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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미스터리
알파고 미스터리
알파고는 이세돌의 수를 이렇게 보았다 -3-
[기획/특집] 김수광  2016-12-24 오후 02:12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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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phaGo Resigns' 알파고가 딥마인드챌린지매치 4국에서 이세돌 프로에게 항복을 선언하는 장면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의 78의 수에 혼란스러워한 것은 한동안 바둑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78의 수가 혼란을 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수이긴 했지만 알파고의 실력 정도면 쉽게 막을 수 있을 만한 난이도의 수였기 때문이다. 정상급 프로가 아니더라도 아니 아마추어 정상급이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알파고는 아주 어려운 장면이 아니라 비교적 쉬울 수 있는 장면에서 길을 잃고 헤매곤 한다. 미스터리다.


알파고의 관점에서 본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해설이 구글 딥마인드 사이트에 공개됐다. 중국 구리ㆍ저우루이양 프로가 해설하고 판후이 프로가 글로 정리했다. 이것이 여느 해설과 다른 점은 알파고의 '시각'과 '목소리'가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속시원히 알 수 없었던 알파고의 생각을 이 관전기로써 알 수 있게 됐다. 읽어보니 흥미로웠다. 그래서 감상을 적어 봤다. 서정적인 묘사로 정성스럽게 해설을 정리한 판후이의 노고에 감사하지만 판후이가 이 매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는지보다는 알파고의 생각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느낌을 적었음을 밝힌다.

관련기사 ▶ 알파고는 이세돌의 수를 이렇게 보았다 -1-(☞클릭!)
관련기사 ▶ 알파고는 이세돌의 수를 이렇게 보았다 -2-(☞클릭!)

구글 딥마인드는 인류를 위한 목표를 가지고 알파고를 개발했다. 그들에게 알파고는 범용성을 갖춘 고도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과정의 프로토타입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개발자 중에 바둑인이 포함되어 있었고 바둑 자체에 무척 관심을 두는 이도 있던 게 사실이지만 주객이 전도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바둑인들은 알파고의 탁월한 바둑 실력에 관심이 크다. '심층신경망이 어떻고...'는 인공지능 학계에 맡기고 싶을 뿐이다.

무술을 하는 사람이 그렇듯 바둑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바둑실력이 강해지길 원한다. 입문자도, 정상급프로기사도 마찬가지다. 알파고는 지난 10년간 세계바둑계를 주름잡았던 이세돌을 4-1로 이겼다. 이세돌이 이긴 한판 역시 이세돌이 불리하던 흐름 속에서 터뜨린 흔들기 한방 ‘78’로써 겨우 역전한 내용이었다. 그러니 알파고의 실력을 흠모하고 그것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심정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 지금까지 인간은 인간하고만 대국해 왔으나 이제는 인공지능과 마주 앉는다.


▲ 딥마인드챌리지매치, 전 세계 보도진의 취재열기가 가득하다.


▲ 대국으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팀원들. 알파고팀원들은 대부분 초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알파고의 학습과 훈련과정을 살펴보면 알파고가 어떻게 저렇게 강한 실력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실망하시는 분 있을까봐 미리 말해둘 점은 알파고가 뭔가 특별한 방법으로 학습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알파고는 우리 인간의 두뇌가 학습하는 방법을 최선이라고 보고 그걸 따라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파고를'이 아니라 '알파고가 우리를'이다. 하지만 알파고의 수들은 독특하다.인공지능의 사고방식이나 학습방식을 잘 살펴보는 것은 분명히 인간의 바둑 이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동안 현대의 바둑은 승부에 얽매여 창의성과 독창성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점에서 알파고는 창의성ㆍ독창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수법들을 거침없이 쓰며,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변화에 대해서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도 당당하게 이긴다. 이런 알파고를 보며 우리 인간은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머릿속엔 감춰뒀지만 실패할까봐, 승률이 낮을까봐 두려워하던 수법들을 우리 인간들도 용기를 가지고 하나씩하나씩 실전에 들고 나오고 있다.

프로기사이자 정치학 박사였으며 바둑이론 권위자인 문용직 박사는 ‘직관’을 ‘계시적 앎’으로 정의한다. 알파고는 적어도 직관 또는 감각이라고 부르는 영역에서 인간 못지 않은 능력을 보여줬다. 당초에 ‘(바둑의) 감각’이라는 게 바둑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감각은 바둑을 공부하고 경험해야만 자연스럽게 생긴다. 학습하고 대국하는 알파고이니만큼 인공지능이라고 해서 그런 게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높은 수준의 추상화가 가능하다. 딥마인드의 CEO이자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는 “바둑은 직관적인 게임이어서 직관적인 알고리즘을 연구해왔다.”고 하였다.

그 직관에 대해 우리는 새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 외계인의 바둑인가. 알파고, 그들의 전쟁.

외계인들이 바둑 두는 것 같다
알파고 VS 알파고


알파고끼리의 대결을 보고 있으면 외계인들이 바둑을 두는 것 같다. 우리 사람처럼 화점 정석도 사용하고 중국식포석도 사용하는 등 그렇게 별다른 구석이 없는 듯한데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다르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신선하다. 또, 분명히 우리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 장면1

이 대국은 알파고와 알파고가 겨룬 것으로, 이세돌 vs 알파고 딥마인드챌인지매치(3월9일)가 치러지기 9일 전 치러졌다고 한다. '기계 대 기계'의 기보는 희귀하다.

현대 프로대국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평이한 진행이다. △의 삼삼침입에 알파고는 어떻게 대응할까?

▼ 그림1-1

1로 쳐들어가는 건 흔히 예상할 수 있는데 흑이 도중 4로 막는 변화는 처음 본다. 구리 프로와 저우루이양 프로는 '이 정도로도 충분한지' 의문을 표시했다. 너무 싱겁다는 얘기다. 4 이하에서 흑이 보여준 선택은 프로기사들의 감각과는 동떨어져 있다. 단지, 그동안 알파고가 느슨해 보이는 수를 두고도 뛰어난 균형감각을 보여줬기에 이렇게 뒀을 때는 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볼 뿐이다.

▼ 그림1-2

이 시대의 프로기사들은 대체로 지금처럼(1~14) 둔다. 귀에 쳐들어온 백을 살려주는 대신 흑은 외곽을 단단히 정리하겠다는 것. 태도가 확실하다.

▼ 장면2

이번에도 삼삼침입이다. 또 한 번 '싱겁게' 둘 것인가?

▼ 그림2-1

1~7까지. 실전은 또 싱겁게 진행되었다. 구리와 저우루이양 그리고 판후이는 이 진행을 보고 맥이 딱 풀리고 만다. "너무 수비적이야. 사람이라면 절대 이렇게 안 두지"라며 입을 모았다. 잔뜩 기대하고 알파고 대 알파고 바둑을 검토하던 이 프로기사들에게 알파고는 실망스러운 진행을 보여주고 있었다.

▼ 그림2-2

인간이라면 1로 막을 것이다. 이하 9까지 우상에서 두터운 형태를 갖춘다. 그러곤 11까지 호방하게 달려갈 것이다. 좀 더 진행시켜 보면 18까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여기까지 그려본 구리와 저우루이양은 알파고의 생각이 뭔지를 알았다. 우변에서 백이 상당히 괜찮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흑이 두텁고 실리로도 앞서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구리와 저우루이양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알파고 스타일을 사람이 따라하는 것은 아주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장면3

이후 실전에서 백은 선수를 잡아 1로 침공했다.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을 것이다.

▼ 그림3-1

실전에서 △의 침입에 흑은 1로 두었다. 구리ㆍ저우루이양ㆍ판후이는 1의 수에 충격을 받았다. 분명히 사람의 감각엔 없는 수다. 그러나 음미해 보면 맞는 수다. 1은 침공한 △를 외면하고 우상방면을 공격한다. 왜 이 수여야 할까.

▼ 그림3-2

백의 침공에 흑으로서 먼저 떠올려야 하는 수는 1인데 이것이 바로 백의 주문이다. 이하 6까지 진행되면 백은 쉽게 상변을 차지하며 흑이 실속 없이 중앙에 뜬다. 당초 싱겁기 그지 없던 △는 절호의 선택으로 바뀐다.

▼ 장면4

다시 실전이다. 백은 1로 도망쳤고 흑2에 백3으로 붙여 타개에 나선다. 구리ㆍ저우루이양은 3의 수에 찬탄하였다.

▼ 그림4-1

백의 사이를 차단하는 것은 잘 되지 않는다. 1로 차단하면 2로 같이 끊은 뒤 24까지 예상해 볼 수 있다. 백은 쉽게 타개해냈을 뿐 아니라 흑 진영이었던 우변을 부수며 대성공을 거둔다.

백이 여기까지를 모두 읽고 당초 우상에 삼삼침입을 당했을 때 '싱거워' 보이는 막음을 택한 것이란 생각에 이르니 소름끼친다.

▼ 그림4-2

이후 실전진행이다. 흑은 백 사이를 차단할 길이 없어 1로 젖혔고 이하 14까지 진행됐다. 두 알파고는 이 시점에서 서로 팽팽한 형세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상변에 갇힌 흑이 다소 답답해 보인다.


신진서도 감탄한 응수타진

▼ 장면5

알파고 대 알파고. '알 대 알' 2국이다. 흑번 알파고는 1국의 포석이 맘에 안 들었던 것일까. 1국과 똑같이 포석을 전개하더니 1의 시점에서 변화를 꾀한다. 2, 3의 교환을 한 뒤 4로써 늘지 않고 강하게 젖힌 것이다. 일견 강력해 보이지만 사람이라면 후회했을지도 모를 수다. 이후 백이 엄청난 응수타진을 한 뒤 우변 흑을 잡아버리는 대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 그림5-1

흑은 무리를 한 것이었을지 모르겠다. 백은 1에 하나 젖혀 놓은 뒤 3으로 들여다 봤는데 정말 절묘한 응수타진이었다. 신진서 프로는 이 수를 보더니 "정말 좋은 수"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3에 대응하는 게 흑으로선 여간 까다롭지 않다.

▼ 그림5-2

가령 맛좋게 두겠다고 1로 이으면 2부터 시작해 8까지 돌파하는 수단이 있다.

▼ 그림5-3

실전에서 흑 알파고는 하는 수 없이 1~3까지 약점을 임시변통으로 땜질했다. 백은 비로소 4로 받았고 이하 16까지 진행되니 흑이 몹시 곤란하다. 상변도 급하고 우변 흑 미생도 위급해 보인다.

▼ 그림5-4

만약 1~3에 두어 우변을 돌보면 4~16까지 상변이 크게 깨질 수 있다. 이후 백이 18까지 진행한다면 백의 우세. 응수타진의 힘이다. 이 모두를 살펴본 신진서는 "엄청난 수읽기"라고 평가했다. 수읽기의 달인 신진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그림5-5

실전에서 흑 알파고는 승부수를 택한다. 1로써 2와 교환만 해두고 상변을 보강하기로 했다. 우변에서 사는 것으로 승부로 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 알파고는 매우 정교했다. 4, 6으로 두자 흑은 절멸.

▼ 그림5-6

이제부터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흑의 몸부림이 펼쳐진다. 수순이 매우 길지만 1~80까지 백의 공격에는 흐트러짐이 없다. 80에 이르니 흑은 해볼 데가 없다. 이 바둑은 우변에서 흑 알파고의 거대한 대마가 잡히면서 끝난다.

초반에 이런 수가 가능하다니

▼ 장면6

'알 대 알' 3국. 1이 놀랍기만 하다.

'붙였다!'

초반에는 걸치거나 가르는 수만 떠오르는 우리 사람에게 알파고는 경종을 울린다. 1은 대충 기분으로 뒀다고 보기 어렵다. 책략이 풍부하다. '붙이면 젖혀라'라는 기훈이 있다지만 A, B 어느 쪽으로 젖히든 흑은 당한다. 그만큼 1은 받기 까다롭다.

▼ 그림6-1

1이 일감이다. 한데, 이렇게 받으면 이하 12까지 백의 의도에 완전히 말려들게 된다.

▼ 그림6-2

왜 백의 주문인지는 '수나누기'를 해 보면 간단히 파악할 수 있다. 1은 방향착오. 아마도 1에 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배석을 고려할 때 상변에 치우친 수가 되므로 자체로 나쁘다. 이어진 3, 5도 마찬가지 의미에서 나쁘다. 이하 14까지 흑이 당했다. 12에 두어 13에 받게 한 수는 약간 손해지만 흑의 방향착오에 비한다면 죄과가 적다.

▼ 그림6-3

애초 백의 붙임에 1처럼 바깥으로 받는다면 2로 되젖힌다. 이후 10까지 예상되는데, 백은 좌상 실리를 알기 쉽게 차지한 뒤 선수를 잡아 10의 좋은 자리까지 차지하게 되니 백으로선 기분이 아주 좋은 변화다.

▼ 그림6-4

△라는 까다로운 수를 본 흑은 어쩔 수 없이 1로 늘었다. 이하 7까지 백은 원하던 대로 상변에 터를 잡았다.

▼ 장면7

이어진 △가 또 한 번의 강타. 구리와 저우루이양은 깊이 감탄했다. 그만큼 준엄했다. 흑은 이번에도 강력하게 반발할 수 없다.

▼ 그림7-1

만약 1로 늘면 2로 눌러 3과 교환한 뒤 4로 늘어서 흑의 상변을 찌부러뜨린다.

▼ 그림7-2

1로 젖힌 뒤 3으로 느는 게 흑으로선 최강의 저항이지만 이하 26까지의 수순에서 보듯 백이 활발한 싸움이다.


까짓 거 두점머리 두드리라고 해!

▼ 장면8

실전에서 흑은 1로 참았다. 백은 2, 4로 진행. 5 때 다음 수는 당연히 두점머리의 자리인 A인 것 같은데 백은 과감하게 손을 빼고 하변(6)으로 손을 돌린다. 이걸 본 저우루이양은 백은 A로 늘어두어야 한다고 거듭거듭 주장했다.

▼ 그림8-1

생각해 보면 두점머리가 정말 그렇게 아픈 자리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본디 백 모양에는 A의 곳에 약점이 있는데 1, 3의 두점머리는 그 약점을 보완해 준다. 백을 도와주는 수가 되므로 1, 3의 이단젖힘을 상대가 두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면 굳이 1로 뻗어두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알파고의 사고방식이다.

알파고 학습법

알파고 제조사 구글 딥마인드는 딥러닝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을 뿐 알파고에게 적용한 학습이 왜 그렇게 알파고를 강하게 했는지를 규명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알파고의 바둑 학습방법의 대원칙은 단순하다. '기보 연구'와 '대국'이 그것이다. 이것은 우리 인간들도 어린이 때부터, 초급자 때부터 하는 것이다.


▲ 알파고의 수읽기.

빅데이터 기보연구했다고 바로 강해지는 것 아냐

알파고는 인공지능이다. 인간이 만든 뇌다. 생물학적 뇌의 신경망을 흉내낸 인공신경망이 뇌처럼 문제를 처리한다. 알파고에는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인공신경망의 두 부위가 있다. 망(network)은 신경망을 말한다. 신경망은 높은 수준의 학습을 한다. 기계가 학습하는 분야는 매우 다양한데 알파고의 정책망과 가치망은 그중 이미지처리에 강해 페이스북 얼굴인식에서도 쓰였던 심층나선형신경망(Deep Convolutional Network) 기술을 사용했다.

알파고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바둑을 이해하지 않았다. 인간처럼 과거에 축적된 지식 즉, 고수들의 기보로 학습했다. 프로지망생들도 기보를 놓아 보며 그 의미를 파악하면서 실력을 쌓아간다. 정책망은 다음 수에 관해 적합한 후보수를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 후보수를 떠올리는 데 일차적으로 과거 기보가 도움을 준다. 알파고는 최초에 방대한 기보로 정책망을 훈련시킨다. 고수의 기보 16만장, 3000만개의 포지션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데 주의할 점은 많은 양의 기보로 학습한 직후 알파고의 실력은 그리 대단치 않다는 것이다. 이른바 ‘기본 자료’만을 가지고 공부한 알파고는 평범한 아마추어의 실력을 갖춘다. 그렇기 때문에 방대한 기본 자료의 양에 주눅들 필요는 없다. "저렇게 많은 기보로 학습했으니 실력이 세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부정확하다. 실은, 알파고에게 이런 빅데이터가 필요한 속사정은 다른 데 있다. 데이터가 너무 적으면 훈련에 사용한 데이터에 지나치게 적합화된 쪽으로 경향성이 나타나는 오류 즉, 과적합(Overfitting)이 발생한다. 이것이 최초 기본 데이터가 많아야 할 이유다. 프레스브리핑 때 언론이 딥마인드 측을 향해 '알파고는 매치를 치르면서도 빠른 시간 안에 이세돌 프로의 기보로 특별훈련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을 했는데, 이는 딥러닝을 잘 모르는 데서 나온 질문이다. 딥러닝을 하기에 이세돌의 기보는 너무 적다. 한편 이세돌 vs 알파고 4국에서 78의 수에 알파고가 혼란스러워한 것을 두고 한국 언론은 '과적합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라고 물었는데 딥마인드는 "그런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기보를 막 익힌 단계는 알파고는 기본 기술과 규정을 익힌 정도로, '과거에 이런 수법들을 사용했구나'라는 걸 파악하는 수준에 머문다. 여기까지를 정책망의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이라 한다. 물론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학생에게 요령을 가르쳐주지만 알파고에게 그런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바둑 지도사한테 배우지 않고 기보집만 본 셈이다. 선생님이 있다면, 즉 전문가가 기술과 요령을 가르쳐 준다면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이라고 한다. 과거 세계 체스챔피언을 꺾은 IBM의 딥블루는 전문가시스템이었다.


▲ 사람의 학습과 기계의 학습은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다.

지도학습을 거친 정책망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단계로 들어간다. 강화학습에 들어가면 실력이 부쩍부쩍 늘고 경험이 쌓인다. 정책망은 또 다른 정책망과 수도 없이 대국한다. 이는 바둑도장에서 도장생들끼리 리그전을 치른다든지 국가대표상비군이 리그전을 치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기면 좋은 점수를 받으며 지면 나쁜 점수를 받으면서 추천되는 후보수에 대한 검토가 깊어지고 다음 수 예측률이 더욱 좋아진다. 이런 과정에서 전략까지도 만들어진다.

실리와 세력을 따지고, 국면의 판도 변화, 두터움의 감지, 돌을 잡는 것 등을 각각 평가하도록 한 것이 아니고 하나의 평가 시스템을 두었다. 알파고는 최초에 형세의 균형을 어떻게 찾는지 학습하면서 출발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 튜닝을 한다. 스스로 벌이는 경기로 균형을 찾아간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지만 알파고가 바둑에 뛰어난 실력을 갖게 하는 데에 이런 딥마인드의 생각은 적중했다. 강화학습은 딥러닝에서도 가장 신비하며 구글 딥마인드의 뛰어난 기술력이 다른 경쟁자들과 가장 큰 차별성을 보이는 영역이기도 하다.

정책망의 결과들은 가치망으로 넘겨진다. 정책망이 수읽기를 담당한다면 가치망은 형세판단을 담당한다.(물론 수읽기가 바탕이다) 가치망은 정책망이 제시하는 수 중 딱 하나만을 남겨둔다. 정책망과 가치망은 수읽기를 바탕으로 매우 유기적으로 호응한다. 훈련되지 않은 수가 등장하면 정책망은 혼란스러워하며, 가치망에서 형세를 오판하면 이는 정책망에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것이 딥마인드챌린지 매치 4국 때 나타나 이세돌이 1승을 거두는 단초가 됐다.

알파고 학습 우리랑 뭐가 다르지?
학습량이 다르다

알파고의 학습과 인간의 학습에서 좀 다른 점을 찾자면 알파고의 대국 수는 인간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판후이 프로와의 대국을 준비하던 알파고는 4주 만에 스스로 100만판의 연습대국을 했다고 한다. 프로기사가 일 년에 1,000판 둔다고 가정하면 알파고는 불과 한달 안에 인간이 1,000년 동안 할 대국을 해내는 셈이니 차이가 크다.

이로써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경험의 양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알파고는 대국한 정보를 경험으로 쌓게 되며 이를 가지고 거대한 데이터 세트를 구성한다. 데이트 세트는 학습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향상된다. 그러니까 반상에 등장하는 수를 실전으로 경험해 볼 기회가 알파고는 인간보다 훨씬 많다. 보통 신수가 등장하면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유행’을 탄다. 각종 변화를 시험해보기도 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수였는지 나쁜 수였는지 결론이 바뀌기도 한다. 이런 유행은 며칠에서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빠르게 수많은 대국을 치르는 것이 가능한 알파고 내에서는 이 유행의 시간을 극도로 짧은 시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인간세계의 수많은 세월을 알파고는 순식간에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알파고를 강하게 하는 요소다.

고정관념에서 자유롭다

지침(날일자는 건너 붙여라 따위의 격언)은 때때로 인간 관념의 발을 묶어 놓는다. 이른바 ‘이렇게 될 자리’라는 걸 자주 만들어 놓고서 '상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바둑이 시원시원하다. 쉽게쉽게 잘 풀어간다'는 평가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함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 좋은 수단이 있더라도 자칫 배제해 버릴 수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급습에 잘 준비해 놓지 못할 수 있다.

동작원리상 알파고는 예측한 후보수를 선택할 때 무심코 지나치는 수 없이 다양하게 검토한다. 잘 성립하지 않을 것 같은 수조차 알파고는 충분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잘 성립하지 않을 것 같은 수가 어떤 때는 묘수가 되기도 하고 뛰어난 감각으로 판명되기도 한다.


타개에 강한 알파고

▼ 장면9

알파고 vs 알파고 3국이다. ● 두 점이 백 진영 속에서 외롭다. △의 급소 가격이 흑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사람의 형세판단으로는 백이 좋아도 한참 좋다고 할 만한 장면이다. 백의 독무대라 해도 좋을 정도로 백의 중앙 두터움이 좋다. 그러나 알파고는 백의 승산을 51.5%로 봤다. 이 다음 변화를 보니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알 것 같다.

▼ 그림9-1

1의 공격에 흑은 2의 날일자로 받았다. 백은 강력한 공격책을 찾지 못하고 3으로 응수했는데 흑이 다시 4로 두니 탄력이 넘쳐난다. 구리와 저우루이양은 해설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흑은 타개책을 잘 찾아내고 있다. 분명히 백은 흑을 더 이상 강력하게 공격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수읽기를 거쳐 이런 타개책을 찾아내는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넓은 중앙의 수읽기에서 알파고의 능력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 장면10

상변 타개가 잘 되냐가 관건이다. 이세돌은 △의 붙임을 택했다.

▼ 그림10-1

실전은 알파고가 흑1로 젖혔고 이하 6까지 이세돌이 틀을 잡았다. 일견 가볍게 타개가 된 것 같다. 그러나 흑7이 너무 통렬한 자리다. 타개가 미흡했던 것 같다.

▼ 그림10-2

흑3까지 진행됐을 때 백4로 날일자 하는 것은 어떨까? 이하 13까지에서 보듯이 흑의 맹공이 제대로 먹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그림10-3

백1, 3의 행마도 그리 탐탁치 않다. 흑4가 멋들어진 공격이다.

▼ 그림10-4

한국 바둑 국가대표상비군은 백1의 날일자 육박이 좋은 감각이라고 했다.

▼ 그림10-5

흑2가 강력한 공격. 백도 3~7까지 진행해서 호각의 진행이다. 백으로선 괜찮은 타개라고 할 수 있다.

▼ 그림10-6

알파고는 이세돌의 붙임수 1 자체가 이상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 타개 과정에서 5로 미는 걸 추천했다. 7의 눈목자가 특이하지만 그럴 듯하다. 이후 13까지 상당한 탄력을 갖출 수 있다. 알파고가 제시한 타개책을 보니 알기 쉬우면서도 허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 장면11

흑1은 깊은 침투다. 이세돌처럼 격렬한 기풍에 맞다. 그런데 이세돌 국후 이 수를 후회했다. 2가 딱 들어맞는 공격이고 실전에서 흑이 쌈지를 뜨고 살다가 대세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 그림11-1

국가대표상비군은 이세돌의 생각에 동의하며 지금과 같은 ▲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정도로도 충분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세돌은 우하에서 실리를 짭짤하게 챙겨 큰 불만이 없는 흐름이었다.

▼ 그림11-2

흑1에 백2로 받으면 흑3으로 둔다. 백4로 붙여오는 게 골치 아프지만 이하 9까지 싸울 수 있다.

▼ 그림11-3

이어서 1, 3으로 저항하면 이하 12까지 백은 둘둘 말리게 되고 망한다. 흑은 좋은 자세를 갖춘다.

▼ 그림11-4

이것이 실전인데 1~16까지 이세돌은 겨우겨우 살았다.

▼ 그림11-5

앞 그림 11로는 지금처럼 흑1로 한칸 뛰어 폭을 넓히고 싶지만 5까지 진행한 뒤 백6을 당하면 생명이 위태롭다. 그래서 이세돌은 애초에 삭감이 너무 깊었다고 후회했다.

▼ 그림11-6

알파고는 반론을 편다. 이세돌의 삭감은 결코 깊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전처럼 진행하면 되었고 앞 그림 흑1로는 지금처럼 가만히 흑1로 뻗어두면 된다고 한다. 백2엔 흑3. 이하 9까지 진행되면 흑은 타개가 가능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이 알파고의 참고도를 본 신진서 프로는 이 그림이라면 "흑이 쉽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알파고의 생각에 동의했다.


알파고 미스터리

알파고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다섯판의 대국 결과가 증명했지만 알파고가 큰 약점이 있을 것 같은 의혹을 남기기도 했다. 알파고는 그저 궁금증을 남긴 채 총총히 사라졌다. 그 약점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알기 더 어렵게 만드는 건 이세돌의 5판 모두가 불리한 형세이던 때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알파고는 인간에게 쉬운 장면을 굉장히 어렵게 풀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게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4국과 5국에서 선연히 나타난다. 왜 그랬을까, 정말 모르겠다.

딥마인드 측은 딥마인드챌린지매치를 마치면서 수개월 뒤 이런 점에 대해서(특히 4국에서 알파고가 크게 흔들린 것)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수개월 뒤 발표한 구리ㆍ저우루이양의 해설을 곁들인 판후이의 관전기에 78수 전후에 대한 설명은 미미하기만 하다. 참 아쉽다.

그렇더라도 알파고의 미스터리에 대한 추론은 해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4국에서 이세돌이 알파고의 의표를 찌른 순간 데미스 박사는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알파고의 정책망 로그를 살펴보았더니 이세돌의 수에 대해 만분의 일 확률이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알파고는 혼란스러워했다”

알파고가 이세돌의 78의 수에 혼란스러워한 것은 한동안 바둑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78의 수가 혼란을 줄 수 있을 만큼 교묘한 수이긴 했지만 알파고의 실력 정도면 쉽게 막을 수 있을 만한 난이도의 수였기 때문이다. 정상급 프로가 아니더라도 아니 아마추어 정상급이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알파고는 아주 어려운 장면이 아니라 비교적 쉬울 수 있는 장면에서 헤맨다. 그게 미스터리다.

버그는 아니었다. 버그라는 표현이 남용되고 있지만 버그는 개발자의 잘못으로 인한 프로그램 오류인데, 그게 아니라 알파고가 깜냥을 다해 대국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딥마인드 측은“마치 수학문제를 풀다 막힌 것처럼 알파고는 혼란스러워했다.”며 버그가 아니라 알파고 역량의 한계였음을 확실히 했다.


▲ 알파고가 딥마인드챌린지매치 4국에서 이세돌에게 진 뒤 불계패를 인정하고 있다.

알파고가 항복을 선언하는 방법은 화제가 됐다. 모니터에 미니창에 'AlphaGo Resigns'라고 쓰인 문구를 띄운다. 알파고가 딥마인드챌린지매치 4국에서 이세돌 프로에게 불계패를 인정한 것이다.

바둑계에서야 불계패를 뜻하는 'resign'이라는 단어가 잘 알려져 있지만 바둑계 바깥의 사람들에겐 생소할 수 있다. 알파고가 항복을 선언하기 전 외신기자들은 항복했을 때는 바둑에서 어떤 용어를 써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시 외신기자실에 있던 나는 어떤 여기자한테서 그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resign이란 단어를 사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답해 주었다. 그랬더니 당혹해하는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충분히 당황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resign은 일반적으로 '사임', '퇴진'이란 뜻으로 쓰니 말이다. '대통령은 퇴진하라'라는 말에 쓰는 그 단어다. ^^

▼ 장면12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4국 중반이다. 백번 이세돌이 고전하고 있다. 1로 삭감했는데 알파고가 2로 받았다. 상변 백 넉점이 아무 맛 없이 흑의 수중으로 들어가면 백은 절망적인 상황.

▼ 그림12-1

1~6까지 이세돌은 중앙을 흔들었다.

▼ 그림12-2

그러고 나서 그 유명한 78의 수(△)를 터뜨린다. 이 수로 이세돌은 '신의 한수를 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딥마인드는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매치 중간이라 자세한 분석을 할 여유도 없었을 터이다. 단지 딥마인드는 '이세돌이 둔 78의 수의 확률을 알파고가 0.01%로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예상하기 어려운 착수였고 알파고로서는 대비할 준비가 덜 되어 있었던 것이다.

▼ 그림12-3

그러나 알파고는 답을 찾지 못했다. 실전에서 1로 늘었고 이 때부터 대역전극이 펼쳐진다. 이하 16까지 알파고는 엄청난 무리를 하며 망해간다. 알파고는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해서 잘못한다. 5도 무리고 7도 무리다. 나중에 중앙 백도 살아나서 흑 진영이 파괴됐다.

▼ 그림12-4

정수는 1로 받는 것이었다. 당연히 2로 반격하겠지만 이후 13까지 흑은 상변 백을 모두 잡을 수 있다. 6 때 받지 않고 7로 두는 것만 틀리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이 장면에서 세상의 수많은 고수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흑1로 단수쳐 받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감각도 아니고 이후의 수읽기가 말도 못하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일반 프로라면 볼 수 있는 정도고, 아마추어 강자라도 틀리지 않을 정도의 난이도다. 더 어려운 수읽기도 척척 해내는 알파고가 이 정도를 못해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또 미스터리다.

▼ 그림12-5

더 신기한 것은 그 이후다. 한번 잘못 받았더라도 3 때 기회가 있었다. 알파고는 4로 받아 타협하면 되었다. 이후 14까지 좀 전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이런 것은 생각도 못한 듯 최악으로만 치달았다.

구리&저우루이양의 해설을 받아 관전기를 쓴 판후이는 이 부근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알파고가 흔들렸다고만 했다. 여전히 자세한 이유는 안갯속이다. 다만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은 3월 시점의 알파고는 형세가 나빠지면 침착하게 기다리면서 훗날을 도모하는 전략에 약한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급히 형세를 반전하기 위해 무리하는 성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 장면13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5국이다. 알파고가 초반 고난도 응수타진을 했다. △가 그것. 흑으로선 받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 그림13-1

이세돌은 흑1로 받았는데 최선이었다. 백2가 또한 좋은 수다.

▼ 그림13-2

이세돌로선 흑1로 두어야 했다. 일종의 타협책인데, 백6까지 백이 조금 득을 본다.

▼ 그림13-3

실전에서 이세돌은 흑1로 두었다. 조금도 실리를 주고 싶지 않다는 뜻이지만 위험천만했다. 이하 7까지 진행되었는데, 백으로선 최선의 수순이다. 이후 한 수만 제대로 두면 된다.

미스터리! 초반에 불계승할 수 있던 알파고, 쉬운 결정타를 외면하다

▼ 그림13-4

알파고가 1로 두었으면 이세돌을 70수도 안 된 이 시점에서 백기를 들어야 했을 것이다. 2로 받으면 이하 7까지 오른쪽 흑이 전멸한다. 흑의 다른 반발 수단도 통하지 않는다. 1은 그리 어려운 수가 아니다. 알파고가 어려운 수순들을 다 찾아낸 뒤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1이라는 지점 하나를 더 찾는 것은 쉬웠다. 그리고 거기 뒀으면 이세돌이 더 이상 승부를 해보기 어려울 것이었다. 이렇게 초반 불계승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알파고는 뿌리치고 만다.

▼ 그림13-5

실전에서 알파고는 1로 두었다. 2와 교환돼 손해이기까지 하다. 잘 모르겠다면 차라리 1은 손빼는 편이 나았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알파고의 미스터리다. 물론 이 부근의 수읽기가 복잡하긴 하다. 그러나 다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 그다음이 어렵지는 않은데도 알파고는 헤매고 있다. '이래도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의 맥락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초반 70수 전에 바둑을 끝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길이 있을까. 그런데도 알파고가 그 길을 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그림13-6

실전에서 알파고의 다음 수는 △의 상변 붙임이었다. 아주 무서운 노림을 간직한 수다. 이로 추정하건대 알파고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의 일이다. 우하의 대마를 잡지 않은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 그림13-7

알파고가 우하처럼 둔 것을 추정해 보자면 우상 변화가 단서다. 만약 2에 8까지 최강으로 저항하면 앞서 알파고가 우하의 변화를 선택한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 그림13-8

앞 그림에 이어 1로 나가면 이하 6까지 진행한다. 6은 귀에 대해 거의 선수다.

▼ 그림13-9

1로 받아야 하고 그러면 백은 비로소 2로 1선을 기기 시작한다. 이하 8까지 언제까지고 백은 기어서 연결 형태다. 반면 우변의 흑은 살 수 없다. 분명히 알파고는 이것을 읽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알파고는 이전에 우하에서 흑을 잡는 편이 나았다.

▼ 장면14

알파고의 미스터리는 초중반의 뜬금없는 수읽기로 끝나지 않는다. 끝내기에서도 나타난다. 5국 종반. 1은 전혀 할 필요 없는 교환. 3은 팻감으로 손해다.

▼ 장면15

11월 들어 중국 일인자 커제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딥러닝을 거친 인공지능은 끝내기에 약한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놨다. 커제는 알파고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인공지능 바둑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발견은 정확한 것일까.

어쨌든 3월에도 알파고는 끝내기에서 수상한 장면을 여러 번 노출했다. 지금 그림도 5국 종반이다. 알파고가 둔 1은 정말 이상하다. 당연히 2의 곳을 먼저 하고 했어야 한다. 단수 치는 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1집 차이가 난다.

▼ 장면16

1로 역끝내기를 당한 것도 아프다. 본디 알파고는 언제든지 4의 곳에 먼저 찝어 둘 수 있었다. 그랬다면 흑은 A로 이을 수밖에 없고 훗날 사활 관계상 가일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흑이 5의 곳에 두어 한 번에 지킬 수 있다. 1집 차이가 난다.

이 바둑은 이세돌이 돌을 거둔 시점에서 2집반 차이가 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알파고가 여유부릴 때는 아니었다. 어쩌면 알파고의 약점은 끝내기에 있을 수도 있다.

딥마인드 챌린지매치는 다섯 판 모두 불계로 결말이 나서 끝내기를 더 관찰할 수 없음이 아쉽다. 또한 알파고가 비세에 빠진 적이 거의 없기에 불리한 형세일 때 알파고가 어떻게 두어올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


▲ 바둑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은 어떻게 경쟁해 나갈 것인가.

알파고는 완벽에 접근하고 있을까

11월,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는 알파고가 내년에 다시 대국할 것임을 자신의 트위터에 밝혔다. “알파고의 성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7년 초에 알파고가 또 대국을 치른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 곧, 좀 더 자세한 사항을 알려드리겠다."고 썼다.

2017년 봄에 이세돌이 아닌 다른 상대와 알파고는 두 번째 대국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12월이므로 구글의 준비는 막바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아마도 알파고 대국은 2월에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본디 첫 대국으로부터 딱 1년이 되는 시점인 3월에 열고 싶겠지만 3월엔 인공지능 딥젠고가 출전하는 월드바둑챔피언십이 펼쳐진다. 또 1월은 연초라 세계가 바쁠 터이다. 4월은 딥젠고의 뒷북이라 내키지 않을 터이고. 그런 의미에서 2월에 매치가 열린다고 예측해 본다.

12월엔 구글의 수뇌부가 중국기원을 방문해 알파고 대국과 관련해 모종의 제의를 했다. 무슨 제의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알파고의 대국상대는 중국 일인자이자 세계대회 2관왕(몽백합배, 삼성화재배)인 커제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뇌부가 그걸 제의하러 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 협상은 하부에서 움직여도 충분하다. 또 이미 대회를 위한 대부분의 준비는 막바지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 고위급이 아니고선 안 될 급의 중요한, 미해결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 차원의 협조가 필요한 일 아닐까. 그렇다면 대국을 중계할 통로. 즉 유튜브 사용 문제일 것 같다.

지난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보안당국의 인터넷통제ㆍ관리 강화 방침이 변함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유튜브 등 외국 영상사이트와 각종 SNS 서비스를 제한ㆍ차단하고 있다. 딥마인드챌린지매치는 구글의 인터넷 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었다. 구글은 알파고 대국의 유튜브 중계를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자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와 구글 창립자이자 구글 알파벳 사장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방중한 게 아닐까 싶다. 중국 영토 내에서 정치적 이유로 유튜브의 전면&지속적 허용은 어려울 수 있겠으나 대회 기간의 한시적 허용은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 구글 지도부가 이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답변을 보류하고 있다.

알파고의 실력은 지난 3월보다 훨씬 향상됐다고 알려졌다. 프로기사를 두 점 접을 실력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대국 형식도 지난 딥마인드챌린지매치 때와는 달라질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호선이 아닐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커제 쪽에서 순순히 접바둑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치수고치기의 가능성도 있다. 치수고치기는 치수가 고쳐지는 것이므로 부담은 있겠지만 알파고와 대국을 벌일 정도라면 어느 정도 각오는 할 듯하다. 이도저도 아닌 상담기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그동안 철저하게 더 학습했을 알파고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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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지존 |  2017-01-20 오전 6:50:00  [동감0]    
대단한 기력이네.. 알파고..
파툭 |  2016-12-28 오후 12:04:00  [동감0]    
백만판의 데이터라도 대부분은 인간이 이미 부결한 쓰레기일수가 있습니다
파툭 |  2016-12-28 오후 12:03:00  [동감0]    
일단 알파고는 전부의 바둑수에 대한 정확한 계산은 안된다는 것이다. 천문학적 수자이기
때문에 ... 바둑경기에는 시간이 제한되어잇고 상대가 어떻게 놓는다는 전제를 알수 없기
때문에 ... 다만 지나온 수많은 바둑판에 근거하여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대를 초월한 천재적인 수읽기 기사가 자신의 기보를 알파고와 공유하지 않고 그
역시 지나온 바둑의 기보들을 전부 습득하엿을때 이 천재적인 기사는 꼭 알파고를 이길것
이다 왜냐하면 창조적인 면에서 인간이 알파고를 월등히 초과하기때문
하이디77 |  2016-12-28 오전 11:45:00  [동감0]    
100만판 데이터양은 몇 테라일까요? 몇 기가면 되려나?
컴퓨터 용량을 어느 정도 잡아먹는지 알아야 대응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 것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네. 바보 같은 것들...
홍따 |  2016-12-25 오후 8:37:00  [동감0]    
프로기사는 형세판단할때 10집정도우세, 반면 비슷, 덤빼기 힘든바둑, 흑이 조금더 두터운바둑 백을쥐고 두고싶다 이렇게 말하는데 알파고는 승률 51.5% 이런식,,, 바둑을 보는 눈 자체가틀리네 그렇다고 알파고가 더 위대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알파고를 능가할 사람이 나올지도,,,
한가지 정확한사실은 알파고라도 신의 경지에 오르지 못할것이라는 믿음
미석이신랑 알파고님 4개월에 백만판 둡니다,,,,인간이 천년정도 둘수있는시간 임니다,,,,알파고님 탄생한지 10년 바둑입문한지 3년 3년이면 천만판 두었고 복기까지 완벽하게 마첬으니..감히 누가 도전할지,,,도전자가 있을지도 모르겟네요,,,  
危所遊 |  2016-12-25 오후 5:33:00  [동감0]    
https://twitter.com/ohashihirofumi/status/799449302279950336? 컴퓨터의 약점 중 하나에 대해 오오하시 히로후미 6단이 재미있는 얘기를 한 게 있어서 소개합니다. 흔히들 컴퓨터가 패에 약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하는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합니다. 우선 강한 바둑 AI는 많은 경우 패싸움도 아주 정확하게 합니다. 다만 패를 이용해 컴퓨터를 혼란에 빠뜨리는 방법이 있긴 한데, 그것은 부분적으로 패 맛만 남겨놓고 들어가지는 않은 채 다른 곳을 두는 것이라고 합니다. 컴퓨터는 항상 반면 전체에 대한 수읽기를 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맛을 남기는 것을 싫어합니다. 바로 결행하는 경우, 다음 수에 결행하는 경우, 다음다음 수에 결행하는 경우 등등 읽어야 할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까요. (그러니까 알파고가 선수 자리를 자꾸 결정짓는 것이 항상 깊은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잘못 두는 것인 경우도 많을 겁니다. 물론 시간연장책의 의미도 있을 것이고요.) 특히 패가 관련되면 결행한 이후의 팻감쓰는 과정까지 읽어야 하니까 읽어야 할 양이 훨씬 더 많아지겠죠. 그렇지만 이것이 쉬운 전략은 아닌데, 그 이유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형세가 호각이어야 합니다. 형세가 차이가 나면 알파고 3국처럼 적당히 양보해 버리는 쪽으로 수읽기를 하겠죠. 또한, 승부패가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으면서도 가일수 할 여유는 없는 바둑이어야 합니다. 컴퓨터가 워낙 판짜기에 능하기 때문에 그런 흐름의 바둑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런 국면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최신 버전 알파고를 상대로도 승산이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미석이신랑 고양이목에 방울달면 다해결 되만 어떤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요? 정답은 "절대 이길수없다" 임니다,  
危所遊 |  2016-12-25 오후 5:17:00  [동감0]    
판후이와의 기보를 보고 프로기사들이 지나치게 모양에 구애받는 경향을 지적한 바 있는데, 근본적으로 알고리즘이 바뀐 게 아니기 때문에 아마 이후에도 그 점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참신한 행마를 보여주는 것은, 방대한 학습의 결과 인간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형태도 좋은 형태라고 인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대체로 초반은 강하지만, 돌들이 서로 얽혀서 싸우기 시작하면 (사활이 관계되기 시작하면 모양은 필요 없고 모든 자리를 빠짐없이 수읽기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수읽기의 정밀도가 떨어집니다. 딥젠고가 그런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었죠. 또 끝내기에서 실수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끝내기는 감각보다는 수읽기와 계산의 영역이니까요. (사실 통념과 달리 끝내기는 예전부터 컴퓨터에게 아주 어려운 분야로 알려져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Computer_Go#Endgame )
危所遊 |  2016-12-25 오후 5:15:00  [동감0]    
https://cakes.mu/posts/12686 (일본어이고 유료이긴 합니다만) 이건 일본기원의 (컴퓨터 바둑에 해박한) 오오하시 히로후미 6단과 쇼기 및 바둑 프로그램 개발자(딥젠고 팀에도 소속되었던 바 있는) 야마모토 잇세이씨의 대담 기사인데, 여기에선 알파고의 강점은 수읽기가 아니라 감각이라고 합니다. 초반에 마치 수십수 앞을 내다 본 것 같은 수를 두는 것은 실제로 거기까지 읽고 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연습대국을 바탕으로 감각적으로 좋은 자리를 찾은 것에 대한 (또 이후의 진행에서도 기존의 돌의 의미를 살리는 자리를 잘 찾는 것에 대한) 일종의 착시현상이고요. 4국에서의 자멸과 5국 우하귀에서 끝낼 기회를 놓친 것이, 알파고가 수읽기에 약점이 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危所遊 |  2016-12-25 오후 5:14:00  [동감0]    
4국에 관해서는 올 6월에 아자황 박사가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교에서 강연할 때 간략히 언급했는데, 가치망의 정확도 부족과 수평선 효과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기는 하지만 자신들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최신버전에서는 정확히 응수한다고 하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KoIv7oYZ8wc 여기 37분 30초쯤에 나옵니다.
강릉P |  2016-12-25 오후 2:41:00  [동감0]    
이세돌9단이 약해서(?) 알파고가 얼마나 강한지 몰랐고
전혀 감이 안왔는데 알파고끼리 둔거 보고 30배쯤 놀랐던 기억이..
레지오마레 |  2016-12-24 오후 11:31:00  [동감0]    
인공지능 앞에 인간 할 말을 잃다 ~ 쩝!!
미석이신랑 |  2016-12-24 오후 10:11:00  [동감0]    
그래서 머 어쨌다는거여,,,, 모든 해설자들 심지어 이세돌 9단님 마져 큰소리 뻥뻥치더니,,심하게 말하면 단 한판만져도 이긴게 아니라고 하더니....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네....그러니 중국한테 맨날 쌍코피 터지제....
jhyun711 |  2016-12-24 오후 5:51:00  [동감1]    
머리 무지 아프다 ㅠㅠ 이놈의 전자파
하늘백합 |  2016-12-24 오후 5:15:00  [동감0]    
아무도 대꾸가 없꾸먼 ~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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