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Home > 뉴스
알파고는 이세돌의 수를 이렇게 보았다 -2-
알파고는 이세돌의 수를 이렇게 보았다 -2-
[기획/특집] 김수광  2016-10-29 오후 08:53   [프린트스크랩]
  • 트위터
  • 이메일
  • 카카오스토리+
  • 구글+
  • 페이스북
▲ 고심하는 이세돌 9단(사진). 바둑 두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딥마인드챌린지매치에서 이세돌이 1국부터 3국까지 모두 지면서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위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됐다.


최근 알파고의 관점에서 본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해설이 구글 딥마인드 사이트에 공개됐다. 중국 구리 저우루이양 프로가 해설하고 판후이 프로가 글로 정리했다. 이것이 여느 해설과 다른 점은 알파고의 '시각'과 '목소리'가 그 안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속시원히 알 수 없었던 알파고의 생각을 이 관전기로써 알 수 있게 됐다. 읽어보니 흥미로웠다. 그래서 감상을 적어 봤다. 서정적인 묘사로 정성스럽게 해설을 정리한 판후이의 노고에 감사하지만 판후이가 이 매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는지보다는 알파고의 생각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느낌을 적었음을 밝힌다.

관련기사 ▶ 알파고는 이세돌의 수를 이렇게 보았다 -1-(☞클릭!)


▲ 딥마인드챌린지매치 2국 종국 시점. 이세돌 9단은 머리에 손을 짚은 채 조용히 복기를 해 보고 있다.

무적 인공지능 알파고의 출현
난공불락의 요새,거대한 벽


이세돌 vs 알파고 딥마인드챌린지매치 1국이 끝난 3월9일 저녁, 김지석 9단은 “내가 생각했던 범위를 벗어났다. 수준 높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혹시 인간이 손 써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 않을까 하는 가정까지도 했는데, 오늘 보니 알파고도 실수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2국에서도 이세돌이 완패하자 알파고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감이 커졌다. 3국에서는 이세돌이 더 완벽하게 졌다. 그러자 공포를 넘어서서 프로기사들은 무력감마저 느끼는 듯했다.

3국에서 이세돌은 초반부터 거칠게 먼저 싸움을 걸었다. 이세돌이 가장 장기로 삼는 분야가 전투다. 돌이 어지럽게 얽히고 섥혀 있을 때 그는 더욱 더 강해진다.

초반부터 난전으로 돌입하게 되니 더욱 흥미로웠다. 1·2국에서도 전투가 등장하긴 했지만 끌려다니다가 시작하는 듯한, 다소 성격이 다른 전투였다. 이세돌은 시작부터 적극적이었다. 이런 전투는 이세돌 vs 커제 전에서 나오면 흥미로울 듯한 것이어서 알파고라면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알파고가 강하게 맞대응할까 아니면 부드럽게 정리하자는 태도로 나올까.’


▲ 딥마인드챌린지매치는 서울 광화문(포시즌스 호텔)에서 펼쳐졌다. 거리에선 대형 모니터로 이세돌 vs 알파고의 대국이 중계되었다.

알파고는 최강으로 맞섰고 초반에 이세돌은 부러지고 말았다. 중반에 들어서자 하변에 알파고의 집이 5선으로 두툼하게 나는 것을 하릴없이 허용했다. 패색이 짙어졌다. 나중엔 무리인 줄 알면서도 그 집에 쳐들어갔다가 전멸당했다. 살려고 하는 과정에서 패를 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알파고는 마치 그 패의 득실과 그 이후에 어떻게 정리될지를 완벽히 알고 있는 듯 착착 마무리했다.

알파고는 난공불락의 요새였고, 거대한 벽이었다

3월9일·10일·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vs 알파고 챌린지매치에서 알파고가 3-0으로 이세돌을 제압했다. 3번을 먼저 이기면 우승이었다. 그러나 계약은 한쪽의 우승이 결정되더라도 총 5번의 대국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세돌은 이미 대회에서 졌지만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초점은 변해갔다.

‘인간’이 단 한 번이라도 이길 수 있느냐’

알파고는 포석, 전투, 끝내기 등 모둔 분야에서 틈이 보이지 않았다. 2국까지는 우연인지, 패가 나오지 않아 혹시 패에 약점이 있어 알파고가 패를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나돌았지만 3국에서는 이세돌은 패를 실컷 해봤고 결국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졌다.

■ 딥마인드챌린지매치 제3국

▼ 이세돌-알파고 3국
○알파고(인공지능) ●이세돌(사람)
176수 백불계승



▼ 그림1

백1, 3의 두칸 뛰기. 알파고는 날렵한 수법을 좋아하나 보다. 개인적으로 알파고의 수법에서 느끼는 것은 상대가 강한 지역에서는 탄력을 갖추려고 몹시 노력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상대의 진영에서는 모름지기 조심스럽게 행동하라.'는 입계의완의 정신을 가지고 있달까. 상대가 공격을 하다가 실패하면 상대는 닭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꼴이 되고 이쪽 편은 형세에서 앞서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데 알파고는 철저한 듯하다. 물론 이 두칸 행마는 무수히 많은 좋은 행마 중 하나일 뿐이지만...

▼ 그림2

알파고가 흑이 1로 둬주길 바란다. 즉 알파고의 주문이 이 그림이다. 이후 백4까지를 예상해 볼 수 있는데 백이 알기 쉽게 흑 진영에서 터를 잡는다.

▼ 그림3

이세돌이 흑1로써 두칸 사이를 찢고 나왔다. 초특급 강수다. 아주 거친 태도다. 알파고는 백2로 갈랐다. 당연한 수였다.

▼ 그림4

1~8까지 실전진행이다. 이세돌은 강력한 공격으로 알파고를 코너로 몰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알파고가 전투에서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알파고의 부분전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는데 이 부근에서 제대로 볼 수 있겠다 싶었다.


▲ 중국 러스티비에서 중국 일인자 커제 9단(왼쪽에서 세번째)이 해설을 하고 있다.

▼ 그림5

이세돌 흑1의 공격에 알파고의 백2가 침착하고 좋은 수였다. 나는 감탄했다. 백2 때 이미 알파고는 이세돌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실전에서 이후 이세돌이 A에 두자 알파고는 B로 두었다. 커제는 그림3 이세돌의 흑1을 패착으로 지목했다. 커제가 완벽하게 판단하고서 흑1을 패착으로 지목했을 것 같지는 않다. 우리가 잘 알지만 커제는 과감한 언동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그저 단정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다. 당시 박영훈에게 그림3 흑1이 문제수였느냐고 물었더니 박영훈은 "알 수 없다. 이 단계에서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그걸 아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닐 것이다. 그저 강하게 두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뿐 이 수가 패착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 그림6

훗날 국가대표팀이 이 변화를 연구하던 중 '실전 백의 두 칸 사이를 찢은 수로는 지금의 흑1이 좋았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가대표팀이 이세돌-알파고 대결을 연구한 책 <너 누구냐?>를 참조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김명훈 4단의 생각이었는데, 아주 유력했다. 백2로 받으면 이하 흑7까지 진행되어서 흑이 만족할 수 있다.

▼ 그림7

흑1에 백이 2로 받아도 이하 9까지 서로 둘 만하다.

▼ 그림8

알파고는 더 알기 쉬운 수를 추천했다. 흑1로 단순히 받아두는 게 좋았다고 한다. 정말 무난한데 흑이 괜찮은 흐름이다. 알파고의 참고도가 의외로 평범한 데 놀랐고 그게 흑에게 좋은 변화라는 데서 또 한 번 놀랐다. 너무 평범하면서도 좋은 수가 나오니 왠지 허탈하기도 하다.

▼ 그림9

그림5 의 장면에 이어, 지금 흑1로 틀어막아 백을 궁지로 몰고 싶지만 백은 2, 4의 수순이 있어 타개가 쉽다. 국가대표팀의 연구 결과다. 이하 14까지 가볍게 포위망을 뚫게 된다.

▼ 그림10

그러므로 흑으로선 1로 늦추는 수밖에 없다. 백은 2로 하나 젖혀서 흑3과 교환한 뒤 4로 나가면 역시 앞 그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흑은 이 백을 강력하게 공격할 방법이 없다.

▼ 그림11

앞 그림에 이어 흑1로 틀어막아 볼 수는 있지만 백2~6까지의 수순으로 보기 좋게 수습한다. 흑에겐 어설픈 껍데기만 남는다.

▼ 그림12

앞 그림 흑1 대신 지금의 흑1로 끊어 뿌리는 없애면 어떻게 될까. 백2~8까지 진행을 예상해 볼 수 있는데 이하 8까지, 공격하던 흑(귀)이 오히려 잡혀 버린다.

▼ 그림13

알파고는 흑에게 타협을 종용한다. 그것이 그림이다. 백은 1과 9의 행마로 중앙으로 뛰쳐 나가게 되고 흑은 우변을 경영한다는 스토리. 한데, 이렇게 되면 흑도 둘 만하다. 아니, 둘 만한 정도가 아니다. 이상헌 3단은 "흑이 좋은 그림이다."라고 말한다. 알파고의 참고도가 좀 찜찜하다. 백1과 흑2의 교환은 무시하기 어려운 악수 교환이기 때문이다. 이 교환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앞서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참고도들이 더 깔끔한 맛이 있다. 이런 대목은 알파고의 수읽기에 생각 외로 허점이 적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 그림14

실전진행이다. 이세돌이 흑1로 두자 알파고가 백2로 두었다. 밭전자! 이런 형태에서 밭전자는 처음 본다. 해설자를 비롯한 프로기사들이 모두 깜짝 놀란 것을 보니 프로기사에게도 평범한 감각이 아닌 게 분명했다. 결과적으로 아주 좋은 수였다. 백을 위협할 수 있었던 흑 석점의 운신을 어렵게 만들고 알파고가 이 부분전의 주도권을 완전히 쥐게 한 수였다.

▼ 그림15

밭전자 행마를 보면 가장 먼저 째는 수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흑1로 째면 백2~8까지가 예상되며 흑은 공격을 하긴커녕 좌변 흑이 다친다.

▼ 그림16

백의 밭전자 행마에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이세돌은 실전에서 흑1로 두었다. 이후 16까지 되어 알파고가 매우 유리한 흐름이 되었다. 알파고는 좌하에서, 그리고 좌상에서 좋은 자세를 갖추었다. 강수로 초반을 시작한 흑이 이제 백을 공격한다는 건 엄두도 낼 수 없게 됐다.

▼ 그림17

정상적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이세돌은 흑1에 두어 판을 흔들었다. 해설자들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 같은 수를 두었다."고 했다. 백이 어떻게 받는지에 따라 좌상 방면의 백 미생을 노리자는 뜻.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좋지 못했다. 좌상 백은 탄력이 많아서 어차피 공격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달리 다른 방책이 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흑1은 정확한 지점이 아니었다. 박영훈은 "이 수는 이세돌 9단의 착각이 담긴 수였다. 여기서 실패를 했고 그 뒤로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 그림18

실전에서 이세돌과 알파고가 접전을 벌여 8까지 진행되었는데 알파고는 이 시점에서 자신의 승리 확률을 84%로 계산했다.

▼ 그림19

실전에서 바둑은 더 진행되어 14까지 진행되었다. 알파고는 하변에서 5선으로 집을 지었다. 이세돌의 추격은 불가능하게 됐다.

▼ 그림20

하변은 쳐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확실한 백의 영토이지만 이세돌은 흑1로 침투했다. 알파고는 백2로 다가서서 이 싸움을 매듭짓고 불계승했다. 여기서 패가 나오긴 했으나 알파고는 패공방에서 완벽했다.

이세돌은 3국이 끝나고서 “한판만이라도 이길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4·5국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기자는 3국이 끝나고서 속보를 마무리한 뒤 박영훈 프로와 연락했다. 박영훈은 세계대회 백령배 일정으로 중국에 있었다. 그는 알파고에게서 약점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러므로 전략을 세우기도 어렵다”고 하였다. 완벽해 보인다는 뜻이었다. 듣고 보니 앞으로 이세돌이 한 판을 건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박영훈과 나눈 당시 대화다.

- 알파고의 약점은 무엇인가?
“3판을 거치면서도 알파고의 약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 그래도 3국은 이세돌 9단의 장기를 살려 원없이 싸웠지 않나?
“좌상 방면에서 벌어진 첫 싸움에서 망했다. 그런 뒤 우변에서 알파고의 눈목자에 붙이는 착각수를 범하면서 사실상 바둑은 이길 길이 사라졌다.”

- 1~3국 중 3국이 그래도 뭔가를 알아볼 만한 단서가 있는 내용이지 않았을까?
“3국에서 이세돌 9단이 망한 정도는 1국에서보다 더하다. 1국은 초반에 망하고서 그래도 조금의 희망이라도 가질 만했지만 3국은 중반에 이르러 전혀 대책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알파고의 약점을 알기 어렵다. 알파고가 그 이후 해 본 것은 승리를 확정해 놓은 상태에서 이세돌 9단이 어떻게 둬 오나를 관찰한 것뿐이다.”

- 힘이 장사인 이세돌 9단이 전투에서 망하는 이유가 뭔가?
“알파고가 자체로 전투력이 막강하다. 싸움으로써 제압할 수 없을 것 같다.”

- 2국 초반엔 알파고에게서 이상감각으로 보이는 수도 나왔다.
“알파고가 둔 수들이 익숙하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못 보던 것들이니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리있는 수들이었다.”

- 그럼 알파고와 맞설 수 있는 기사는 누구인가?
“없다. 이세돌 9단이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기사가 와도 안 된다. 중국 최강 커제 9단도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

- 왜 그런가?
“약점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포석 능력, 행마, 감각, 수읽기, 형세판단, 끝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강하다.”

- 만약 박영훈 9단이 맞서야 한다면 어떤 전략으로 임하겠는가?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알파고에게서 약점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 이세돌 9단은 남은 4국과 5국을 어떻게 치러야 할까.
“그저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는 게 좋겠다. 약점을 발견할 수 있으면 행운이다. 그럼 그 약점을 다른 기사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섯 판은 상대의 약점을 알아내기엔 너무 적다.”

- 그래도 포기할 수 없지 않을까?
“알파고에게 약점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약점으로 의심되는 구석은 있다.”

- 뭔가?
“우선 패에 대한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 3국에 와서야 패가 등장했는데 이미 이세돌 9단이 망한 이후에 등장한 거라서 알파고는 승부와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패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알파고가 패를 운용하는 능력은 완벽했다. 패를 하다 말고 상변 148에 둔 것도 좋은 수였다. 마치 패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듯이 움직이지만 막상 패를 걸어야 하고 따내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는 과단성이 있었다. 그런데도 의심스러운 것은 이 패가 알파고가 아주 우세한 가운데 벌어진 것이기에 만약 승부처에서도 그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알파고가 기본적으로 실력이 좋기 때문에 패의 변수에 너무 기대해선 안 될 것 같긴 하다.

또 하나, 알파고는 자신이 우세해졌을 때 너무 방심하는 듯한 물러나는 수를 둔다. 원래 방심하면 차이가 좁혀지고 승부는 변할 수 있는 법이다. 알파고는 그 완급조절이 완벽할까?”

- 또 다른 의문이 있다. 알파고처럼 인공신경망이 결합되진 않았지만 기존의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을 주력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동시에 여러 군데, 이를 테면 좌변 우변 중앙 우상 등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전투가 나오면 프로그램의 수읽기가 급격히 약해지는 취약점을 보인다고 개발자들이 지적해 왔다.

개발자들은 그런 프로그램들을 이기고 싶다면 여러 군데 전투를 동시에 엮는 전투를 하라고 사람들에게 조언하기까지 한다. 알파고는 심층신경망이 함께하니까 많이 개선이 되었을 테지만 막상 궁금하긴 하다.

“그렇다. 그것도 해보지 않은 시도다. 3국도 초반에 난전이 등장했긴 하지만 여러 개의 돌이 이곳저곳에서 얽힌 것은 아니었다. 한 전투가 일단락되고 다음 전투로 이어지고 또 일단락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치르는 전투도 해볼 만하다.”

- 알파고가 프로기사들의 동료가 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환영한다. 알파고의 사고 방식은 정말 참신하다.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친구다.”


▲ 3국이 끝난 뒤 패배를 시인하는 이세돌. "4, 5국을 지켜봐 달라."

대회 도중 불거진 어이없는 불공정 대회 논란
IT전문변호사 "구글, 무조건 이길 수 있는 브루트포스 컴퓨터로 알파고에 훈수"
그러나 브루트포스로 바둑 경우의 수 계산하려면 우주 탄생 때부터 분석했어야


이세돌이 완벽하게 지다 보니 불공정 대회 논란이 불거져 미디어 매체들을 뜨겁게 달궜다. 어떤 변호사가 예전에 자신의 SNS에 올린 주장이 재조명 받았다. 그 주장을 대의 요약 해보면 이랬다.

1. 알파고는 브루트포스라는 기법을 사용하는 100퍼센트 이길 수 있는 컴퓨터를 훈수꾼으로 놓고 이세돌과 대결하고 있다.

2. 전 세계의 컴퓨팅 자원을 광케이블을 통해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는 반면, 이세돌은 홀로 싸우고 있다.


IT전문변호사가 제기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당한 주장이었다. 필시 브루트포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변호사 말대로 브루트포스를 사용하면 바둑에서 ‘무적’이 되는 건 사실이다. 탐색공간 전체를 소가 묵묵히 일하듯 일일이 찾아 보는 기법을 브루트포스라 한다. 바둑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변화를 찾아 본다면 바둑은 가장 확실하게 이기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즉 ‘답안지’를 손에 넣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 누구를 만나도 이길 수 있다. 여기까지는 그 변호사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는 데 있다. 브루트포스로 바둑의 모든 변화를 밝혀 놓으려면 어느 정도가 걸릴까. 1년? 아니 10년? 100년?

이런 세월이 아니다.

전 NASA 연구원 배태일 박사는 "1초마다 2.3 곱하기 10의 152승 개의 경우의 수를 탐색하는 속도로 138억년 동안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138억년은 과학자들의 추정하는 우주의 나이다. 브루트포스로 구글이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준비를 끝마칠 때쯤이면 이미 인류는 멸종하고 없을 수도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는 매치 전 서울에서 연 세 번의 프레스브리핑에서 매번 브루트포스를 언급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워낙 방대해 무작위대입(브루트포스)으로는 승리하기 어렵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수퍼컴퓨터라 할지라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앞으로 더 진보한 컴퓨터가 나온다 해도 당분간 힘들 것이다."

바둑에서 나타나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별보다 많고 우주의 원자보다 많다.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남반구와 북반구를 합쳐 6,000개 정도다. 어두운 별은 잘 보이지 않는다. 6등성 이상의 밝은 별이어야 보인다.

실제 우주에는 더 많은 별이 있다. 지구는 태양계에 속했으며, 태양계는 다시 ‘우리은하’에 속하는데, 은하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빗대자면, 우리은하가 미국 땅덩어리라면 지구는 모래 한 알이다.

은하엔 별이 1,000억개 정도 존재한다. 그런 은하계가 우주에 1,000억개 정도 있다. 우리은하를 평균적 은하로 보았을 때 별의 개수는 10의 22승 (10,000,000,000,000,000,000,000)개 쯤 되는 셈이다. 또 우주의 원자 개수는 10의 80승개로 알려졌다.

그런데 바둑에서 가능한 구성 방법은 그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다. 10의 170승이다. 이것을 ‘0’을 늘어놓아 표시해 보면 이렇게 된다.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개

그렇다면 이렇게 반박해 올지 모르겠다.

'하드웨어의 규모가 거대하면 브루트포스 방식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 않나!?'

단축할 수 있다. 컴퓨트 자원을 많이 동원하면 계산이 빨라진다. 현실적인 시간 그러니까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즉 100년 안에 계산한다고 해볼 때그 컴퓨터가 태양 질량의 수천·수만배 규모라 해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참고로, 태양의 질량은 지구의 332,946배다.

이런 까닭으로 알파고는 브루트포스 방식을 이용하지 않는다. 무한에 가까워지는 바둑의 경우의 수를 해결하기 위해 '영리한 방법'을 택했다. 나무가지 형태로 무한히 뻗어나가는 바둑의 경우의 수 가운데서 '가지'의 길이와 깊이를 쳐내어 바둑이 진행됨에 따라 수십만개 수준까지 줄이고서 수읽기 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알고리즘이 중요했지 컴퓨트 자원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딥마인드는 "이세돌 vs 알파고 대결에 알파고 vs 판후이 때와 비슷한 정도의 컴퓨트 자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나는 3월8일 딥마인드의 세번째 프레스브리핑 때 이 발표를 들었다. 판후이와의 대국 때는 알파고는 분산형버전으로서, 중앙처리장치 1202개와 그래픽처리장치 176개를 사용했다. 비슷하다면 정확히는 얼마만큼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나는 브리핑이 끝난 뒤 따로 구글 홍보팀을 만나 물었다. 추가로 답변을 주진 않았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는 나중에 "이세돌 vs 알파고 때는 그래픽처리장치를 수십~수백의 단위 수준으로 썼다."면서 "미친듯이 많이 사용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디언 등 외신 중에는 중앙처리장치 1920개 + 그래픽처리장치 280개를 썼다고 밝힌 곳도 있었는데, 데미스 박사의 말로 미뤄 보면 GPU가 176개이든 280개이든 도 긴 개 긴이다.


▲ 딥마인드의 프레스브리핑.


▲ 트리의 규모를 현격하게 줄여 필요한 곳만을 탐색하는 알파고.

만약 고성능일수록, 많이 연결되어 있을수록 알파고의 바둑 실력이 뛰어나게 된다면 딥마인드는 알파고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자원을 동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 외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자원을 많이 동원해봤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데미스 박사는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때문에 CPU 연동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아무리 많이 컴퓨터를 연결해도 결과가 더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수읽기를 하고 있었다. 인간은 브루트포스를 이용하는 방식처럼 바둑에 나타나는 모든 구성방식을 다 찾아보지 않고도 고수가 될 수 있다.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둘 수 있었던 건 무식하게 잘 계산해서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 어떤 인공지능보다 사람다웠기 때문이다.

- 3편- 에서 이어집니다.


  • 페이스북
  • 구글+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트위터
┃꼬릿글 쓰기 동감순 | 최신순    
한마싸이 |  2016-11-01 오후 11:19:00  [동감0]    
이글을 올려주신분께 진심 감사드립니다.
분당불패 |  2016-11-01 오전 11:01:00  [동감0]    
올려주신 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알파고가 기존의 인공지능보다 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되었습니다. 이것을 개발한 하사비스를 비롯한 딥마인드팀은 천재라고 부를 만 합니다. zenbaduk 님이 지적한대로 제한시간을 길게 하면 인간 고수가 좀 더 유리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장 아쉬운 점은 전성기 때의 이창호 국수와 알파고의 대결을 못 보는 것입니다.
와당 |  2016-10-31 오전 9:59:00  [동감1]    
김수광 기자님! 글 너무 잘쓰시고 좋은데 좀 자주, 많이 올려주시면 안되나요?
바둑뉴스나 글이 너무적어요!!!
zenbaduk |  2016-10-31 오전 9:28:00  [동감0]    
수읽기 시간제한이 인간에게 불리했던 것은 사실이죠. 알파고도 서버 갯수를 제한하든지, 혹
은 인간이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었어야 했던 바둑..
李幷娥 |  2016-10-30 오후 1:08:00  [동감0]    
그건 댁꼬,,, 결론은 뭐냐고요? 그것이 알고 싶어요?
분당불패 결론은 놀랍고 참신한 인공신경망 기술을 이용해서 인공지능이 바둑에서도 인간을 앞섰다는 것이지요.^^;  
FirstPage PrevBlock   1   NextBlock LastPage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
위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