 없다. 건물 꼭지만 보고 따라가면 되겠다.
‘저 정도라면 걸어가도 충분하겠군’ 이라며 집을 나선다. 밤 공기를 맞으며 절로 나오는 노래를 흥얼 거리면서 바람을 따라서 걷는다. 찰스강 따라서 걷기를 30분, 점점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충분하겠군’은 ‘불가능하군’으로 바뀌고 있다. 이유인 즉, 텡홀로 가로질러가는 다리는 없었다. 바로 건너편에 있던 텡홀은 점점 등뒤로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데 가지 못하는 기분에 괜시리 억울해 지기 시작한다.
 ▲ 바둑클럽의 축제를 알리는 소박한 포스터., 포커와 함께 즐긴다. 테이블에 모여 앉아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축제의 장소 텡홀을 찾는데만 1시간 반. 한 숨 백만번에 텡홀 로비에 도착하고 두리번 거리니 벽에 ‘PLAY POKER & GO’라는 소박한 포스터가 보인다. 미국은 대부분 상점 간판도 작게, 포스터도 되도록 작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왕이면 아주아주 크게 만든 포스터가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건 그렇고, 포커와 바둑의 만남이라! 한국 바둑팬들에게 이 두 게임의 만남이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은 이유는 포커의 전설 차민수 프로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거울을 본다. 장시간 꾸민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땀 범벅과 흐트러진 머리, 번쩍이는 원피스에 운동화 신고 100미터 달리기한 비 정상적(?)인 동양 여자가 눈 앞에 있다. 꽃 한 송이 달고, 두 번째 손가락으로 머리 한 번 꼬아주면 딱 영화 속 주인공이겠다. 그나마 하이힐은 가방에 챙겨 놓고 운동화를 갈아 신고 나와서 발이 아프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면서 뒤 늦게 축제 합류행 엘레베이터에 오른다.
꽁닥꽁닥 24층. 텡홀 맨 윗층은 사방이 유리로 되어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도시 보스톤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다정하고, 인자한 빛을 집집이 밝힌다.
도착하기 전에 길과의 전쟁을 치루고 왔는데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방긋 웃으면서 텡홀 문을 활짝 연다. 가장 먼저 마주친 MIT 바둑클럽 회장 브라이언에게 눈 인사를 한다. 브라이언은 바둑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간단한 역사와 룰을 설명하느냐 힘들어 보이지만 기분이 썩 들떠있는 것으로 보인다.
 ▲ 무료로 제공된 브리또를 먹으면서 열심히 바둑 연구 중. 남자라면...바둑인가.. 13줄 바둑도 좋다.
한 쪽에서는 포커와 칩들이 오고가느냐 정신이 없고, 한 쪽에서는 하얀색, 검은색 바둑돌들이 오고간다. 혹시 MIT 천재들이 블랙잭을 하며 앞으로 나올 카드와 자신의 승률까지 예측해 라스베가스를 단 숨에 무너뜨리는 영화 ‘21’을 봤는가. 천재들의 두뇌 싸움인 ‘21’을 봤다면 내 눈에 보이는 MIT 학생들이 손에 쥐고 있는 포커와 칩들이 단순한 놀이 도구로만으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실화를 구성으로 만들었다는 이 영화의 제2의 주인공이 이 곳에서 탄생할 줄 누가 아는가.
잠시 포커 그룹을 살펴보고 바둑 그룹으로 눈을 돌렸다. 못 보던 친구들이 제법있다. 그 중 바둑 클럽에서 몇 번 눈도장을 찍었던 프랭크가 보인다. 얼마 전 모임에서 테스트를 봐야 한다며 중간에 대국을 멈추고 간 친구가 프랭크로 기억된다. 착실해 보이는 프랭크와 3점 접바둑을 둔다.
몇 몇 학생들이 구경에 나섰다. 한참을 구경하더니 바둑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서 바둑을 배웠니?’ ‘왜 하변이 단수인데 우변을 두었니?’ 등의 질문을 쏟아낸다. 나도 최고수가 아니어서 확실하지 않지만…으로 시작된 질의 응답은 계속 되었다. 처음에는 프랭크와의 바둑에 대해서, 나중에는 최근 한국 바둑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 중 한국 바둑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 진롱은 얼마 전에 페어 바둑 토너먼트를 봤다면서 흥미를 보였다. 페어 바둑을 몰랐던 친구들 까지 신기하다며 ‘한 번 해 볼까?’며 눈 빛 교환을 한다.
‘콜!’
많은 테이블 위에 놓인 바둑판 중에 평형이 맞지 않아 흔들렸지만, 까만색 매직으로 만들어 놓은 화점이 있는 바둑판이 보인다. 이름 모를 MIT 바둑클럽의 누군가가 손수 만들어 놓고 간 바둑판. 나는 주저하지 않고 가로, 세로 19줄에 정성이 베어있는 바둑판을 선택했고, 동시에 우리의 역사적인 MIT 최초 페어 바둑은 시작됐다.
 ▲ 손수 제작된 바둑판에서 4인 페어 바둑 시작.
1단 실력의 로우쉐와 3급의 프랭크가 한 편, 4급 진롱과 내가 한 편. 페어 바둑은 팀원의 ‘쿵짝’이 얼마나 잘 맞느냐인데 처음 본 친구와 한 팀을 이뤄서 대국을 하려니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일단 믿어 보는 거지 뭐. 2005년이었던가? 최문용 프로와 한 편이 되어서 페어 바둑대회에 나가본 경험이 있어서(물론 4강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상대방의 순번에 따라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 대략 알고 있었던 점이 힘이 된다.
짧게 순서를 정하고 바둑은 시작된다. 진롱(4급)-프랭크(3급)-나-로우웨(1단) 순으로 순번이 좋은 편은 아니다. 앉아서 두는 것은 자세가 여의치 않아 모두 일어서서 두기로 했다. 우리는 많은 에너지를 바둑판에 쏟았고, 많은 수를 머릿속에 그리며 심오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내가 지금 보스톤에 있는지, 내가 기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구석에서 바둑에 몰두한 우리에게 분위기 전환을 시켜주듯 대국 중간에 회장 브라이언이 와서 “상대방 편에가서 바둑을 보니 색다른 수가 보이네? 바둑이 잘 안 풀릴 때는 상대방 편에 가서 수읽기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라며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잠시 숨을 돌리며 눈 빛 교환을 하며 싱긋 웃고는 상대방 자리로 가서 다시 대국에 몰두한다. 그렇다. 새로운 세계가 보이니 하나의 바둑판 안에 두 판의 대국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는 밤 12시가 넘어 다음 날이 되도록 바둑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그들과 나는 바둑판 앞에서 프로였으며 멋있었다. 그래고 행복했다.
참, 한 팀이었던 진롱은 이 날 이후로 나의 MIT 바둑 클럽 베스트 프랜드가 되었다. 알고 지냈던 시간이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는 같은 바둑판 안에서 긴긴 여정을 함께 하며 희노애락을 나누었는데.
 ▲ 새벽이 다 되어서 끝이난 페어 바둑. 복기하기 전 기념 촬영!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랭크, 로우쉐, 나, 진롱.
 ▲ 깜빡 잊을 수도 있다. 보스턴은 대도시다. 보스턴의 야경.
●○... [정연주 기자는 누구?]
 타이젬에서 바둑전문기자로 5년넘게 맹활약하였으며, 뜻 한 바 있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바람의 딸 '한비야'로부터 조언을 듣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중이다. 바쁜 일상에서 틈틈이 월간바둑 해외통신원을 겸하고 있다. 사이버오로와 월간바둑은 바둑의 '세계화'를 회사의 정책으로 삼고 있어, 얼른 정기자를 섭외, 포섭(?)하였다. 이제 정연주 기자의 글은 월간바둑과 사이버오로에서 확인 할 수 있다.
◀ 뉴욕 노천카페에서 정연주
PS. 2009년부터 월간바둑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정연주의 좌충우돌 세계棋행'. 인터넷에는 오로,파란,야후바둑의 해외뉴스란을 통해 월간지 1회분이 매주 2회로 나눠 연재되며, 이후 격주로 연재될 예정.
[글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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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희오빠 |
｜ 2010-05-05 오후 4:0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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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기자님 옷 이뿌다~ ㅎ 첫 사진에 바둑알 통 주름이 잼있게 생겼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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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희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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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쥬님. 진롱이하고 자주 붙어 다니지 마요. 정들면 클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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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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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학생들이라 머리나 옷차림에 꾸밈이 없구만. 당연 그래야지. 너덜한 천조각을 두르고, 슬리퍼를 끈다고 해도 좋을때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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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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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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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롱이 = 이민자나 국제결혼한 사람들 99% 이상이 눈물로 산다잔아요. 처음에야 젊으니까 신나겠지, 으르렁 거려도 부모형제 있는곳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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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천신수 |
｜ 2010-05-02 오후 1:4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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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계속 수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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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페스트 |
｜ 2010-05-01 오후 8:55: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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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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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매1 |
｜ 2010-05-01 오후 4:3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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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필라델피아에 한번 놀러오세요. 뉴욕에서 두시간도 안되는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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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KARI |
｜ 2010-04-30 오후 10:5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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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기자님의 좋은 글 잘 읽고 있고..
지금의 작은(?) 시작이 훗날 크게 창대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곳에서..날아가는 민들레들이..
바람을 타고 어느 곳으로 퍼질지..미리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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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행열차 |
｜ 2010-04-30 오후 7:4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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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좋은것 젊을 때 이런 경험도 해 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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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암 |
｜ 2010-04-30 오후 6:12: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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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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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비양지골 |
｜ 2010-04-30 오전 11:34:00 [동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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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험의 독자성에서 남이 따라올 수 없다.
용기 있는 대한 낭자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좋은 글이다.
그리고 저자에게는 아픔이 될 수 있으므로 악플은 달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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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양지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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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만 MIT 아이들을 천재 천재 하는 건 좀 우습다. 별 거 아닌 아이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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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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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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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뛰어난 고등학교에서 1등 하는 학생도 들어가기 힘든 곳이 MIT 인데.. 이런 MIT 학생들을 별거 아닌 아이들이라고 치부하다니 이 분은 정말 뛰어난 천재이거나 바보 둘 중에 하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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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페스트 |
｜ 2010-04-30 오전 8:3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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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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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가 지질이? 남이 공 들여 쓴 글에 추접이 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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