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진도 대국에 참여하는 대회 2016~17 도시대항전(Chinese Weiqi League) 결승에서 서울ORO팀이 2국까지 1-1을 기록, 최종3국에서 우승팀이 판가름나게 됐다.
25일 중국 상하이 푸둥 히말라야스 호텔 그랜드볼룸 특별대국장에서 열린 결승3번기. 오전 10시15분(한국시각)에 열린 1국에서 한국은 베이하이 이하이칭펑팀(北海弈海清风)에 205수 만에 백으로 불계패했지만 오후에 펼쳐진 2국에서 153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뒀다.
▲ 2016~17 도시대항전의 대국석. 자리엔 바둑판 대신 노트북이 놓여 있다.
중국 언론에선 서울ORO가 전력에서 우세해 2-0으로 우승하리라 예상하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서울ORO가 먼저 1패를 당하자 다소 놀라는 분위기였다. 다소 불리했던 초반을 지나 중반에 승기를 잡았지만 이후에 꼬였다. 중요한 장면에서 서울 ORO는 작전타임을 요청하고 설현준을 불러들여 검토 결과를 전달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읽기에 당해 급속하게 불리해졌다.
상대팀 코치는 중국랭킹 6위 스웨. 커제가 중국 일인자가 되기 전 일인자였다. 실질적으로 스웨가 지휘하는 베이하이는 역시 상대하기 간단치 않았다. 기울어져 버린 바둑을 다시 일으켜 세워보려했지만 뜻같지 못했고, 결국 불계패를 선언했다. 서울ORO팀은 불계패해 본 적이 하도 오래 된지라 태블릿피시의 기권패 버튼이 어디 있는지도 한참 찾아야 했다.
▼ 2016~17 도시대항전 결승1국
○서울ORO ●베이하이
205수 흑불계승
해설 - 30이 느슨했다. 31로 막힌 게 생각보다 아팠다. 34는 이렇게 빠지는 것보다는 잇는 편이 나았다. 이후 단점이 많아졌다. 50은 자충. 그냥 52로 막았어야 했다. 61까지 흑이 약간 편한 흐름. 백은 곳곳에 약점이 있다. 62부터 바통을 이은 신진서가 치열한 바둑으로 이끌었다. 87은 실수. 89의 자리에 두었어야 했다. 106까지 우하 흑을 손에 넣은 서울ORO가 승기를 잡았다. 134가 느슨했다. 대신 11의 아래 2선에 붙였다면 더 좋아질 수 있었다. 146이 패착. 날일자 대신 그냥 호구(156 자리)를 쳤으면 백이 편안한 바둑. 검토진이 149의 반격을 생각하지 못했다.
▲ 결승 개막식.
▲ 개막식에서 나온 치어리더의 공연. 초반과 중반, 중반과 종반 사이에도 치어리더들이 나온다. 중국에서도 바둑대회에서는 첫 시도라서 관객들도 "바둑대회에 치어리더라..."라며 놀라는 모습들을 보인다.
오후 4시15분께(한국시각) 벌어진 2국은 서울 ORO의 완승국이었다. 송혜령 → 백찬희 → 신진서 → 김창훈 순으로 나오며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서울 ORO는 1국이 지고 난 뒤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한종진 감독의 방에 모여 포석연구를 했는데 놀랍게도 연구한 포석이 실전에 등장했다. ‘준비된’ 팀 서울ORO는 상대의 속을 훤히 들여야 보듯 작전을 구사하며 우세를 굳혀 갔다. 상대는 형세가 좋지 못한데도 낙관한 듯 연거푸 방향착오를 범하며 무너져 갔다. 불계승을 거둔 시점엔 반면 20집 차이가 났다.
▼ 2016~17 도시대항전 결승2국
○베이하이 ●서울ORO
153수 흑불계승
해설 - 25까지 서울ORO팀이 점심식사 이후 연구한 포석이 그대로 나왔다. 25로 잇는 수가 시기 적절. 중앙 쪽으로도, 귀쪽으로도 리듬을 주지 않는다. 교체돼 들어간 백찬희가 검토진이 연구한 41을 그대로 실행해 득점했다. 61수부터 둔 신진서는 실리적인 진행을 계속했다. 상대편은 64가 느슨했다. 좌상귀를 너무 놔뒀다. 서울 ORO가 3-三을 침입하자 실리균형이 무너졌다. 86도 형세를 오판한 방향착오. 흑의 완승이다.
최종국은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각)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사이버오로는 중국 시나(SINA)바둑의 중계를 받아 오로대국실에서 이 대국을 수순중계한다.
한편,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이벤트 대국으로 같은 장소 뒤편에선 ‘100팀 단체전’이 펼쳐졌다. 실상 85팀만이 참가했지만 한팀당 감독 외 선수만 3인 이상이 참여해서, 대회장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 대회는 일종의 축제 성격이 강한데, 아마추어 선수와 여성프로가 참여 자격이 있다. 도시대항전처럼 초반ㆍ중반ㆍ종반을 나누어 릴레이로 두는 방식을 취한다. 대국자가 자석바둑판으로 대국한다는 점이 특색이며 26일 7라운드까지 이어질 예정.
서울 ORO팀은 한종진 감독을 중심으로 이영구, 신진서, 신민준, 설현준, 백찬희, 김창훈, 여자기사로 오정아와 송혜령, 아마추어 기사로 조남균과 이주형(도중 프로기사가 됨)이 팀을 이루고 있다. 본선리그에서 D조 1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오른 뒤 베이징 마오타이팀, 쿤밍 롱페이후팀을 연파해 준결승에 올라 우한 펑다팀을 제압하며 결승에 올랐다.
2014~2015 대회 이후 두번째로 열린 2016~2017 도시대항전은 중국의 주요 도시를 대표하는 23개 팀과 한국의 서울팀이 참가해 정규시즌 리그전과 플레이오프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각팀에 기본 40분을 주지만 한수를 둘 때마다 10초씩 추가 시간을 주는 시간제를 채택했다. 이 대회 우승팀에게는 상금 88만위안(약 1억5,000만원), 준우승 46만위안(약 7,600만원), 3위 32만위안(약 5,300만원), 4위 22만위안(약 3,600만원), 공동 5위에게도 10만위안(1,700만원)이 돌아간다.
▲ 중국 시나바둑 관계자가 대국자의 노트북을 점검하고 있다.
▲ 대국에 몰입한 신진서
▲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한종진 서울ORO 감독.
▲ 검토에 열중하고 있는 송혜령(왼쪽)과 신민준.
▲ 즐겁게 검토하는 설현준.
▲ 대국석에 앉아 모니터에 집중하는 설현준.
▲ 상대팀 베이하이의 코치가 스웨라서 안심할 수 없다.
▲ 스웨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 예상을 깨고 결승1국의 승리는 베이하이가 가져갔다.
▲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
▲ 반상엔 부지런한 손길.
▲ 태블릿피시는 반드시 경기에 필요하기에 주최측은 경기 전 태블릿피시의 유무를 항시 점검한다. 작전타임과 기권패 등 대국에 필요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 상대가 작전타임을 신청해 함께 작전타임을 얻은 서울ORO팀.
▲ 무대 뒤쪽으로는 '100팀 대항전'이 열렸다. 자석바둑판은 검토용이 아니라 대국용. 정작 일반바둑판은 검토용이다.
▲ 한 꼬마 아가씨는 웬일인지 아빠인 듯한 이에게 심통을 부리고 있다.
▲ 대회장엔 안전요원이 곳곳에 있다.
▲ 위빈 부임 이전 중국 국가대표팀의 총감독은 마샤오춘이었다. 현재, CWL 준결승에 진출했던 광저우팀의 감독이다.
▲ 이주형(왼쪽)의 대국.
▲ 송혜령의 대국 모습. 송혜령은 1국과 2국에서 초반을 맡았다.
▲ 결승2국 전 거행된 깃발교환식.
▲ 다시, 관계자들의 대국용 노트북 점검.
▲ 결승2국은 대국자 바로 옆에서 공개해설됐다.
▲ 결승1국에서 진 서울ORO팀은 한종진 감독의 숙소(사진)에서 포석연구를 했는데 이때 연구한 내용이 결승2국에서 나와 순조롭게 초반을 진행할 수 있었다. '팀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략을 합쳐야만 이긴다' 서울ORO팀은 승부를 최종국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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