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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그 선두 자리를 놓고 벌인 정유업계 라이벌간 대결에서 SK엔크린이 Kixx를 5-0으로 완파했다. 사진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양 팀 주장 맞대결. SK엔크린 주장 박영훈이 Kixx 주장 김지석을 물리치고 3-0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
'4연승' SK엔크린, 최초 7승 고지…잠정 선두 올라
"우리 팀의 에너지가 더욱 끓어 오르고 있다."
경기 전 최규병 감독에게 "SK엔크린이 너무 잘 나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최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SK엔크린의 상승세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로 들렸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감독의 말인 만큼 꽤나 신빙성 있게 들렸는데,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끓는 정도가 아니라 폭발이었다.
25일 저녁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3경기에서 SK엔크린이 정유업계 라이벌 Kixx를 5-0으로 완파했다. 5-0 완봉승은 올 시즌 네 번째이자 7라운드 이후 모처럼 나온 기록. SK엔크린은 1~3국에서 팀의 1~3지명인 박영훈·안성준·김세동이 3승을 챙긴 다음 이태현과 2부(퓨처스)리거 최현재까지 가세하며 퍼펙트 승리를 합작했다.
▲ Kixx 입장에서 너무나 아쉬웠던 2국. 한태희가 2시간 30분, 300수를 넘기는 긴 추격전 끝에 역전승을 거두는가 싶었지만 계가해 보니 딱 반집이 부족했다(SK엔크린 2-0 리드).
팀의 주력을 전반부에 배치한 강공 전략이 주효했다. 2국의 안성준과 3국의 김세동 모두 지명도나 랭킹에서 Kixx 선수들보다 우위에 있었고, 주장 박영훈은 전반기에 이어 다시 김지석을 침몰시켰다. Kixx는 종종 그래왔듯 4국과 5국에 윤준상과 허영호, 두 예비역을 배치해 후반 승부를 노렸지만 손쓸 틈 없이 3-0으로 패하면서 허공을 바라봐야만 했다.
▲ 제1국(장고). 초반부터 '박영훈류'의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후반 들어 반면 10집 정도로 차이가 벌어지자 김지석이 돌을 거뒀다(259수 흑 불계승). 유창혁 해설자는 "박영훈 선수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반면 김지석 선수는 뭔가 잘 안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Kixx는 올 시즌 스트레이트 패배를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팀이 패한 상태에서 무대에 오른 두 예비역은 허탈했을 것이다. 여기에 기세가 오른 SK엔크린 선수들의 선전이 더해지면서 잇달아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먼저 직전 경기까지 7연승을 내달리며 다승왕 후보로 떠올랐던 윤준상이 지명도나 랭킹에서 한참 아래인 이태현에게 무릎을 꿇었다. 나아가 마지막 5국에서 허영호마저 2부(퓨처스)리거 최현재에게 무너지면서 Kixx팀은 상상도 못한 쓰나미를 당한 집안처럼 되어 버렸다.
▲ 제5국. 이번 시즌 처음 KB리그 무대에 오른 최현재가 Kixx의 핵심 허영호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대마잡이에 올인할 수 밖에 없는 허영호의 뒤를 역습해 거꾸로 대마를 잡는 수읽기 능력이 빛났다. 유창혁 해설자는 "허영호 선수가 대마잡기에 올인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애초부터 전략이 잘못됐다"고.
전반기 3-2 승리에 이어 다시 Kixx에 5-0 대승을 거둔 SK엔크린은 9개팀 가운데 가장 먼저 7승(3패)고지를 밟으며 잠정 순위 1위에 올랐다. 팀의 원투 펀치인 박영훈과 안성준이 7승3패, 3.4지명인 김세동과 이태현이 나란히 6승4패를 기록하는 등 주전 선수 대부분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팀 4연승을 달렸다. 반면 Kixx는 주장 김지석이 5승5패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윤준상과 허영호 두 예비역이 처음 동반 패배를 당하는 충격을 경험하며 6승4패, 순위가 5위로 내려 앉았다.
▲ 명장의 미소. 과거 영남일보 감독 시절 전무후무한 3연속 우승을 이끈 SK엔크린 최규병 감독이 선수들의 선전을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다. 2012년 KB리그에 처음 참가한 SK엔크린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리그 7위에 머물렀었다.
기전 총규모 34억원의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튼다. 팀 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25일에는 이세돌의 신안천일염과 최철한의 화성시코리요가 11라운드 3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조한승-홍기표(퓨), 신민준-박정상,이세돌-이원영, 목진석-민상연, 이호범-최철한. 신안천일염의 입장에선 리그 1위가 걸려 있는 중요한 승부이며, 화성시코리요로서도 중위권 진입을 위해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에 불꽃튀는 대결이 예상된다.
▲ 제2국. 안성준이 한 수 위의 노련함을 과시하며 140수 만에 한승주를 불계로 제압했다.
▲ 제4국. 이태현이 중반 들어 윤준상의 대마를 한껏 몰아간 전략이 주효했다. 불리한 윤준상은 상변에서 승부수를 터뜨리는 등 분전했지만 결국 덤을 극복하지 못하게 되자 선선히 돌을 거뒀다.
▲ 올 시즌 SK엔크린의 비상은 어느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9라운드에서 정관장 황진단을 4-1, 이번 라운드에서 Kixx를 5-0으로 꺾으면서 '3-2 승부 전문팀'이라는 오명(?)도 훌훌 떨쳐낸 상태다.
▲ 침울한 Kixx. 그동안 '두 예비역+1' 이라는 승리 공식으로 상위권을 유지해 왔으나 이번처럼 우르르 무너질 경우 대안이 없다는 것이 팀의 고민거리다.
▲ 7연승 행진을 마감하며(8승2패) 박정환.나현과의 다승 경쟁에서 뒤로 밀려난 윤준상. "머리나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는 유창혁 해설자의 멘트가 있었다.
▲ 직전 원성진과의 경기에서 보듯 상대가 떼를 쓰면 종종 대마를 잡기도 하는 박영훈. 본인 스스로는 '공격 바둑'이라 말한다는데 과연...
▲ 2013년 포인트 입단의 주인공 최현재(22. 랭킹 91위). 지난 시즌 KB리그 데뷔전에서 안국현에게 패한 후 1년 만에 가진 두 번째 기회에서 리그 배 테랑 허영호를 꺾었다. 유창혁 해설자는 "최현재 선수의 수읽기가 아주 세다"는 말을 방송 중에 여러번 강조.
▲한국기원 입구의 계단과 벽은 일요일 벌어지는 조훈현-조치훈 특별대국을 위해 모든 단장을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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