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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단 포인트를 쌓아서 프로기사가 된 안정기. 뛰어난 아마추어가 정상급 프로기사를 꺾을 때면 여론이 들끓는다. '이런 인재는 진작에 입단시켜야 했으므로 현행 입단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다. 안정기는 이렇게 말한다. "포인트는 소멸되지 않는다. 포인트가 늘어날 때마다 입단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는 입단대회를 준비할 때 심리적 안정을 준다. 그리고 내 경우는 포인트로 입단을 했다. 아주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
가끔 풍기는 이미지와 실제가 딱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
최근 포인트로 입단한 안정기는 그 경우다.
누가 봐도 인상에서 ‘침착’과 ‘성실’을 느끼게 되는데 정말 그렇다.
안정기는 꼭 필요할 때만 입을 열어 말을 한다. 어조가 높아지는 법이 없다. 눈은 너무 크게 뜨지도 않고 너무 작게 뜨지도 않는데 무표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다 가끔 이를 드러내 수줍게 웃는다. 화를 낼 때가 거의 없지만 화가 난 때조차도 조리 있게 자신의 주장을 조곤조곤 밝힐 뿐이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난다. 눈을 뜨자마자 하는 건 세수가 아니다. 바둑 공부다. 기보를 보고 사활을 푼다. 9시에 도장 공부가 시작되지만 그 사이도 아까운 까닭이다. 온종일 바둑을 하고 밤 9시가 되어야 일과를 마친다. 물론 지겨울 때도 있다. 방황하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 다시 한다.
출신도장 양천대일도장은 일주일에 두 번 구보를 한다. 안양천 둘레 8킬로미터를 돈다. 요령을 부리는 도장생이 없지 않은데 안정기는 그래 본 적이 없다. 40분을 약간 넘기면 어김없이 되돌아오고 있다. 김희용 원장은 정신력을 키우고자 하는 도장생에게 복싱을 권하는데 안정기는 선뜻 하겠다고 했다.
2012년 한국중고바둑연맹대회 중등부 우승을 하고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최강부에서 준우승을 했다. 조용히 성장했다. 2011년부터 비씨카드배 등 아마추어의 출전을 허용하는 세계대회에 대표로 나가곤 했는데 그리 성적이 좋진 않았다. 바둑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정도의 활약은 없었다.
그런데 2015년 들어, 안정기는 돌풍의 핵이었다.
현역 연구생으로서 아마추어였던 그는 여러 기록을 깼다. 먼저 세계대회 LG배 통합예선 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 본선 진출자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LG배는 10회 때부터 아마추어도 참가를 허락하는 통합예선 방식을 택하고 있다. 통합예선엔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프로기사들이 랭킹고하, 정상급·신예를 막론하고 출전한다. 아마추어에게도 문호를 연다. 안정기 이전에 이 통합예선을 통과한 아마추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건 그만큼 통합예선이 험난하기 그지 없음을 방증한다.
안정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LG배 본선에 나가서 중국 정상급 프로기사 천야오예 9단을 꺾고 16강까지 진출했다. 안정기가 생성한 토네이도는 세력이 약화될 줄 몰랐다. 7월 열린 중국 주최 세계대회 몽백합배 64강에선 후위칭을 꺾었고 동시에 입단포인트 누적으로 프로기사가 됐다. 각종 오픈대회에서 쌓은 점수는 LG배 때까지 95점이었고 몽백합배 32강에 진출하면서 20점을 추가해 포인트입단에 필요한 100점을 넘겼다. 포인트입단자 3호가 됐다.
아무리 봐도 안정기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어디선가 ‘독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안정기는 중국 천야오예의 바둑을 좋아했고 철저히 연구했다. 그러곤 이겼다. 입단 축하연에서 ‘아직도 천야오예의 바둑을 연구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다.”라고 답한다. 이제 목표는 더 높아지고 있다.
17일 저녁 6시 서울 목동 스카이웨딩홀에서 안정기의 입단 축하연이 열렸다. 안정기의 출신 도장 양천대일의 김희용 원장, 안정기의 부모 안주열·최명숙 씨를 비롯해 바둑계 관계자 약 150명이 참석했다.
“여류입단대회, 연구생입단대회, 연구생내신, 일반입단대회, 영재입단대회 등에서 입단자를 배출해 봤지만 딱 하나 못해보고 있었다. 포인트 입단자였다.” 김희용 원장이 말을 꺼냈다.
“1999년 바둑도장을 열었다. 사람들에게 말했다. 5년 안에 입단자를 내고 10년 안에 10명을 입단시키겠다. 그랬더니 허풍쟁이라고들 했다. 실제로 10명까지 8년 걸렸다. 입단을 준비하는 학생의 가족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드리고 싶다. 가장 힘겨운 사람은 입단을 준비하는 학생 본인이다. 신뢰를 보내줘야 한다. 가족의 믿음은 큰 힘이 된다.” 김희용 원장의 당부다.
▲ 김희용 양천대일바둑도장 원장.
초단 신분이 된 안정기는 “여기 계신 모든 이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정기의 아버지 안주열 씨는 “정기에게 평소 두 가지를 물었다. “바둑이 재미있느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느냐?”였다. 그 외엔 바둑에 관해 물어본 일이 없다. 작년에 정기가 연구생 1조에서 3조로 떨어졌다. 정기 엄마는 서울에 올라가 보라고 했다. 나는 바닥을 치고(^^) 올라갈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입단대회에선 정기가 잘해줬는데 마지막 순간에 떨어졌다. 개의치 않았다. 높이 올라서 멀리 보면 실패는 다 과정일 뿐이란 것을 정기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안정기는 입단축하연회장 입구에서 아버지(안주열) 씨, 어머니 최명숙 씨와 함께 서서 하객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했다.
▲ 안정기의 출신 도장 김민기 사범이, 자신이 소개되자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입단 축하연이 시작됐다.
▲ 반주 기계에 노래번호를 입력하고 있는 안정기.
▲ 이 곡을 골랐다.
▲ '유~후~'. 환호하는 하객들.
▲ "이 밤이 지나~면 오 예~"
▲ 카수다 카수!
▲ 입단축하연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 "즐거운 시간들 보내세요."(안정기 모친 최명숙 씨)
▲ 아버지와 아들.
▲ "정기에겐 높은 곳에서 멀리 보라고 했습니다."(안정기 부친 안주열 씨)
▲ 안주열 씨는 울산에서 현대자동차연구원으로 근무한다.
입단축하연에서 안정기와 그의 두 누나는 하객들과 노래를 선사하며 기쁜 날을 함께 누렸다. 안정기는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국내 타이틀을 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정기는 양천대일도장의 30번째 입단자다. 이 도장 출신 프로기사의 수는 점점 불어나서 ‘단’을 합치면 93단에 이른다. 도장 측은 100단이 되면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 양천대일도장 출신 프로기사들의 모습도 보인다.
▲ "여러분의 관심으로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안정기)
▲ 안정기의 두 누나가 입단축하연의 흥겨운 분위기에 가세했다.
▲ 큰 누나 안소이 씨(왼쪽)와 작은 누나 안재이 씨.
▲ 어떤 노래를 부를까나.
▲ 반주 기계가 갑자기 작동을 멈춰 잠시 중단.
▲ 꼬마 팬들의 환호.
▲ 두 누나의 열창.
▲ 관객을 사로잡았다.
▲ 양천대일도장이 입단자가 나오면 꼭 하는 의식. 반지전달식. 양천대일도장 이분옥 사모가 안정기의 손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
▲ 안정기의 사촌형(왼쪽)이 직접 노래를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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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음을 타는 안정기의 누나들.
▲ 가족 사진을 찍다.
▲ 케익 커팅.
▲ 건배 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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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아비
순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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