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신진서가 이창호한테 이겼다면서요”
바둑을 잘 모르는 지인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아니, 그 소식은 어디에서 들으셨어요?”
“네이버ㆍ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떠들썩하던데요”
‘영재’와 ‘정상’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이벤트 ‘합천군 초청 2013 새로운 물결, 영재•정상 바둑대결’은 바둑전문 사이트 사이버오로를 위시해 다수의 매체가 그 소식을 전했는데, 이번 뉴스는 온라인 상에서 넓게 퍼져나가 바둑인이 아닌 이들도 접하고 있었다.
11일 신진서에 이어 12일 신민준이 최철한을 격파하면서 ‘영재’의 재기를 발산했다. 수많은 사람의 관심은 경상남도 합천군 대장경 테마파크에서 열린 이세돌vs변상일 대국까지 이어졌다.
중국 유력 포털 시나닷컴의 시나바둑 관계자가 메신저 상에 변상일, 신진서, 신민준의 사진을 띄워 놓으며 각각의 이름이 사진과 일치하느냐고 나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중국도 관심을 보인다.
막내급 신예기사들 3명과 정상급 기사들 3명까지 단6명이 때아니게 연초를 뜨겁게 달궜고 바둑에 대한 관심을 드높였다. 바둑의 저변이 더 넓어지려면 바둑계 바깥의 관심이 늘어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이벤트는 흥행 성공을 거두면서 작지 않은 공을 세웠다.
왜 재미있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십대 기사들은 세계무대를 누볐다. 정상급 기사들을 너끈히 이겼다. 중량감으로는 치자면 비교도 안 되게 정상급 기사가 유리할 것 같지만 어린 나이의 기사들이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키는 일이 잦다.
그렇기에 영재와 정상이 실제로 멍석 깔고 맞붙을 때마다 어느 쪽이 이길까 시선이 쏠리는 것이다. 한데, 중국은 그렇다 치고 우리 한국의 가장 어린 쪽의 기사들이 가진 숨은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마침 궁금했던 터다.
셋 중 신진서와 신민준은 지난해 7월에 영재 입단대회를 통해 데뷔한 까닭에 공식대국을 많이 가져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더구나 특히 이 중 가장 어린 신진서는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지난해를 2전 2패로 마감하는 바람에 그의 진가를 알 만한 단서가 없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초등학생 13세의 신진서와 14세 신민준이 각각 이창호와 최철한에게 승리했고 16세 변상일은 이세돌을 맞아 반집 졌다.
정상들이 봐줬을 거란 이야기도 있었다. 그랬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벤트 성격의 대회지만 대국 하나하나가 공식대국이다. 그렇다면 승률과 랭킹에 반영된다. 눈 질끈 감고 한 판 정도 양보하는 것이란 프로세계에 있을 수 없다.‘정상’ 들이 온 힘을 다했을 것임은 자명하다. 다만 접전이 벌어질 때면 이왕이면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식으로 대국을 전개했으리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겠다.
이번 ‘영재 대 정상’ 기획처럼 흥미로운 행사들이 나오는 것은 바둑팬들에게 즐거운 일이다. 바둑계 밖의 관심도 불러온다. 역시 주제가 뚜렷하고, 개성 있는 아이디어는 주목을 받는다. 지지옥션배도 비슷한 예다. 성대결과 연령대결의 우위는 어떻게 판가름 날까 재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도 다른 대결을 상상해 본다. 언젠가 전투적인 기풍의 기사들과 부드러운 기풍을 지닌 기사들이 편을 짜 대국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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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꽃
도라온맹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