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Home > 뉴스
|
|
부부기사 이야기① 최강 남자기사와 여자기사가 결혼하면?
|
부부기사 이야기① 최강 남자기사와 여자기사가 결혼하면?
| 정용진 2017-06-08 오후 07:38 [프린트｜스크랩] |
|
|
|
|
 |
| ▲ 막강실력의 프로기사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부모를 따라 프로기사가 된다면? 부모 양친으로부터 바둑유전자를 물려받은 2세 프로기사라면 1세보다 더 강하지 않을까. 최철한♡윤지희 커플은 우리나라 부부기사 4호다. 과연 이들은 한솥밥을 먹는 위력을 발휘해 2009년 비씨카드 Loun.G배 페어바둑 챔피언십에서 찰떡궁합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그리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만나 하나(1)가 되었다는 뜻을 담은 날(21)이다.
여자기사 수가 많았던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1989년까지 여자기사가 달랑 2명뿐이었고, 그나마 윤희율 초단 한명은 은퇴한 상태였다. 1990년에야 여자입단대회를 부활해 다시 뽑기 시작했고, 2017년 6월 현재 57명으로 늘어났다. 하늘의 별따기라지만 이전엔 쳐다볼 하늘(여자기사)조차 없었다. 그런데 젊은 또래의 여자기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연애커플’이 생겼고 마침내 2004년 12월, 김영삼(당시 7단)과 현미진(당시 3단)이 결혼하면서 국내 첫 부부기사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2005년 봄에는 석달 만에 연이어 이상훈(大)-하호정 ‘부부기사 2호’가 선을 보였고, 그 뒤를 박병규-김은선, 최철한-윤지희, 윤재웅-김세실 부부기사가 줄지어 탄생했다. 최근(2016년 1월) 결혼한 김진훈 4단-김혜림 2단 커플까지 국내 부부기사는 모두 여섯 쌍. 지금 열애중인 기사들 또한 적지 않으므로 앞으로 훨씬 늘어날 것이다. 부부기사 1호가 탄생한 지 13년밖에 지나지 않은지라 아직 2세 프로기사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간문제일 뿐,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중국처럼 2세 프로기사를 볼 날이 올 것이다.
▲ 우리나라 '1호 부부기사' 김영삼-현미진 커플이 결혼하던 날. 주례도 당시 한국기원 한화갑 총재가 섰다.
1+1은 반드시 2일까?
유태인 학살을 자행한 히틀러의 나치정권은 ‘인종청소’를 하는 한편으로 우수한 게르만 민족의 혈통유지를 위해 인위적인 혼인정책을 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령 우리나라 지역으로 말하자면 부산 토박이 남성과 함경북도 청진 토박이 여성을 의도적으로 결혼시키는 식인데, 남녀의 출신 거리가 멀수록, 즉 조상 대대로 살아온 거주지가 확연히 다르다 보면 같은 피가 섞였을 가능성이 그만큼 적을 것이므로 이러한 남녀를 맺어주면 우수한 유전인자를 지닌 2세를 낳을 가능성이 많다고 믿었던 것 같다. (실제 출신지역에 따른 성혼과 그 유전인자의 우수성에 대한 함수관계를 말하는 학자도 있다.)
가끔 같은 분야 스타끼리의 결혼은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데 그 중 2세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화제를 더더욱 증폭시킨다. 실제로도 그들 사이의 결실인 2세 역시 커서 부모의 뒤를 잇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부모가 가진 탁월한 재능을 2세가 고스란히 이어받았기에 2세 역시 부모와 같은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가 활동하는 분야의 환경을 자주 접하고 영향을 받다보니 자연스레 2세도 그 길을 택하게 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하여간 1+1=2에 대한 기대가 큰 것만은 사실이다.
바둑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전문기사끼리의 결혼은 팬들로 하여금 그 2세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한다.
▲ 한국이 주최하는 삼성화재배에 함께 걸음한 아버지 녜웨이핑 9단과 아들 쿵링원 7단의 다정한 한때. 그런데 아버지는 중국기원 기사이고 아들은 일본기원 기사이다. 아들은 고우 레이분이라는 일본명을 쓰고 일본인으로 귀화한 처지다. 어인 속사정이 있었던 걸까? (사진출처/한게임바둑)
중국 최강의 남자기사와 최강의 여자기사가 결혼해 낳은 '2세 프로기사' 쿵 링원
‘대륙의 반달곰’ 녜 웨이핑(聶衛平) 9단의 초혼은 국가에서 의도적으로 백년가약을 맺게 한 결과란 소문이 돌았다. 신부는 쿵 샹밍(孔祥明) 8단. 루이 나이웨이(芮乃偉) 9단이 여류기사로선 세계 최초로 최고단(9단)에 올랐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쿵 샹밍 8단은 여류 최고단자이자 최고수로 통했다.
사정이 이러할제 중국바둑의 영웅 녜 웨이핑과 세계 최고단 여류기사 쿵 샹밍의 결혼은 대륙을 떠들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2세는 필경 세계를 제패할 바둑천재로 태어날 거라고 믿는 눈치였다. 당시 일본바둑에 뒤처져 있던 중국은 바둑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국가적으로 총력을 쏟던 때. 따라서 결혼 적령기에 이른 중국의 남녀 최고수를 인위적으로 짝지어서라도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발상이 가능할 법한 사회주의 국가적 분위기였다.
속사정이야 어떠했건, 둘 사이에서 얻은 열매가 일본기원 프로기사로 입단한 아들 쿵 링원(孔令文, 일본명으로는 고우 레이분, 현재 일본기원 7단)이다. 1998년 17세의 나이로 입단했다. 그렇지만 세상을 저르르 울리던 부모의 명성에 비하면 이렇다할 활약상을 보이지 못했다. 이럴 땐 또 ‘아비만한 자식 없다’란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고우 레이분이 어찌하여 아버지 성(姓)을 따르지 않고 어머니 성(孔)을 쓰고 있냐고?
‘대륙의 반달곰’ ‘철의 수문장’으로 불리며 중국바둑의 영웅으로 대접받던 녜웨이핑 9단이 1988～89년 1회 응씨배에서 조훈현 9단과 초대 바둑황제 자리를 다툴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하지만 이후 합의이혼하면서 쿵 샹밍 8단은 바둑유학을 명분으로 일본에 건너갔고, 이때 어린 아들을 자기 호적에 입적시켰다. 양육권을 엄마가 가졌던가 보다. 아버지 성을 따른 이름은 섭운총(聶雲聰)이었다. 일단 일본에 온 쿵 샹밍은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망명 아닌 바둑망명객으로 눌러앉았고 이 바람에 중국기원과 정치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이 탓에 일본에서 기사로서 정식, 공식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자 개인레슨으로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프로기사로 키웠다.
녜 웨이핑 9단은 대국차 일본에 갈 땐 세상 없어도 하루 스케줄을 비우고 아들과 함께 지냈다. 쿵 샹밍 8단과 그렇게 하기로 단단히 약조하였던 모양이다.
일본에서 중국인으로 산다는 게 고달펐는지 아들 쿵 링원은 일본으로 귀화했다. 일본이름은 고우 레이분. 기자가 일본에서 아버지 녜 웨이핑 9단을 꼭 빼닮은 쿵 링원(당시 3단)을 만난 적이 있는데, “중국에 계신 아버지께 자주 가냐?”고 물었을 때 “가끔…”이라고 답하던 ‘리틀 반달곰’의 해맑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끔 중국 아버지 집에 오가긴 하지만 부자간에 바둑판을 사이에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고, 설령 바둑얘기를 한다 해도 그나마 바둑적인 조언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 일본 최강의 부녀기사로 평가받는 고바야시 고이치 9단과 이즈미 5단.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은 조치훈 9단의 라이벌로 우리에게 친숙한 기사로 그의 아내 레이코 6단도 프로기사였다. 레이코 6단은 기타니 9단의 장녀다.
이창호 9단의 열렬팬이었던 세계최강의 ‘2세 여자기사’ 고바야시 이즈미 5단
그러고 보니 유명한 부부기사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는 일본의 고바야시 이즈미(小林泉美) 5단도 떠오른다.
‘지하철 바둑’이란 별명을 가진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9단과 레이코(小林禮子․95년 작고) 6단 사이에 태어난 장녀 이즈미는 여류기성을 필두로 여류명인, 여류본인방 타이틀을 두루 섭렵한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강자. 아마도 부부기사가 한 이불 속(?)에서 연기(連棋 두 사람이 한팀을 이뤄 두는 페어바둑)로 합작하여 낳은 딸 가운데 아마도 최고로 강한 여류기사일 것이다.
이즈미 5단은 이창호 9단의 열성팬으로 소문나 있는데, 필자 또한 이즈미 5단이 서울에 대국하러 왔을 때 한국기원 1층 매장에서 이창호 9단이 쓴 바둑책을 잔뜩 사가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으며, 수줍은 얼굴로 사인을 받는 것도 직접 본 바 있다. (이때까지 이창호 9단은 미혼이었음.)
두 사람은 나이도 두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선남선녀. 고수답게 이러한 딸의 심중을 수읽기(?)했는지 아버지 고바야시 9단은 한번은 이창호 9단이 후지쯔배 대회에 출전하러 일본에 왔을 때 한국단장 윤기현 9단을 통해 자기 가족과 테니스를 함께 치자는 뜻을 넌지시 건넸다. 이창호 역시 테니스에 한창 빠져 있을 무렵인데다 대선배의 초청을 단칼에 거절할 인성의 소유자도 아닌지라 고바야시 9단의 가족과 테니스도 치고 식사도 함께했다. 이즈미 5단과는 이때 바둑판이 아닌 테니스 코트에서 먼저 정식으로 수인사를 나눴다.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지금이야 이창호 9단이 사이버오로의 바둑기자였던 이도윤 씨와 결혼해 딸 둘 낳고 알콩달콩 잘 살고 있지만, 그때 기자의 생각에 “만약 이창호 9단이 지구상 최강의 여류기사와 짝을 이룬다면, 그래서 2세를 낳는다면?” 이런 엉뚱한 발상을 한 적이 있다. 흐흐… ^^;;
한국이 낳은 세계최강 이창호와는 불발로 끝났지만 고바야시 이즈미 5단은 이후 2004년 봄, 당시 일본 최강의 기사로 군림하던 대만출신 장쉬 9단과 결혼해 결국 '일본 최강 부부기사'로 세간의 관심을 온통 끌었다. 결혼발표를 할 당시 신랑 장쉬는 일본 본인방이었으며 신부 고바야시 이즈미 또한 여류 본인방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남녀 본인방의 결합으로 더욱 화제를 뿌렸다.
‘결혼’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또 생각나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이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에게 보냈다는 청혼편지 얘기…. 던컨이 우생학의 학설을 예로 들면서 만일 자기의 육체에 버나드 쇼 당신의 머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면 정말 우수한 아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그러자 편지를 받아본 버나드 쇼가 보냈다는 답장이 이랬다지. 우생학을 잘 알고 있으나 만일 반대로 자신의 육체에 던컨 당신의 머리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면 얼마나 불행할지를 생각해 보라는….
결혼이란 우리의 상상처럼 1+1=2의 공식대로 될 수 있는 게 결코 아닌 듯싶다. <스포츠서울>
|
|
|
|
|
|
|
|
|
|
|
|
|
|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
|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